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일본이야기

사나다 유키무라 최후의 전투.

구름위 2013. 1. 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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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다 유키무라 최후의 전투.

사나다 유키무라는 일본 전국시대에 이름난 지장이다. 다케다 가문 가신
이던 사나다 마사유키의 작은 아들로서 뛰어난 군사인 아비로부터 어린시절
부터 용병을 배웠으며 신슈 누마다성 전투등지에서 뛰어난 공훈을 세우기도
했다. 세키가하라 싸움이후 동군편을 들었던 형 노부유키는 신슈에서 5만석
영주가 되나 유키무라는 아버지 마사유키를 따라 구도산에 은거하고, 사나
다 가문에 비장되는 병법을 모조리 전수받게 된다.
오사카성에서 마침내 싸움이 벌어지게 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에게
막부의 중신자리와 조오슈 10만석의 영주 자리를 제안하며 포섭하려 하나
유키무라는 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자신의 군사적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
는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앞날 마저 불안한 오사카 편을 들어 오사카
성에 입성한다.

세키가하라 싸움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이이 대장군이 되어 명실상
부한 일본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리와 요도기미에게 오사카
성을 주고서 도요토미 가문의 가명을 이을수 있도록 배려했으나, 이것저것
불평불만자들의 획책과 실직 낭인들의 충동에 의하여 15년뒤인 1615년엔 오
사카와 막부는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세키가하라 전투이후 실직한 무
수한 낭인들과 갈곳이 없는 천주교 신자들이 오사카성에 모여 막부측에 대
항하는 군사가 되었고, 막부는 이것을 중대한 반역으로 간주해 20만에 달하
는 대병력으로 포위함으로서 오사카 겨울전쟁이 벌어진다. 지루한 대치전과
소규모 조우전이 벌어지고, 막부측의 대포공격에 의해 오사카군이 사기를
잃을 즈음 화의가 진행되어 결국, 오사카 겨울전쟁이라 불리는 1차전은 화
의로 끝맺음 된다. 오사카 성주인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오사카성을 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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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고오리야마로 영지를 옮기는 것으로 사건은 끝이나려 했으나 갈곳
없는 난폭한 낭인집단들의 강경한 의견을 조정하지 못한 오사카성의 중신들
은 결국 2차 전투의 개전으로 사건을 진행시켜 버리게 된다. 이때 사나다
유키무라는 줄곧 오사카성의 주력군의 대장으로서, 총군세 지휘감독관으로
서 맹활약을 했으나 2차전으로 돌입하게 되면서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애
초부터 잃어버리게 된다.

오사카 여름 전투

솔직히 말해서, 오사카 전투의 첫막인 겨울의 싸움이 싱거운 화의로 결말
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바로 평화로 직결되리라는 생각을 한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도일 것이다. 2대 세이이 장군인 도쿠가와 히데다다를
비롯한 막부중신들 누구도 그것이 제대로된 화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사카쪽도 마찬가지였다. 화의를 맺어두고 에에야스가 늙어 죽길 기다린다.
그리고 이에야스가 죽은 뒤 생긴 혼란을 틈다 다시 군사를 일으키면, 이쪽
이 승리. 라는 계산을 하고 있으니 동상이몽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
이며, 불쌍한 것은 노구를 이끌고 전쟁터까지 나서야만 했던 이에야스인 것
이다.
사나다 유키무라는 그런 의미에서 미적지근한 화의에는 애초부터 반대였
다. 어차피 막부군과 진정한 화의를 맺을수 없을텐데, 형식적인 화의란 오히
려 아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소라며 반대를 했지만, 오오노 하루나가와
하루후사형제와 요도기미 측근의 어리석음은 그런 유키무라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못했다. 그러고는 줄곧 되풀이 하는 것이 '잘되면 기회가 생긴다'같
은 어리석은 바램인 것이다.
결국, 유키무라가 예언한 대로 겨울이 막 지나고 봄기운이 여기저기 느껴
질 무렵이 되자 일본열도는 다시금 전운에 휩사이는 것이다.

