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는 지능 및 노력에 의해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머리 좋고 게으른 자 : 지휘관으로 좋다.
머리 좋고 부지런한 자 : 모든 세부 사항들까지 파악하므로 참모로 좋다.
머리 나쁘고 게으른 자 : 하라는 일은 잘 하므로 전방에서 굴리기 좋다.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자 : 한시라도 빨리 군에서 축출해야 한다."
이 분류는 20세기 초 독일의 장군이자 독일 육군 부활의 흑막이었던 한스 폰 젝트 상급대장(Hans von Seecht, 1866~1936)이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찾은 다른 블로그(http://lawlite.tistory.com/48)에서 보니 이게 다른 사람 말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역시 독일의 장군이었던 남작 쿠르트 폰 함머슈타인-에쿠오르트 상급대장(Kurt von Hammerstein-Equord, 1878~1943)의 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 장군은 1933년에 지휘교범(manual on military unit command, Truppenführung)을 발간했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었다고 하네요. 원문 출처는 각각 독일어판, 영어판 위키입니다.
"Ich unterscheide vier Arten. Es gibt kluge, fleißige, dumme und faule Offiziere. Meist treffen zwei Eigenschaften zusammen. Die einen sind klug und fleißig, die müssen in den Generalstab. Die nächsten sind dumm und faul; sie machen in jeder Armee 90% aus und sind für Routineaufgaben geeignet. Wer klug ist und gleichzeitig faul, qualifiziert sich für die höchsten Führungsaufgaben, denn er bringt die geistige Klarheit und die Nervenstärke für schwere Entscheidungen mit. Hüten muss man sich vor dem, der gleichzeitig dumm und fleißig ist; dem darf man keine Verantwortung übertragen, denn er wird immer nur Unheil anrichten."
"I divide my officers into four classes; the clever, the lazy, the industrious, and the stupid. Most often two of these qualities come together. The officers who are clever and industrious are fitted for the highest staff appointments. Those who are stupid and lazy make up around 90% of every army in the world, and they can be used for routine work. The man who is clever and lazy however is for the very highest command; he has the temperament and nerves to deal with all situations. But whoever is stupid and industrious is a menace and must be removed immediately!"
나는 내 장교들을 영리하고, 게으르고, 근면하고, 멍청한 네 부류로 나눈다. 대부분은 이중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리하고 근면한 자들은 고급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놈들은 전 세계 군대의 90%를 차지하는데, 이런 놈들은 정해진 일이나 시키면 된다. 영리하고 게으른 녀석들은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으므로 최고 지휘관으로 좋다. 하지만 멍청하고 부지런한 놈들은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헌데, 인터넷에 잠깐 보니 이게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Bernard Montgomery, 1887~1976)가 한 말이라고 되어 있는 웹페이지가 꽤 많더라고요? 젝트로 알려진 거야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웬 몽고메리인가 했더니 이쪽은 몽고메리의 자서전에서 "독일의 한 장군은 장교의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하였다.."고 한 부분이 와전된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단 한번 만들어지고 나서는 무한복제가 시전된 것 같고요.
그런데 제가 충분히 알려져서 새삼스럽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요?
그건, 똑같은 4가지 유형의 구분이 군인이 아닌 외교관에 대해서도 제시된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외무차관에 재임한 영국의 외교관 로버트 반시터(1881~?) 경이 외교관의 외교능력을 증명하는 기준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하거든요.
현명하고 나태한 것 - 제1급, 최량의 재료.
현명하고 정력적인 것 - 제2급, 과히 권한 가치는 없으나 사정에 따라서는 역시 쓸모가 있다.
바보고 나태한 것 - 제3급, 바람직스럽지는 않으나 그러나 어떤 지위에서라면 쓸모가 있다.
바보고 정력적인 것 - 제4급, 아주 무서운 인간이다. 다만 경계하라고 충고할 뿐이다.
반시터 경과 폰 함머슈타인-에쿠오르트 중 누가 먼저 이 기준을 만들어냈는지,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지 혹 각자 따로따로 만들어 낸 것인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실존 인물이고 1881년생이라는 것만 알 뿐 반시터경의 이름 철자조차 모르고 있으니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스펠링 대충 추측해서 몇 개 구글링해 봤더니 전부 아니더군요-_-;;
혹시 이 <로버트 반시터 경>이 누군지 아시는 분?
* (22:28) dunkbear님이 찾아주셨습니다. <로버트 반시터>가 아니라 로버트 밴시터트(Robert Vansittart)였습니다. 이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쪽에 dunkbear님이 링크해 주신 위키 페이지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에휴, 역시 옛날 책은 외국인 인명 표기를 괴상하게 해놓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ㅠㅠ 찾아주시느라 고생하신 dunkbear님께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지혜와 윗트의 모음집 : 세계인의 유모어, 장수철 편, 미소출판국, 1979
위키피디아(독,영) - Kurt von Hammerstein-Equ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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