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군을 강타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 뿐이었다. 이미 맥클레란의 군의 일부는 제임스강의 해리슨 랜딩에 도착했으며, 제임스강에 도착하면 북군은 함대의 함포속에서 안전할 것이었다. 북군을 상대로 섬멸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맬번힐에 있는 북군 방어진지를 돌파하여 후진을 와해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이무렵 리는 계속된 작전 실패로 인해 화가 난 상태였다. 얼리 장군이 전투 전에 맥클레란이 도주할 것이 우려된다고 하자, “그래, 그는 빠져나갈 거야, 내가 명령대로 부대를 움직일 수 없는 데 당연하지!” 라고 하였다. 잃어버린 승리의 기회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1862년 7월 1일, 잭슨의 부대는 이 전역에서 처음으로 제 시간에 도착했다. 롱스트리트와 D.H 힐도 도착했다. 하지만 매그루더의 부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글렌데일에서 우회로 없이 와야 되기 때문에 정체되고 있었던 것이다. 매그루더의 도착을 기다리면서 리와 예하 장군들은 북군의 진지를 정찰했다.
맬번힐은 동,서,남쪽으로는 가파른 경사였고, 대부대가 움직일 수 있는 곳은 탁트인 북쪽 뿐이었다. 북군에게는 방어에 이상적인 지형이었으며, 고지의 좌우에 대포를 배치하고 1만 8천의 북군이 배치되어 있으며 고지의 좌우에 나머지 북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북군의 함포도 엄호가 가능한 상태였다.
북군의 배치 상태를 살펴본 결과, 정면돌파는 매우 무모해 보였다. 북군의 포대 배치가 매우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리는 잭슨과 롱스트리트에게 남군에게 적합한 포진지를 찾고, 포격으로 북군의 포대를 부드럽게 만든 뒤에 전진하도록 하였다. 이 때 공격의 선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매그루더 지휘하의 아미스테드 여단이 맡기로 하였다. 이 명령이 하달 된 것은 오후 1시 반이었다.
하지만 맬번힐의 북군 포진지가 워낙에 강력한 데다, 남군의 포대가 효과적으로 배치되지 못한 이유로 인해 포격전은 금새 남군의 패배로 끝났다. 오후 2시 반에 남군의 포대는 침묵하였다. 포격전으로 북군을 제압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병을 보낸다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였다. 리는 적의 강력한 진지를 우회하고자 하였다. 그간 격전으로 인해 배후에 남겨둔 롱스트리트와 A.P 힐에게 적의 좌측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하였다.
맬번힐 전투 지도
그런데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오후 4시에 매그루더가 맬번힐에 도착하였다. 매그루더는 도착하자마자 리가 1시 반에 작성한 명령서를 보게된다. ‘적의 포진지를 제압하면 아미스테드를 선봉으로 돌진하라’ 불행히도 명령서에는 작성한 시간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매그루더는 직전에 작성된 줄로 착각하게 된다. 마침 이 순간 북군 섬너 사단의 전초병들이 전진해와서, 아미스테드가 그들을 약간 밀어냈다. 매그루더는 명령서에 나온 바로 그 상황으로 착각하고 공격을 개시한다.
리장군은 매그루더의 공격에 휘팅의 잘못된 보고, '맬번힐의 북군이 후퇴준비하고 있습니다.' 라는 전갈을 받자 우회에 대한 생각을 취소하고 정면돌파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하였다.
전투는 이제 돌이킬 수 없어졌다. 아미스테드에 이어서 매그루더는 라이트 여단과 마혼 여단을 투입하였고, 이어서 D.H 힐도 자신의 사단 병력을 투입하였다.
맬번힐의 북군 포대
앞서 남군의 포대를 파괴했던 북군의 대포는 그대로 남군 보병에게 퍼부었다. 남군은 북군의 포격으로 인해 한번에 공격하지 못하고 분리되서 공격하였다. D.H 힐 사단은 자신의 사단 전체를 보내지 않고 한 개 여단 씩 차례로 보냈다. 라이트와 마혼 여단은 적 진지 30미터 앞까지 돌격했다가 후퇴해야 했다. 힐 사단은 다른 부대도 그 이상은 전진할 수가 없었다.