오사카의 겨울전쟁까지만 해도 도요토미 히데요리(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와 그 측근들이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서 일이 진전되었다. 그런데 다음
해 봄이 되자 오사카성을 둘러싼 묘한 이해관계는 그들로 부터 사건을 주도
해 나갈 능력도 의지도 박탈하는 결과를 불렀다.
세키가하라 대전쟁 이후 실직상태가 되어버린 15만정도되는 낭인들과 갈
곳이 없는 천주교 신자들. 이들이 모두 오사카성으로 몰려왔던 것이 지난
겨울전쟁인데, 그것이 어이없게도 미적지근한 화의로 결말을 지어버리자, 이
들이 쉽게 오사카성을 버릴수 없게 된 것이다. 어차피 이들은 도쿠가와의
천하에서는 살곳이 없는자들. 이래저래 버림받는다는 느낌이 커져 버리자
손댈수 없는 불평분자로서 오사카성의 주인들조차 통제할수 없는 집단이 되
어버리고, 그들 집단의 경거망동에 의해 막부측에서 다시한번 오사카를 공
격해 성자체를 장악해버릴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 것이다.
이에야스는 가급적이면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요도기미를 무사히 성에서
나오게 하여 전란을 피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어떤 수단을 강구하기도 전에
벌써 오사카측의 난폭한 부대들이 야마토와 교토둥지에 방화를 하고 다님으
로서 오사카 여름전쟁이 시작되어 버린다.

사태를 개전-으로 몰아간건 오오노 하루나가의 동생 하루후사와 도오껜쪽
의 난폭자들이다. 이들은 실직낭인들의 지지를 받는 패들인데, 히데요리와
요도기미, 하루나가가 이에야스의 바램을 들어 성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듯 하자, 자신들의 입지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해 야
마토 고오리야마를 방화해 버린 것이다. 고오리야마는 이에야스가 히데요리
에게 물러나라고 지정해준 영지인데, 그곳을 방화해 버림으로서 히데요리
본인이 절대항전의 의지를 내보인것과 같은 의미가 되어 버렸고, 일흔둘의
나이로 더 이상 전투따위 벌이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염원을 가진 이에야스
의 체면을 무참하게 만들어 버렸다.
자연히 교토주변에 포진해 있던 막부군들은 대장군 히데다다의 명령과 오
고쇼(전직 세이이 대장군 이에야스의 은퇴명)의 명령으로 서서히 오사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주력은 야마토 가도를 따라 서진하는 길을 택
했다.

이 오사카 여룸 전쟁에서 오사카성에는 보병이 8만가량있었고, 기마무사
가 1만6천여가 있었다. 그리고 잡병들을 합치면 15만에 달하는 병력이 오사
카성에 있는 셈이었다. 이들 15만의 대병력을 각기 교토쪽과 하리마쪽 가도
를 봉쇄하는데 쓰니, 막부군 주력이 진군해 오는 야마토가도로 파견할수 있
는 병력은 6만까랑으로서, 그중 정예라 할만한 자들은 2만정도였다. 이에 맞
서는 막부측 선봉은 도오도, 미즈노, 이이, 마쓰다이라, 다데등 10만이었고
모두 쟁쟁한 무사들이 나서고 있었다.

