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작전에도 경영에도 베풀땐 확 베풀자 상대가 감동먹도록

구름위 2017. 1.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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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도 경영에도 베풀땐 확 베풀자 상대가 감동먹도록…

<8> 돼지족발


정기가 집중된 부위로 맛 일품산모 젖 나오게 하는데도 그만  되로 주고 말을 원한다면 ‘소인’史記 ‘골계열전’ 교훈 되새겨야


 산해진미가 도대체 어떤 음식일까? 비싸고 맛있다고 다 산해진미가 아니라 산과 바다에서 나는 귀한 재료로 만든 요리여야 한다. 역사상 산해진미라고 불렸던 음식이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유명한 것으로 여덟 가지 팔진미를 꼽는다. 그중에는 지금도 고급 중국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상어 지느러미인 샥스핀이 있고, 바다제비의 집으로 끓인 수프에 해삼 요리도 있다. 현재 보기 어려운 음식으로는 낙타 등과 사슴꼬리, 물고기 입술이 있으며 아예 먹을 수 없는 요리로 멸종된 생선이라는 시어, 국제적으로 식용이 금지된 곰 발바닥이 있다.

 팔진미 중에서도 진짜 맛있기로는 곰 발바닥을 꼽았는데 점잖은 맹자님도 입맛을 다셨을 정도다. “물고기도 먹고 싶고 곰 발바닥도 먹고 싶지만 둘 다 먹을 수 없다면 곰 발바닥을 먹겠다”

 맹자가 식도락을 즐겨서 한 말은 아니었고 다음 구절에 핵심이 담겨 있다. “사는 것도 중요하고 의로운 것도 중요하나 모두 할 수 없다면 목숨을 버리고 의로움을 택하겠다.”

 곰 발바닥을 ‘의(義)’의 상징으로 표현했던 것이니, 도대체 곰 발바닥이 무엇이기에 유교의 핵심가치인 의로움의 상징으로 여겼고, 또 얼마나 맛이 있었기에 고대의 산해진미인 팔진미 중 하나로 꼽았을까?

 곰 발바닥이 어떤 맛이었을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곰을 잡아 발바닥 요리를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야생동물보호에 관한 국제법 위반으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말 궁금하면 대신 돼지족발을 먹으면 된다. 곰 발바닥 요리의 맛을 기억하는 옛날 사람들은 하나같이 “돼지족발의 맛이 곰 발바닥과 가장 비슷하다”는 기록을 남겨놓았다.

 족발은 선호가 엇갈리는 음식이다. 생김새가 징그럽다고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고기와 달리 족발만의 특별한 식감과 풍미가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많다. 특히 돼지족발은 쫄깃쫄깃하면서 기름진 맛이 일품인데 사실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우리는 술안주를 겸해 출출할 때 간식으로 즐겨 먹고 아이를 낳은 산모가 젖이 나오지 않을 때 족발을 먹였을 정도로 몸에도 좋다고 여겼다.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예전 생일에 국수와 함께 족발을 먹으며 장수를 빌었고 당나라 때는 과거시험을 앞둔 선비들이 우리가 합격 엿을 먹고 수능을 치르는 것처럼 합격을 기원하며 족발을 먹었다. 서양도 돼지족발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독일에는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돼지족발 학세와 맥주에 푹 삶아 부드러운 아이스바인이 있다. 프랑스 사람은 달콤한 돼지족발 조림인 피에 드 코숑을 즐겨 먹고 이탈리아의 돼지족발인 참포테는 새해 첫날 먹는 음식이다.

 사람들이 족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족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동물은 네 발로 걷기 때문에 모든 정기가 발바닥으로 몰린다고 믿었다. 천하제일 진미로 꼽았던 곰 발바닥도 곰이 걸어 다니며 수시로 발바닥을 핥기 때문에 정기가 모여 맛도 좋고 몸에도 좋으니 맹자가 곰 발바닥을 의로움에 비유했던 것이다. 돼지족발 역시 육중한 몸을 지탱해주는 강인함에다 아무리 추워도 돼지발이 동상 걸렸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으니 돼지의 정기가 족발에 집중됐다고 믿은 모양이다.

 좋은 음식은 옛날부터 하늘이나 조상님을 모시고 제사 지낼 때 썼는데 돼지족발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찔끔찔끔 놓으면 세상에서 욕을 먹기 마련이다.

 기원전 371년,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나라가 대군을 보내 국경을 침범하자 놀란 제나라 위왕이 이웃 조나라로 재상 순우곤을 파견해 구원병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황금 백 근과 말 네 필이 끄는 마차 10대를 예물로 준비했다.

 그러자 순우곤이 고개를 젖혀 크게 웃다가 모자 끈이 끊어졌다. 왕이 웃는 까닭을 묻자 순우곤이 이유를 말했다. “오늘 아침 오는 길에 어느 백성이 제단에 돼지족발 하나와 술 한 잔을 올려놓고 하늘에 소원을 비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지대에 있는 밭에서는 바구니에 가득 차도록 수확이 나도록 해주시고 저지대 밭의 곡물로는 수레를 채워주시며 부디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 창고에 가득 차도록 해주십시오.’ 신이 보기에 하늘에 바친 제물은 달랑 돼지족발 하나로 많지 않은데 바라는 것은 너무 많았던 것이 떠올라 웃은 것입니다.”

 순우곤의 말을 들은 위왕이 예물을 늘려 황금 천 근을 준비하고 백옥 10쌍, 그리고 마차 100대를 마련했다. 순우곤이 예물을 갖고 조나라에 도착해 원병을 요청하자 조왕이 정예병사 10만과 갑옷을 두른 전차 1000대를 파견하니 소식을 들은 초나라에서 놀라 밤새 군대를 철수시켰다. 초라한 음식이라는 뜻의 사자성어, 돈제우주(豚蹄盂酒)라는 말의 유래인데 사마천의 사기(史記)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무리 산해진미 음식이고, 값나가는 물건이라도 아깝다고 찔끔찔끔 내놓으면 소인이라고 욕먹기 마련이다. 인생의 처세, 작전과 경영에서도 투자할 때는 과감하게 상대방이 감동하고 감탄하도록, 베풀 때 확 베푸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