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윤태근 선상의 요트 세계일주기] ② 오키나와에서 타이완 화롄까지

구름위 2013. 4.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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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근 선상의 요트 세계일주기] ② 오키나와에서 타이완 화롄까지
미야코지마 항해 중 트롤링낚시 가다랑어 '손맛'


10월27일. 오키나와에 도착한 지 9일째다.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동으로 향하던 태풍이 방향을 돌려 이곳으로 통과하게 되면서 지루한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특이하게도 제20호 태풍 '루핏'은 진행속도가 아주 느렸고 지나는 길도 뱀처럼 꼬불꼬불했다. 오키나와를 지날 때도 이틀간 많은 비와 강풍이 몰아쳤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갔고 드디어 맑은 하늘 아래 적당한 바람이 오키나와 기노완 마리나로 불어왔다. 출발할 때가 된 것이었다.

이시가키~타이완 첫 물길 두려움 느껴
태풍에 묶이지 않으려 무리하게 출발
화롄항 마리나 시설 없어 정박에 어려움

오전 늦게 기노완 마리나를 빠져 나왔다. 인트레피드호를 조심스럽게 몰아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그리고 미야코지마로 항로를 맞추었다. 낮 동안 바다는 다소 거칠긴 했지만 순풍을 받으며 시속 6노트로 달렸다. 거친 바람 속에 험악하고 광활한 바다에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인트레피드호에 앉아 얼마간 낙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레이더 화면과 AIS(선박항행정보시스템) 어느 쪽이나 80㎞ 이내에는 단 한척의 배도 없다.

밤사이 바람은 더욱 강해져 인트레피드호를 힘껏 밀었다. 속도가 7~8노트를 넘나들어 동틀 무렵 미야코지마에 70㎞ 거리까지 다가갔다. 아침이 되자 파도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트롤링낚시를 했는데 80㎝급 '만새기'와 40㎝쯤 되는 '가쓰오(가다랑어)'를 한 마리씩 잡았다. 부식으로 사용될 것이다. 주식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미야코지마에 접근해 오후 3시30분 히라라항에 도착하였다. 히라라항에는 오키나와에서 소개받은 도마리씨가 나와서 접안을 도와주었다. 요트를 타고 여행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요트맨들의 지원이다. 요트를 타고 어딜 가든지 쉽게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또 한 가지는 '집'을 갖고 다니니까 숙박비와 외식비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미야코지마에서 이시가키섬까지는 약 130㎞ 거리다. 어둡기 전에 도착하려면 일찍 출발해야 했다. 다음날 새벽 어둠 속에 잠겨있는 히라라항을 빠져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워 주변을 쉽게 분간할 수 없었지만 등대표시와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해 천천히 포구를 나와 산호초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바다는 어제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섬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이시가키섬의 북단으로 목적지를 맞추었다.

오전 늦게 미야코지마와 이시가키섬 중간에 있는 타라마섬을 지났다. 파도는 여전히 뒤쪽에서 인트레피드호의 꽁무니를 힘껏 밀었다. 타라마섬에서 다시 한 번 자이빙(바람을 반대편 쪽에서 받기 위해 방향을 돌림)을 했다. 점심때가 지나 이시가키섬 근처에 당도했지만 그곳에서 다시 포구까지 5시간이 걸렸다. 이시가키 항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처음 들어오는 포구라 육지와 바다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인트레피드호는 "깊이가 얕아 가면 안 된다"고 연신 알람을 울려댔다. 요트계류장을 찾는 걸 포기하고 어항에 배를 정박하고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어촌포구에서 배를 빼내 근처에 있는 요트계류장으로 이동했다. 이시가키는 약 4만명 정도가 사는 섬인데 요트가 10여척 정도 있었다. 타이완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곳에서 타이완 입항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일본에서 출항수속을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곳 이시가키에서 타이완은 코앞(약 280㎞)이지만 일본 본토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가고시마까지만 하더라도 700㎞는 될 것이다. .

타이완의 화롄(Hualian)까지는 이곳에서 약 240㎞ 거리이다. 5노트의 속도로 간다면 30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파도가 2~3m에 바람이 다소 거셀 것으로 예보되었다. 이시가키섬과 타이완 사이에는 쿠로시오해류가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지금의 북동풍과 마주쳐서 아주 파도가 거칠 것이라는 게 이곳 요트맨들의 이야기. 이번에 출발하지 않으면 현재 필리핀으로 향하고 있는 태풍의 영향으로 최소한 5일정도 여기서 머물러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무리한 것은 알지만 출발하기로 했다.