4월28일, 오사카측의 방화로 인해 불타는 사카이(界)항구에서 막부측 수군
과 오사카를 편든 수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본격적인 오사카 여름전쟁
의 시작은 바로 이 수전에서 부터라고 해도 좋으리라. 고오리야마를 불사른
오사카군은 즉각 나라로 진격방향을 돌려 일본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문
화유산이 가득한 나라를 방화하기 위해 맹렬히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
을 접한 교토의 소시다이(교토 행정, 치안담당관) 이다꾸라 가쓰시게는 이에
야스가 교토치안유지를 위해 배치해둔 아사노가문에게 일러 즉시 나라로 출
격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최선봉으로 진격해 오는 미즈노 가쓰나리의 6천여
병력에게도 지원 요청을 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라에 전화를 끌어들여서는 안된다는 이에야스의
엄중한 명령이 있었기에 막부측 장수들은 오사카군보다 빨리 나라에 당도하
기 위해 사력을 다하였다.
나라로 진격해 가는 오사카군 선봉은 오오노 하루후사와 하나와 단에몬,
도오껜, 하루다네 고오리 슈메, 오까베 다이가꾸등 열렬한 주전론자들이 이
끄는 무리였는데, 그 병력은 2만을 넘고 있었다. 아사노 가문은 5천에 불과
한 병력을 가지고 나라에 한발 먼저 도달해서 사노까지 밀고 나갔지만, 2만
에 달하는 적이 온다는 소릴 듣고 약 15리를 물려 나라 바로 앞인 가시이강
까지 퇴각을 했다. 지리상의 이점을 살려 공격군을 방어할 셈인 것이다.
4월28일 저녁 오사카를 출발하여 밤을 세워 달려온 오사카군은 29일 새
벽, 사노 근처에 도달하자 기진맥진하여 아침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
한다. 특별한 수송방편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식량을 구하는 방법이라고는
'징발'이라는 이름의 약탈 뿐이었고, 이것은 근처 주민들의 반감을 사기에
족한것이었다. 이들 반감을 품은 주민들이 막부측의 전초들에게 오사카군의
진출을 알리니 아사노군은 힘들이지 않고도 오사카군의 위치를 파악할수 있
었다.
2만이라는 대병력이라고는 하나 모두가 오합지졸들이나 다름없었다. 약탈
을 하는도중 술을 조금 발견하자 그것을 나눠 먹고는 모두가 술이 취해서
추태를 부렸다. 혹은 칼부림을 하는 자도 있었을 지경이다. 그꼴을 다음날인
30일 아침까지 하고 있었으니 주변 마을사람들의 경멸을 산 것은 당연한 일
일 것이다. 더구나 지휘자들끼리 내분을 일으켜선 하나와 단에몬을 비롯한
일부 부대가 먼저 가시이강쪽으로 진군을 시작해 버렸다. 물론, 이들 부대도
아직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시이강에 강력한 방어진지를 구축한 아사노군은 후속부대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데, 불과 수천에 불과할 따름인 하나와 단에몬의 오사카군이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술에 취해서 말이다. 당연히 아사노 유
키나가는 총공격을 명했고, 오사카군의 선봉은 그 기습을 받아 무너져 버렸
다. 이때의 전투로 하나와 단에몬이 전사해 버리고 뒤에서 어기적거리며 따
라오던 오오노 하루후사는 놀라서 오사카쪽으로 퇴각해 버렸다. 5천의 아사
노가문의 군사가 2만이 넘는다는 오사카군 선봉을 여지없이 패버시켜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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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뿐만 아니라 허겁지겁 도망치는 오사카군의 측면을 급속진군해온
미즈노 가쓰나리의 군세가 쳐서 이또한 큰 타격을 주었다.

초전의 대 패배에서 부터 오사카군의 앞날은 보이는 듯 했다. 사나다 유
키무라나 고또 마다베에, 기무라 시게나리 등의 뼈대 있는 무사들은 이런
추태를 보이는 자들을 볼 때 가슴한구석이 서늘해 지는 것을 느꼈다.
30일 저녁, 오사카성 본성회의실에서 군사회의가 열렸다. 어이없이 지고
돌아온 부대들 ㄸ문에 분위기는 최악으로 나빴으며 의기소침한 가운데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결국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사나다 유키무라가 먼저 입을 연다.

'오늘 새벽에는 아군측이 뼈아픈 패배를 당했소, 본인 같은 경우엔 아군
의 나라 진격에 대한 것을 몰랐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을뿐더러, 더구나 이번
패배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같소. 앞으로 이러한 독단은 우리군의 전
도를 어둡게 할뿐이란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오'

오오노 하루후사는 그것이 자신을 나무라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나와
단에몬의 부대가 술에 취해서 앞질러 가다가 풍지박산이 날 때 해장술을 마
시며 히히덕 거리고 있었던 것을 정통으로 조롱하는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유키무라님! 원래 패배는 병가지 상사라 했소.! 이번 전투의 실패는 하나
와 단에몬의 부대가 너무 설쳤기 ㄸ문이오.'
'닥치시오! 술에 취해 우군의 위기도 모른체 헤롱거린게 잘한 일이오! 무
인으로서 수치를 아시오!'