남군의 공격 기세는 너무나 격렬했기 때문에 북군 진지를 거의 점령할 듯도 보였지만 결국 돌파하지 못했다. 이 날 아미스테드 여단은 3차례나 돌격을 하였다. 로저스 여단의 존 브라운 고든 연대장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긴다. “20분 사이에 내 연대의 반이 쓰러졌다. .. 허리에 찬 권총은 손잡이가 날아갔고, 오른쪽에 찬 수통은 파편에 맞아 물이 다 세어버렸다. ”
북군 전방에서 사투를 벌이는 남군
전투가 종료하고 북군은 3천, 남군은 5천의 사상자를 내었다. 오후 10시가 되자, 맬번 힐의 마지막 북군이 해리슨 랜딩으로 빠져나갔다. 리의 장군들 중에서는 스튜어트처럼 아직 우회 공격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해리슨랜딩으로 가는 길이 워낙 협소한 데다, 북군의 함대와 대포가 너무 위협적이었다. 이제 이 지역의 전투가 종료되었다.
리는 7일 전투를 통해 함락 직전에 있던 남부의 수도를 구하고 맥클레란을 남쪽 제임스강으로 후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퇴하는 북군을 격파할 수 있는 기회를 번번히 놓치고 만다. 전술적 실패와 전략적 성공이 서로 비등비등했다. 리가 7일 전투에서 북군을 격파하는 데 실패한 이유를 크게 4가지로 든다.
첫 번째, 지도의 부정확성과, 참모진의 경험부족, 그리고 중요한 순간의 기병대의 부재 등으로 인해 리에게는 어려운 지형에서의 작전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 워낙에 남북전쟁 자체가 참모진이 미숙하긴 하였지만, 특히 7일전투에서 남군의 참모진은 매우 엉성했다.
두 번째, 남군의 포병대가 질과 양에서 형편없었다. 북군의 포대를 파쇄하지도 못했고 보병을 적절하게 지원해주지도 못했다. 남군 포병대장은 팬들톤이었는 데, 훗날 빛을 보게되는 포터 알렉산더에 비하면 능력이 매우 부족한 장군이었다.
세 번째, 리가 부하 장군들을 너무 신뢰하고, 재량권을 많이 주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훗날 게티즈버그에서도 다시 반복되는 리의 지휘력의 거의 유일한 결함이다.
네 번째, 잘 정비되고 우세한 북군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리의 전술적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북군은 전략적으로 패배하게 됬는가? 이에 대해서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리의 전략의 기본적인 바탕이 우수했다. 소수의 남군으로 다수의 북군을 견제하면서, 남군의 주력과 잭슨의 군은 북군의 노출된 측면을 우회하여 공격하였다. 비록 세부적인 전투에서 차질을 빚어도, 워낙에 전체적인 큰 그림이 남부에 유리했기 때문에 맥클레란은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남군 보병대의 자질의 우수성이다. 리의 남군은 혹독한 전투에도 와해되지 않고, 긴 전투에도 지치지 않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패주하는 북군을 쫓는 다는 낙관적 생각에서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
세 번째, 북군 총사령관인 맥클레란의 자질문제다. 북군 내에서 최고의 행정가이자 유능한 수완가였지만, 결단코 그는 전투 현장에서 부대를 지휘할 자질이 없었다. 7일 전투 중 대부분은 휘하 군단장인 섬너나 포터의 지휘하에서 임시방편적으로 배치된 진지에서 싸운 전투였다. 맥클레란은 최전선 2킬로 이내에 위치한 적이 없으면 심지어는 격전을 앞두고 제임스강의 갈렌호에 ‘피신’해 있기도 하였다.
7일 전투는 지휘관의 자질이 전투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다. 맥클레란의 북군은 분명히 물리력에서 남군에 우세했으며, 실제 5번의 전투 중 게인즈밀을 제외한 4번의 전투를 승리하였다. 북군의 감투정신은 훌륭했으며 포병대는 매우 우수했다.
하지만 최고사령관은 이미 정신적으로 리에게 압도되었었다. 리가 공세를 걸어오자, 맥클레란은 리와 결전을 벌일 생각은 커녕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남쪽으로 후퇴하였다. 후퇴하는 간간히 전투가 벌어졌고 그 전투에서 북군이 매우 잘 싸웠음에도, 그것은 맥클레란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곧장 남쪽으로 빠져나갔다.
남북 양군의 최고사령관의 자질에서 현격하게 차이가 나자, 실제 양군 사이의 물리력의 차이는 무의미해졌다.
수도 함락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등장해 북군을 격파한 리는 남부의 국민과 병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 전투를 통해 리는 남부를 구한 영웅으로 우뚝서게 되었으며 여기서 얻은 부하들의 신뢰는 그가 애포머톡스에서 항복하는 그 순간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7일 전투는 비록 전술적으로는 아직 미숙한 초전이었지만 리와 남부에게는 너무나 귀중한 대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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