윤태근 선장(사진 맨오른쪽)이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히라라항에서 정박하던 중 세계 각국의 요트인들과 조촐한 선상 파티를 갖고 있다.



밤사이에 비가 내렸고 바람소리도 날카로웠다. 섬의 서북단을 돌아 타이완 화롄으로 항로를 고쳐 잡았을 때 쯤 안개인줄 알았던 구름이 다가와 한바탕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화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거리를 재어보니 195㎞이었다. 20시간이면 갈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없이 대한해협을 건넜지만 왠지 이곳의 첫 물길이 두렵기 만하다. 2㎞ 뒤편에 갑자기 물체가 나타나 레이더에 경보가 울렸다. 그 물체는 10분 가량 레이더에 포착되다가 사라졌다. 혹시 잠수함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언젠가 잠수함이 요트 아래로 떠올라 큰 사고로 이어진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11월의 첫날. 지나온 물길 자국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앞쪽에 희뿌옇게 보이는 거대한 산들이 점점 모양이 뚜렷해졌다. 타이완이었다. 일본 국기를 내리고 타이완 국기와 검역 깃발을 걸었다. 화롄항 앞에 도착했다. 항의 크기나 모습이 우리나라 동해 쪽 항구와 비슷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잠시 잠을 자기 위해 누웠는데 설마 했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항내에서 악천후를 맞게 된 것에 감사했다.

화롄은 국제항으로 태풍이 와도 끄떡없다고 들었는데 와 보니 궂은 날씨에 요트가 정박하기에는 위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이완에는 타이베이와 가오슝 두 곳 만 마리나 시설이 있다고 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마리나 시설이 있는 걸로 알고 화롄에 찾아 온 것이었다.

글·사진=윤태근(cafe.daum.net/yoontaegeun)
10월27일. 오키나와에 도착한 지 9일째다.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동으로 향하던 태풍이 방향을 돌려 이곳으로 통과하게 되면서 지루한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특이하게도 제20호 태풍 '루핏'은 진행속도가 아주 느렸고 지나는 길도 뱀처럼 꼬불꼬불했다. 오키나와를 지날 때도 이틀간 많은 비와 강풍이 몰아쳤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갔고 드디어 맑은 하늘 아래 적당한 바람이 오키나와 기노완 마리나로 불어왔다. 출발할 때가 된 것이었다.

이시가키~타이완 첫 물길 두려움 느껴
태풍에 묶이지 않으려 무리하게 출발
화롄항 마리나 시설 없어 정박에 어려움

오전 늦게 기노완 마리나를 빠져 나왔다. 인트레피드호를 조심스럽게 몰아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그리고 미야코지마로 항로를 맞추었다. 낮 동안 바다는 다소 거칠긴 했지만 순풍을 받으며 시속 6노트로 달렸다. 거친 바람 속에 험악하고 광활한 바다에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인트레피드호에 앉아 얼마간 낙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레이더 화면과 AIS(선박항행정보시스템) 어느 쪽이나 80㎞ 이내에는 단 한척의 배도 없다.

밤사이 바람은 더욱 강해져 인트레피드호를 힘껏 밀었다. 속도가 7~8노트를 넘나들어 동틀 무렵 미야코지마에 70㎞ 거리까지 다가갔다. 아침이 되자 파도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트롤링낚시를 했는데 80㎝급 '만새기'와 40㎝쯤 되는 '가쓰오(가다랑어)'를 한 마리씩 잡았다. 부식으로 사용될 것이다. 주식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미야코지마에 접근해 오후 3시30분 히라라항에 도착하였다. 히라라항에는 오키나와에서 소개받은 도마리씨가 나와서 접안을 도와주었다. 요트를 타고 여행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요트맨들의 지원이다. 요트를 타고 어딜 가든지 쉽게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또 한 가지는 '집'을 갖고 다니니까 숙박비와 외식비가 절약된다는 것이다.

미야코지마에서 이시가키섬까지는 약 130㎞ 거리다. 어둡기 전에 도착하려면 일찍 출발해야 했다. 다음날 새벽 어둠 속에 잠겨있는 히라라항을 빠져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워 주변을 쉽게 분간할 수 없었지만 등대표시와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해 천천히 포구를 나와 산호초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바다는 어제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섬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이시가키섬의 북단으로 목적지를 맞추었다.