이렇게 소리치며 군선을 두드린 것은 고또오 마다베에였다. 소문난 괄괄
한 무사인 고또오 마다베에가 눈을 부라리며 정면으로 나무라자 오오노 하
루후사는 뒷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존심이 센 하루후사는 고또오
를 쏘아 보았고, 분위기는 단번에 험악해 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유키무
라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유키무라는 나라 진격에 대해 상의가 없었던것에 대해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하루후사님의 이번 실패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지나간 일이므로
서로 마음에 둬서는 안될겁니다. 아군끼리 다투는 것은 오고쇼가 바라는 바
일겁니다.'
'그렇소, 그렇소 동생의 일은 제가 사과드리죠. 하여간 내일이면 간또군의
주력이 밀고 나오기시작할 터인데, 군의 전개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급선무
가 아니겠소?'

오오노 하루후사의 형인 하루나가는 가볍게 하루후사의 분기와 험악한 분
위기를 억누르고 말을 이어 나갔다.

'내 생각에는 간또군의 선봉은 이이 집안의 붉인 기치 군세나 오슈의 맹
호 다데 마사무네의 군세일 것 같소. 그 군세가 야마또 어구에서 오사카쪽
으로 수월하게 진입하려면 도오메이(東明寺)사를 지나는 길이 최선일 텐데,
어떻소? 이쪽이 간또군의 선봉이라 생각되는데?'
'그점은 이 유키무라도 생각하던 바요, 적의 선봉은 하루나가님의 말대로
아마 이쪽 도오메이사로부터 쓰네하루(常春)고개를 지나서 덴노오지 바로
앞으로 나타날 것 같소. 우리측은 믿을만한 병력으로 하여금 도오메이사를
누르고 유군을 이곳 모모바시(桃林)와 하치오(八尾)에 배치해 두는 것이 상
책이라 생각되오'
'그렇다면, 우리쪽 선봉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여 최대한 막부군을 끌어
들여야 한다는 말이되겠군요. 보다 많은 막부군을 끌어들일수록 유군들이
움직이기 쉬우니까.'

군선끝으로 도오메이사를 가르킨 유키무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고또오
마다베에를 바라 보았다. 무한한 신뢰가 담긴 눈이었따. 그런 사나다 유키무
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고또오는 무뚝뚝한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었다.

'어떻습니까? 고또오님이 선봉으로 나서주시는게.'
'오오...그거 고마운 말씀, 그 곳 도오메이사의 아군 선봉, 나 고또오가 맡
겠소이다. 간또의 허약한 군사따위 내가 격파해 보이겠소.'

15만에 달한다는 오사카측의 군세중에서도 믿을만한 군세는 사나다 유키
무라, 고또오 마다베에, 기무라 시게나리,모리 가쓰나가 등의 2만기에 불과
했다. 나머지는 벼랑에 몰린 심정으로 입성한 오합지졸들뿐, 사나다 유키무
라는 고또오 마다베에에게 과중한 임무를 줄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간또
군을 맞이하여 기세를 꺽어야만할 선봉, 고또오 마다베에 말고는 할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고또오 또한 자신을 믿고서 그 위험한 선봉의 임무를 맡기고자 하는 사나
다 유키무라의 마음이 고마웠다. 고또오가 오사카성에 입성하기전 이에야스
로 부터 귀순제의가 있었다. 당신의 거취에 의해 전쟁의 승패가 결정나니
자신에게 와달라는 것이었다. 10만석의 영지를 주겠노라고도 했다. 그 호의
를 거절하며 오사카성에 입성한 고또오인 것이다. 그런 의기를 지닌 고또오
로서는 사나다 유키무라의 마음씀이 너무 고마웠다.

