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군성 장관 샌드위치 백작서 유래한 음식

英 해군성 장관 샌드위치 백작서 유래한 음식

<10>샌드위치

유능한 정치인·군인, 다른 한편에선 도박꾼 평가  군비축소로 해군 감축 … 미국 독립에 빌미 제공

 

기사사진과 설명

샌드위치라는 이름은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 4세, 존 몬태규 경에서 비롯됐다. 세 차례나 영국 해군성 장관을 지내며 하와이 섬 발견, 미국 독립전쟁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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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라는 이름은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4 세, 존 몬태규 경에서 비롯됐다. 세 차례나 영국 해군성 장관을 지내며 하와이 섬 발견, 미국 독립전쟁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샌드위치는 빵과 빵 사이에 햄과 치즈, 계란 프라이와 채소 등을 끼워 먹는 것이 전부인 간단한 음식이다. 그래서 도박꾼이 노름하다 만든 음식이라는 소문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러나 샌드위치의 유래에는 복잡한 진실이 담겨 있다. 모르고 먹을 때는 하찮은 음식에 지나지 않지만 알고 나면 미처 몰랐던 사실이 보인다.

　샌드위치는 도박을 좋아하는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식사할 시간조차 아까워 하인에게 빵 사이에 고기조각을 끼워오라고 해서 먹은 것이 시초이고, 그래서 이 간편한 음식을 백작의 이름을 따서 샌드위치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샌드위치의 이런 유래는 과연 사실일까? 샌드위치라는 사람이 진짜 있었으며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도박꾼으로 세상에 이름을 남기에 된 것일까? 사실(史實)이면서 또 사실(事實)과 다른 것이 샌드위치의 유래다. 먼저 샌드위치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영국 남동부 도버해협에 있는 중세풍 도시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도시명이 음식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18세기 사람으로, 이 도시의 영주였던 샌드위치 백작 4세, 존 몬태규 경 때문이다. 샌드위치 백작은 세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음식 이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샌드위치라는 음식 이야기의 진실을 알아보면 이렇다. 1772년 프랑스 기행작가인 피에르 장 그로슬리가 쓴 ‘런던여행’이라는 책에 처음으로 유래가 나온다.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하다 빵에 소금에 절인 고기를 끼워 먹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사람이 “샌드위치와 같은 음식을 달라”고 주문한 것에서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적었다. 그리고 당시 런던에 떠돌던 소문을 적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샌드위치 백작의 일대기를 쓴 전기 작가 로저는 다른 주장을 한다. 존 몬태규가 각료였을 때 업무에 바빠서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고 책상에서 빵에다 고기를 끼워 먹었는데 이것이 샌드위치의 유래라는 것이다.

　샌드위치의 기원을 놓고 이야기가 엇갈리는데 이유는 음식 이름의 주인공인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 경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관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그를 유능한 정치인이며 군인이었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무능하고 부패했던 도박꾼에 지나지 않았다고 혹평한다. 샌드위치 백작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사람 따라 다르지만, 그가 역사적으로 비중 있는 인물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샌드위치 백작 4세, 존 몬태규는 영국의 명문 해군 제독 집안 출신으로 본인 역시 옥스퍼드 대학 출신에 세 차례나 해군성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와 관련된 업적이 많은데 예컨대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지도 곳곳에서 샌드위치와 관련된 지명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하와이 섬으로, 이곳의 옛날 이름이 샌드위치 섬이었다. 하와이는 1778년 제임스 쿠크 선장이 탐험했는데 당시 탐험을 지원한 해군성 장관 존 몬태규, 샌드위치 백작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샌드위치 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의 남극기지인 세종기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르헨티나 남동부의 남극해에도 사우스 샌드위치 군도라는 섬들이 있다. 이곳 역시 1775년 쿠크 선장이 발견해, 처음에는 후원자인 몬태규 경의 작위 이름을 따서 샌드위치 군도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3년 후 하와이를 샌드위치 섬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앞에 사우스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게 됐다. 이 밖에도 오스트레일리아 남동쪽에 몬태규라는 섬이 있고, 알래스카 만에도 몬태규라는 섬이 있는데 모두 샌드위치 백작인 존 몬태규 경을 기념해서 생긴 이름이다.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가 해군성 장관 시절에 영국 탐험대를 적극 지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존 몬태규는 미국 독립전쟁과도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다.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벌였을 당시 해군성 장관이 바로 존 몬태규였다. 이 무렵 존 몬태규는 유럽의 군비축소와 재정적인 이유를 들어 영국 해군의 규모를 줄였다. 그뿐만 아니라 독립전쟁이 일어났을 때, 영국 함대의 미국 파견을 반대했다. 함대가 미국으로 떠날 경우 프랑스 해군이 영국을 공격할 우려가 있다며 함대가 유럽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영국이 미국의 독립전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이 독립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적 반대파들이 존 몬태규를 도박이나 즐기는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이라고 비판한 배경이다. 도박에 빠진 샌드위치 백작이 식사시간도 아까워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으며 도박에 열중했다는 소문이 나돌게 된 배경이다.

　샌드위치의 유래만 보면 샌드위치 백작은 형편없는 도박꾼에 지나지 않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보면 샌드위치 백작에 대한 평가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는데, 어떤 일이든지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샌드위치가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