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저격전
- ‘신출귀몰’ 무자헤딘 게릴라에 소련군 치명타
- 2008. 12. 02 00:00 입력 | 2013. 01. 05 04:16 수정
유럽식 전쟁의 전투훈련과 장비를 갖춘 소련군은 장거리 사격이 필요한 넓은 아프가니스탄 지형에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BTR이나 BMP 수송 장갑차 작전을 수행하는 데 익숙했던 소련군 병사들은 적의 직격탄이 쏟아지면 이를 피하기에 급급하고 안전한 장갑차에서 나오기를 꺼렸다.
양측의 사격 수준은 일반적으로 낮았지만, 무자헤딘은 적어도 장비 면에서 이점을 갖고 있었다. 소련군 병사들의 칼라시니코프 돌격용 자동소총이 300m 이상 거리에서는 비효율적이었다. 반면에 구식 영국제 리 엔필드 총이나 민수용으로 제조된 사제소총으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반군들은 800m 이상의 거리에서도 소련군을 저격할 수 있었다.
대장간에서 만든 단발 노리쇠 몸통에 긴 파이프를 단 원시적인 총이 더 위력적이었다.아프가니스탄 반군 스나이퍼들의 저격으로 산악지대에서 소련군들의 작전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련군 정예 공정부대가 도로에 막혀 고립되고 많은 병사가 혹한의 고지에서 신출귀몰하는 게릴라들의 저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군은 서방으로부터 더 발달된 무기를 도입할 수 있었고, 그중 일부 저격용 소총은 도로만을 사용하는 소련군들에게 매우 위협적이었다. 특히 무자헤딘의 게릴라인 아메드 마수드가 이끄는 펀즈샤르(Panjshir) 저격수들은 강력하게 무장돼 카불과 소련 국경을 연결하는 산악보급로를 차단하고 소련군들에게 치명적인 사격을 가했다.
소련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소련군은 정예 저격사단을 투입하고 산악지대에 독가스를 살포하는 한편,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의 스나이퍼를 세 배로 늘렸다. 모든 전투중대에도 저격분대 혹은 소대를 편성해 장거리 사격을 강조했다. 그들의 주 임무는 반군 저격수를 색출하거나 산악지대에서 소련군 초소를 감시하는 게릴라들을 소탕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반군들의 저항은 더욱 불같이 일어났고 저격수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피할 수 없는 저격탄에 의해 소련군 고급장교나 부사관들이 계속 쓰러지고 병사들의 사기 또한 급격하게 떨어졌다. 해가 바뀔수록 마수드가 이끄는 무자헤딘 반군 저격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시에 나타나 기습공격을 가하고는 험준한 산악지대로 사라졌다.
카불과 바라·히싸르 기지 그리고 소련군 군사령부 및 대사관까지 저격수들의 사격이 가해졌다. 1984년부터 소련군들도 무자비한 보복전으로 나왔다. 민간인 목표물에 대한 폭격과 방화, 가축도살, 가옥파괴 등을 자행하고 공정대가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그리고 카불 시 주변 10마일 이내를 폭격으로 초토화시켜 게릴라들의 침투를 막고자 했다.
한편 스페츠나츠의 스나이퍼들에게는 반군 저격수를 소멸시키라는 특명이 하달됐다. 당시 스페츠나츠의 저격용 화기는 1967년에 도입된 SVD 총인데, 이는 구식 모신 나강 소총에서 쓰이는 고강도의 7.65×54mm 탄환을 사용했다. 야브제니 드라구노프(Y. Dragunov)가 설계한 SVD는 발광 사거리 측정기가 내장된 4배율 PSO-1 망원 조준경을 장착했기 때문에 야간작전에 유리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지형에서 장거리 저격용 화기로도 적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름난 SVD는 바르샤바 조약국과 소련 연방 국가들의 관심을 끌었고 유고에서는 SVD 복제품인 M76총을 대량으로 생산해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의 테러리스트나 게릴라들에게 수출했다.)
소련군의 저격전으로 무자헤딘 반군들의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반군 저격수들의 구식 저격총은 더 이상 SVD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프가니스탄의 곳곳에서 게릴라들의 침투와 습격작전으로 말미암아 소련군 지상부대는 더욱 큰 위협을 받게 됐다. 더구나 소련군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는 주변의 파키스탄과 이란의 무자헤딘 지원세력들까지 가세했다.
결국 아프가니스탄을 불법 침공한 소련군은 피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됐다. 국제여론과 기상의 악조건, 그리고 반군들의 끈질긴 저항은 공정부대나 중장비로 무장한 기계화부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1989년 초 소련군이 전면적으로 철수할 때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에서는 끊임없는 총성과 살상전이 벌어졌고 수많은 목숨이 10년간의 무모한 전쟁에서 저격수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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