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임경업 장군, 국문 두번 만에 매 맞고 숨져

임경업 장군, 국문 두번 만에 매 맞고 숨져

동학교도들의 경우 이런 처형을 가장 많이 당했고 한말의 개화주의자 김옥균도 이런 육시형을 받았다. 이 당시는 수레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고 망나니들이 칼로 몸을 토막내던 시대였는데 영국의 화가이자 여행가인 아널드 랜도어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 그림으로 남겼다. 망나니들이 기술이 서툴러 목을 먼저 잘라야 하는데 어깨가 잘리는 등 중국보다도 더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썼다.

 

잘라진 다리나 팔 등은 거지가 주워서 끌고 다니면서 협박식 구걸행위로 동냥을 했다.

 

동학군 지도자 김개남의 목이 잘린 채 장대에 묶여 허공에 매달려 있는데 그 아래서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놀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어 있다.

 

며칠 후 비로소 이런 잔혹한 형벌은 중단해야 한다면서 중지령이 관보에 게재되었다. 그것도 우리 조정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 고문의 지시 때문이다. 이런 형벌은 서구에서도 없지 않고 중국에서도 흔한 일이니 무슨 특별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 효와 선비정신을 중히 여기는 동방에 있는 아침의 고요한 나라와는 이지지가 들어맞지 않는다.

 

일본의 가장 잔혹한 처형 방식은 십자가에 메달고 옆구리를 창으로 찔러 처형하는 것안데 반역자들에게 이런 처벌을 내린 것이다.

 

한말의 위대한 개혁론자였던 김옥균은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도망친 후 제기를 노리고 중국으로 잠입했는데 10년간이나 민씨 일파가 보낸 자객에게 쫓기고 있었다. 결국 자객에게 붙잡혀 중국 상해에서 암살되어 생을 마쳤는데 죽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조선은 굳이 시신을 들여왔다. 부관참시를 하기 위해서다. 시신의 목을 자르고 팔다리를 자르는 것이 부관참시다.

 

당시 서울 주재 각국 외교관들이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중단하라고 조정에 탄원하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옥균은 역모 도당이라 하여 목을 자르고 육신이 잘려 지방으로 순회까지 했다.

 

조선이 중국의 관례를 철저하게 받아들인 것 중의 하나가 이 부관참시라는 것이다. 죽어서 묘지에 매장된 지 오래인 시신도 파내어 다시 목을 치고 팔다리를 잘라 시신을 흩뿌려버리는 잔인무도한 보복 방식이다.

 

김옥균을 부관참시하라고 명령한 사람은 고종이다. 의금부와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의 각 대신들이 강력하게 주장함으로써 왕은 결국 그것을 승인했던 것이다.

 

부관참시는 연산군 때 가장 많았다. 왕이 직접 나서서 무오사화에 연좌된 자로서 이미 죽은 자도 모두 부관참시하라고 명령하니 김종직, 남효온, 김인령, 김일손의 부친, 이극균, 이세좌의 친척 등 수십 명이 모두 무덤에서 꺼내어져 두번 죽음을 맞았다.

 

선조 때 영의정 유영경도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면서 부관참시당한 사람이다. 그는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는 것에 반대했다고 그런 처형을 당했다.

 

부관참시는 태종 1년부터 '부관참시하게 하소서'라는 대신들의 청원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개국 초부터 오백년 내애 이어진 셈이다.

 

국문 도중 고문을 받다가 죽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다.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임경업 장군이 대표적인데, 그는 이괄의 난을 평정하고 후금의 침공으로 인조가 항복한 후 포로로 후금에 끌려가다가 도망처서 명나라로 망명하여 명나라 장수로 대청전쟁에서 이름을 날린 명장 임경업 장군도 그런 사람이다. 명나라가 망하고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청나라에 항복한 후 조선으로 돌아왔으나 친청파인 김자점을 비롯한 대신들의 주청으로 대역죄인으로 몰려 얼마나 혹독하게 매질하였는지 국문 두 번 만에 숨지고 말았다.

 

조선의 경국대전은 괜찮게 만들어진 법전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중국 것을 베꼈을 망정 백성을 위한 자상함이 도처에 나타나 있고 심지어 변사체가 발견되면 검시를 해야 하는데 발견한 고을 수령 혼자서도 못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반드시 이웃 고을 수령과 합동으로 해서 공정을 기하라는 것이다. 판결도 조금 중한 죄인이면 지방에서 1차 판결  후 다시 불복할 수 있고 왕에게 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모두 몇몇 한가한 때 적용되는 것이고 권력의 비위를 조금만 건드리면 법이고 뭐고 상관없는 것이 조선의 사법제도였다.

 

증거 한 점도 없지만 혐의만 있으면 고문부터 하는 것이 조정의 관례였고 특히 정치적인 사건에는 완전히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광해군은 유독 친국이라는 것을 좋아했다. 친국은 추국, 정국 중 최고의 심문과정이다. 국왕이 직접 피의자를 심문하기 때문이다. 주로 모반사건이 그 대상이다. 친국령이 떨어지면 우선 궁궐안에 계엄이 선포된다. 천하성이 울리면서 궁궐문과 사대문이 모두 닫히고 국청장이 설치된다.

 

국청장에는 왕과 피의자 그리고 3정승과 관계 대신들이 모두  모이며 의금부 당상관, 사헌부, 사간원의 대간들과 좌우포도대장도 참석하여 도열한다. 주 심문자는 형방승지이고 문랑이 조서를 작성한다. 그 주변을 형조와 포도청, 의금부의 무사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호위를 하니 완전 전쟁터나 다름이 없었다.

 

국왕이 앉아서 지켜보는 가운데 주요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툭툭 던지고 언성이 높아지면 장내가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그러 분위기 때문에 대신들은 앞다투어가며 '저눔 형신을 가하라'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저런 고얀 놈, 매우 쳐라'를 경쟁하듯이 부르짖는 것이다.

 

광해군은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친국을 좋아했고 잠시 들어가 쉬었다가 나와 다시 오밤중까지 심문을 진행했다. 광해군은 이런 친국을 즐기면서 좋아했던 성격이 일종의 새디스트적인 경향이 강했던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정국은 친국보다 한 단계 낮은 심문으로 친국과 절차는 같으나 계엄이 동반되지는 않는다. 도성 안에 계엄이 선포되면 생활이 마비되는 불편이 뒤따라 정국이 친국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추국은 국왕과 대신들의 참가 없이 사헌부와 사간원의 양사에서 의금부 관헌의 지원을 받아 심문하는 것이다.

 

심문이 끝나면 최종 판결인 결안이 작성된다. 결안이란 오늘날의 판결문이다. 결안에 따라 능지처참형, 참수, 사약, 교살령, 유배형 등이 내려지고 군기시, 당고개. 당현리 등에서 형이 집행되었다. 형은 당일 내려지면 당일 집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