오전 늦게 미야코지마와 이시가키섬 중간에 있는 타라마섬을 지났다. 파도는 여전히 뒤쪽에서 인트레피드호의 꽁무니를 힘껏 밀었다. 타라마섬에서 다시 한 번 자이빙(바람을 반대편 쪽에서 받기 위해 방향을 돌림)을 했다. 점심때가 지나 이시가키섬 근처에 당도했지만 그곳에서 다시 포구까지 5시간이 걸렸다. 이시가키 항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처음 들어오는 포구라 육지와 바다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인트레피드호는 "깊이가 얕아 가면 안 된다"고 연신 알람을 울려댔다. 요트계류장을 찾는 걸 포기하고 어항에 배를 정박하고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어촌포구에서 배를 빼내 근처에 있는 요트계류장으로 이동했다. 이시가키는 약 4만명 정도가 사는 섬인데 요트가 10여척 정도 있었다. 타이완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곳에서 타이완 입항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일본에서 출항수속을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곳 이시가키에서 타이완은 코앞(약 280㎞)이지만 일본 본토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가고시마까지만 하더라도 700㎞는 될 것이다. .

타이완의 화롄(Hualian)까지는 이곳에서 약 240㎞ 거리이다. 5노트의 속도로 간다면 30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파도가 2~3m에 바람이 다소 거셀 것으로 예보되었다. 이시가키섬과 타이완 사이에는 쿠로시오해류가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지금의 북동풍과 마주쳐서 아주 파도가 거칠 것이라는 게 이곳 요트맨들의 이야기. 이번에 출발하지 않으면 현재 필리핀으로 향하고 있는 태풍의 영향으로 최소한 5일정도 여기서 머물러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무리한 것은 알지만 출발하기로 했다.

밤사이에 비가 내렸고 바람소리도 날카로웠다. 섬의 서북단을 돌아 타이완 화롄으로 항로를 고쳐 잡았을 때 쯤 안개인줄 알았던 구름이 다가와 한바탕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화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거리를 재어보니 195㎞이었다. 20시간이면 갈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없이 대한해협을 건넜지만 왠지 이곳의 첫 물길이 두렵기 만하다. 2㎞ 뒤편에 갑자기 물체가 나타나 레이더에 경보가 울렸다. 그 물체는 10분 가량 레이더에 포착되다가 사라졌다. 혹시 잠수함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언젠가 잠수함이 요트 아래로 떠올라 큰 사고로 이어진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11월의 첫날. 지나온 물길 자국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앞쪽에 희뿌옇게 보이는 거대한 산들이 점점 모양이 뚜렷해졌다. 타이완이었다. 일본 국기를 내리고 타이완 국기와 검역 깃발을 걸었다. 화롄항 앞에 도착했다. 항의 크기나 모습이 우리나라 동해 쪽 항구와 비슷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잠시 잠을 자기 위해 누웠는데 설마 했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항내에서 악천후를 맞게 된 것에 감사했다.

화롄은 국제항으로 태풍이 와도 끄떡없다고 들었는데 와 보니 궂은 날씨에 요트가 정박하기에는 위험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이완에는 타이베이와 가오슝 두 곳 만 마리나 시설이 있다고 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마리나 시설이 있는 걸로 알고 화롄에 찾아 온 것이었다.

글·사진=윤태근(CAFE.DAUM.NET/YOONTAEGEUN)

 

10/11 부산항을 출항한지 이십여일만에 대만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준비과정이 반이라고 합니다. 세계일주를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도 힘은 들지만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윤선장님 처럼 무기항이 아닌 기항 항해를 한다면 핸드폰과 이메일을 활용한 기상정보 수신도 보조 수단의 한가지 방법이 될 수가 있겠습니다. 현재 국내 연안 항해시 해양경찰이나 해군에서는 요트와 연락 체계를 핸드폰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윤선장님은 한국의 기상전문가가 핸드폰과 이메일 등을 활용하여 서포트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양을 건너갈 때는 힘들겠지만...

현재까지 항로
10/11 11:05 부산 출발 10/12 15:55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항 도착
10/14 16:00 나가사키 출발 10/16 17:00 아마미오 도착
10/17 07:00 아마미오 출발 10/18 11:00 오키나와 기노완 마리나 도착
10/27 11:00 오키나와 출발 10/28 15:30 미야꼬지마 섬 평랑항 도착
10/29 04:00 미야꼬지마 출발 10/30 15:00 이시가키 섬 도착
10/31 06:50 이시가키 출발 11/01 10;45 대만 화련 항 도착

한국 부산항에서 대만 화련까지 직선 거리 약 1,500Km
윤선장님 일본 우회 항해 거리는 약 1,800Km 입니다.
기항지에서 만나는 그곳 사람들의 뜨근뜨끈한 삶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대만 화련항에서 홍콩까지 약 900Km의 항해가 될 예정입니다.

끝까지 즐겁고 안전한 항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