'역시, 고또오님이십니다. 그쪽 선봉으로는 고또오님 만한 분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오고쇼나 장군도 이이, 다데 군세뒤로 진격해 올거라 생각
되니, 적의 선봉만 잘 유린하면 오고쇼나 장군을 치는것도 불가능하지느 않
을것이라 봅니다. 고또오님이라면 적의 기세를 충분히 무너트릴수 있을것입
니다. 고또오님이 제 1진이면, 이 유키무라 2진의 지휘를 맡겠소.'
'허어...유키무라님이 2진의 지휘를 해주시겠소? 그럼 안심하고 밀고 나갈
수 있구먼...하하...인원 배당같은 것은 유키무라님이 알아서 해주시구려, 5천.
5천 정도면 족하오. 그 이상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지.'

고또오 마다베에는 이미 죽음을 초월한 사람 같았다. 그런 고또오를 보는
유키무라의 가슴은 아파오기 시작한다.

'1진은 고또오 님이 지휘...스스끼다, 이노우에, 야마가와, 기다가와군세를
합치면 대략 6천이군요. 1군 병력은 6천. 2군은 유키무라에다가 모오리 가쓰
나가 님의 군세, 와다나베, 후쿠시마, 오오다니, 나가오까군세를 합쳐 1만2천
여, 3군은 예비대로서 히데요리님의 병력과 기무라 시게나리님의 병력, 미야
다, 오오노군을 합쳐 3만이면 좋을 것 같소.'
'흠...유키무라님의 배치라면 누군들 불만이 있겠소? 정해진 대로 히데요
리님의 결재를 맡읍시다.'
'다른 분들도 이의 없으십니까?'
'잠깐.'

오사카성 제일 미남자로 이름높은 기무라 시게나리가 흰 손을 들어 올렸
다.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그의 검술이나 지휘는 대단한 것이었다.

'시게나리의 임무는 히데요리님 경호요?'
'아니...경호라기 보다 유군으로서 1군과 2군이 위급할 때 구원할수 있
는...'
'싫소. 유군이든 뭐든 사나다님이나 고또오님이 앞장서서 싸우는 동안 손
발을 뒤로 묶고 가만히 있으란 이야기 아닌가요? 나 시게나리도 사나다님과
함께 나가겠소. 유군 지휘는 하루나가님이나 하루후사님에게 부탁하도록.'

냉정하게 말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는 시게나리는 벌써 회의실문을 나서고
있었다. 무엇보다 강력한 주장인셈이다.

'흠...딴은, 기무라님 같은 분이 유군으로 돌려진다는건 아쉽지. 좋소 그럼
기무라님은 유키무라님과 함께 2군이 되는게 좋을 것 같소, 유키무라님과는
다르게 움직여 와까에 마을 남쪽에서 다마고시강을 따라 진군해 1군을 측면
옹호를 하는게 좋을 것 같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회의는 거기서 끝이었다. 다른 무장들은 사나다 유키무라와 고또 마다베
에의한 병력할당이나 부서배치를 군말없이 받아들였고, 각기 부대들을 점검
하러 회의실을 떠났다
모두 다 떠난 회의실에서 고또오 마다베에와 사나다 유키무라 두사람만이
마주하고 있었다.

'고또오님, 역시 믿을만한 분은 고또오님 뿐인 것 같소.'
'과찬이시오...하여간 내일 사나다 님은 절대 도오메이사를 떠나시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오. 아무리 선두 부대가 무너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말이오.'
'아니...그럼 일이 잘못되어도 구원하지 마란 말인가요?'
'그렇소. 사나다님은 오사카성이 마지막으로 불타오를 때 까지 이 형편없
는 오합지졸들을 이끌어 주셔야 하오. 사나다님이 끝을 멋지게 장식해 주신
다면 히데요리님이 살아날 방법도 없진 않을게요.'
'그럼 고또오님은...'
'내일, 최대한 적에게 타격을 주고 힘이 다하면 전장의 이슬이 될뿐.'
'허어...그런 말씀은.'
'괜찮소. 괜찮소. 에도의 오고쇼와 장군, 그리고 오사카의 히데요리님, 이
분들의 안타까움속에서 죽는것도 무사로서 일생을 산 보람이 될 것 같소.'
'그래도 꼭 죽겠다는 각오는 마시길, 승패란 모르는 일이오.'
'흐흐...알겠소. 죽움도 불사하는 각오로 싸우겠다는 것 뿐이외다.'

