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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얻고…마취제 활용… “전쟁터 술의 두 얼굴”

구름위 2017. 1. 1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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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얻고…마취제 활용… “전쟁터 술의 두 얼굴”

브랜디와 샴페인


브랜디  양주 대표 주자…포도주로 증류

샴페인  프랑스의 1차 세계대전 부산물

기사사진과 설명

브랜디는 전쟁 중 부상병의 소독약및 마취제 등 구급약품으로 쓰였다.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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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고래로 소문난 남북전쟁 때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 필자제공

술고래로 소문난 남북전쟁 때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 필자제공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에게 북군 총사령관 율리시즈 S. 그랜트 장군을 비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술고래에다 전쟁터에서까지 주연을 즐긴다는 험담이었다. 조사 결과 사실이었다. 하지만 링컨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랜트 장군이 평소 즐겨 마신다는 위스키 상표명을 알려주시오. 다른 장군들에게도 한 상자씩 선물로 보내줄 테니까….”

 그랜트 장군을 북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할 때도 술고래라는 이유로 반대가 심했다. 링컨은 이때도 “그랜트 장군은 전투할 줄 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관건은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링컨 대통령은 단점보다 장점을 봤고, 한번 신뢰한 인물은 그만큼 믿었다. 그랜트 장군은 결국 링컨의 신뢰에 보답했다. 북군 총사령관으로서 마침내 남군의 로버트 리 장군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그리고 전쟁영웅으로 제18대 대통령에도 당선됐다.

 링컨 대통령이 그랜트 장군의 단점인 지나친 음주보다 장점인 리더십을 평가했던 것처럼 술 역시 활용하기에 따라 장단점이 달라진다. 옛날 전쟁터에서는 병사들에게 술을 지급했다. 술기운을 빌려 용감하게 싸우라는 이유도 있었고, 부상당했을 때 소독약 또는 마취제로도 활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통제력을 상실하면 군기가 흐트러지는 문제가 생긴다.

 술과 전쟁은 어찌 보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인 행위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창조적이다. 철저하게 부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전쟁은 불행이지만 역사적으로 전쟁을 통해 수많은 창조가 이뤄지기도 했다. 양주 브랜디가 그렇다.

 양주의 대표는 브랜디와 위스키다. 둘 다 증류주로 가장 큰 차이는 재료가 다르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맥아를 발효시키면 맥주가 되고 이것을 증류시킨 것이 위스키다. 마찬가지로 포도를 발효시키면 포도주가 되고 포도주를 증류시키면 브랜디가 된다.

 브랜디는 널리 알려진 코냑, 그리고 알마냑처럼 프랑스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프랑스 말인 오드비 대신에 영어 브랜디로 널리 알려졌다. 브랜디의 어원은 네덜란드 말인 브란데웨인(Brandewijn)으로 끓인 포도주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포도주는 프랑스가 종주국이고, 브랜디 역시 코냑처럼 프랑스산이 유명한데 왜 엉뚱하게도 네덜란드어를 어원으로 하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을까?

 16~17세기는 대항해 시대로 해상 무역은 네덜란드가 장악했다. 이 무렵 프랑스는 16세기 말 가톨릭인 구교도와 프로테스탄트인 신교도가 싸웠던 종교전쟁, 위그노 전쟁으로 보로도 지방의 포도밭이 황폐해졌다. 간신히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는데 포도의 질 때문에 좋은 와인이 나오지 않자 당시 와인 무역을 담당했던 네덜란드 상인들이 포도 재배 농민들에게 와인을 증류할 것을 권했다. 브랜디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브랜디의 발달 배경에는 이렇게 16~17세기 잦았던 전쟁이 한몫했다. 주로 소비된 지역이 전쟁터였고 전쟁터에, 혹은 전장을 거쳐 운반해야 했기 때문에 포도주를 통째로 옮기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손실을 볼 위험도 컸다. 그 때문에 와인을 증류시킨 후 응축해 주정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증류를 하다 보니 장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됐고 알코올 도수가 포도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전쟁터에서 수요가 늘었다. 전투 중 병사들의 사기진작에서부터 부상병의 상처 소독, 수술할 때 마취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수요가 늘면 이권이 생겨나고 이권이 개입되면 전쟁의 성격도 경제가 우선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탄산가스가 포함된 발포성 포도주(Sparkling wine)를 말한다. 정확하게는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포도주만이 샴페인이다.

 샴페인이 샹파뉴 지방에서 비롯됐기 때문인데 추운 날씨로 포도 재배와 포도주 발효 기간이 짧아 수확 후 가을에 이어 봄에 2차로 발효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서 발포성 포도주가 된 것이 샴페인의 기원이다.

 발포성 포도주라고 무조건 샴페인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면 원산지 표시에 관한 상표법 위반이다. 근거는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승국 프랑스는 패전국 독일과 베르사유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 뜻밖에 샴페인 상표 보호조항이 들어 있다. 프랑스가 전쟁에 이겼으니까 조약에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는 샴페인이라는 상표가 널리 쓰였던 것일까? 또 다른 전승국 미국이 베르사유 조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발포성 포도주 생산업자들은 샴페인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2006년에야 EU와 와인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결국 샴페인 상표를 보호한다. 축하의 술, 샴페인이 보호받게 된 배경이 프랑스가 제1차 세계대전 승리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