전쟁...../전쟁이야기

다시 등장한 한니발의 코끼리

구름위 2013. 5. 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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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대전당시 전선이 고착화되고 지겨운 참호전으로 인명손실이 늘어나자 이러한 대치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골몰하던 영국은 시험 삼아 만들었던 리틀 윌리 Little Willie 를 기초로 최초의 현대식 전차인 Mark I 을 양산하여 1916년 9월 15일 솜전투 Battle of Somme 에 투입하였습니다.

 

[ 1916년 솜 전투에 사상 최초의 전차가 등장합니다 ]

 

전세를 뒤집을 만한 회심의 히든카드로 비밀리에 제작하여 전장에 데뷔시켰지만, 일단 운용 노하우가 전무하였고 작전에 투입한 전차가 총 49량밖에 되지 않아 절대수량 또한 부족한데다 작전도중 고장차량까지 생겼습니다.  이로 인하여 예상했던 것만큼의 피해를 독일군에게 입히지 못하여 전선돌파에 실패하자 일선에서는 전차무용론까지 제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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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많은 기대와 달리 전선돌파에는 실패합니다 ]

 

그러나 선동열이 프로야구 최초등판에서 패전을 당하였다고 최고투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듯이 전차가 장차전의 주역임을 입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917년 11월 20일의 캉브레전투 Battle of Cambrai 에서 영국은 474량의 Mark 시리즈 전차를 집중 투입함으로써 진지돌파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이로써 전차는 그 효과를 인정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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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브레전투에서 전차는 돌파의 주역으로 진면목을 발휘합니다 ]

 

한니발 ( Hamilcar Barca 247 BC ~ 183 BC ) 이 코끼리라는 필살의 비밀병기를 동원하여 로마군을 기겁하게 만들어 2차 포에니 전쟁당시 초기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왔던 것처럼,  캉브레전투에서 등장한 영국의 대규모 전차부대는 참호에 안주하여 소극적방어전을 펼치던 독일군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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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전차를 보았던 많은 독일군들은 혼비백산합니다 ]

 

당시 영국의 신문들이 한니발의 코끼리가 다시 등장하였다고 대서특필하고 전차의 전선돌파와 작전모습을 상세하게 보도하였을 정도로 의기양양하였습니다.  전선의 병사들도 전차가 한니발의 코끼리를 능가하는 전선의 수호신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믿음직스러워하며 사기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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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언론은 한니발의 코끼리가 재림하였다고 선전합니다 ]

 

전차를 앞에 두고 건배를 하는 당시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새차를 장만하고 무사고 운전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는 우리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는데, 항상 죽음을 앞에 두고 싸워야 하였던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여 느꼈을 반가운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 된 것이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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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군은 전차가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뿐이었습니다.  코끼리의 약점을 알면 두려움이 반감되고 그에 상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것처럼, 당시 기술로는 어쩔 수 없이 빈약했던 장갑능력으로 인하여 독일은 얼마 되지 않아 효과적인 대전차 공격방법을 찾아냈고, 더구나 즉시 전차를 카피생산 하여 연합군에 대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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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덩치 큰 둔한 코끼리의 약점이 노출됩니다 ]

 

그림은 독일이 제작한 AV-7 전차인데 연합국 측에서 노획하여 검사 중인 모습입니다.  적들도 전차를 보유 하였다는 것은 다시 말해 전차끼리의 전투가 일어난 것을 뜻하며 당시 신문들은 전쟁터의 새롭게 등장한 전차전의 모습을 상세히 기술하였습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한니발의 코끼리보다 약발이 오래가지 못하였다고 할 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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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들도 코끼리를 만들어 내었고 전차간의 전투도 벌어집니다 ]

 

전선에 그럭저럭 데뷔하여 무기사에 길이 남을 도도한 발자국을 찍었지만 당시의 전차는  전쟁 전체를 좌우 할 만큼 위력적이지 않았던 둔중한 코끼리였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놈이 진화하여 전쟁의 주역으로 등장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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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차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보병들의 모습
이들의 믿음대로 전차는 다음전쟁에서 지상의 왕자로 등극합니다 ]

 

역사상 처음으로 전차의 공격을 받아 두려움을 겪었던 독일은 다음 전쟁에서는 이를 갈고 다듬어  참호가 만들어질 틈도 주지 않을 만큼 급속한 돌파를 이뤄 승리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불과 20년 만에 둔한 코끼리가 날렵한 공룡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