유키무라는 고또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어차피 이길수 없는 싸움, 멋
진 활약으로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오사카측이 어떻게든 강화
를 맺을수 있는 위치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소설 오사카 합전 - 2편

5월1일. 양측은 하루전인 30일 저녁부터 무수한 첩자들은 야
마토 가도로 배치해 두고 있었다. 오사카쪽 첩자들의 한결같은
보고로 파악된 동군의 위치는 나라 주변의 울창한 산림지대로 추
정되었다. 28일, 29일에 벌어진 조우전에서 활약한 아사노군세는
상당한 타격을 받고 나라로 퇴각한 것 같았으며, 새로 교체된 신
병력 5~6만이 집결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정 파악을 접한 오사카군은 고또 마다베에와 스스끼
다 하야토, 아까시 모리시게의 1진이 히라노로 진출해 포진을 했
으며 2진인 사나다 유키무라, 모오리 가쓰나가등이 덴노사까지
진출해 있었다. 히라노와 덴노사 사이는 약20리. 2진이 진출해
있는 덴노사는 히라노에 진출해 있는 1진이 위험해 지면 바로 구
원할수 있는 위치였으며, 혹시 우회해서 바로 오사카로 진격해갈
수도 있는 막부군을 감시할수 있는 위치였다.

이쪽 길목으로 진격해 오는 막부군 1진은 미즈노 가쓰나리가
지휘하는 야마토군 6천기, 2진은 혼다 다다도모의 4천기, 3진은
마쓰다이라 다다아끼의 5천기등이었고, 그 후비로서 마쓰다이라
다다데루, 다데 마사무네, 도오도 다까도라등 4만이 따르고 있었
다.
양측의 병력비는 1만7천여대 5만5천여로서 상당히 차이가 났으
나, 병력들의 단결이나 정예함을 따져볼 때 막부측이 우세하다고
만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사카군의 1진과 2진에 속한 부
대들은 최정예들로서 가장 억센자들이 모여있었고, 지휘자들도
상당한 자들이었다. 오합지졸에 가까운 부대들은 모두 덴노사 뒤
쪽 가와찌 방면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것이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오오노 형제의 유군이라는 것인데, 이
들이 최전선의 전투장에 나타날일은 없었다.

그날 저녁, 사나다 유키무라는 막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각 말을 달려 고또오의 진지를 방문했다. 이대
로 밀고 나가 요격할 것인가..아니면 방어진을 구축할것인가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본진 중앙에서 거만하게 걸상에 앉
아 있던 마다베에는 유키무라를 보자 웃으면서 맞아 들였다.

'마다베에님, 막부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군요, 내일 새벽
이면 이쪽으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만.'
'그렇소..안그래도 척후의 보고를 받던 참이요. 3만..아니 4만
도 더 되어 보이는 대군이라지? 하여간 대단할 것 같소.'
'마다베에님. 우선 진격을 하시겠소?'
'이를 말씀을. 당연히 치고나가서 적이 가다야마로 들어오기
전에 타격을 주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야 유키무라님의 일이 수
월해 지리다.'
'...'
'유키무라님이 뭘 걱정하시는 지는 알겠소, 이 마다베에, 허무

하게 죽는 일은 없을 것이오 걱정 마시오.'
'만약의 일이 생긴다면 즉각 연락해 주시길. 그게 이 유키무라
의 무사도를 세워주는 일일겁니다.'
'알았소. 알았소..'

고또오를 잃고 싶지 않는 유키무라는 몇마디나 주의하는 말을
하며 선봉 배치의 변경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10시경
유키무라는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유키무라를 보낸 마다베에는 '내일은 피곤할테니 푹들 자두라
!'고 거칠게 외치고서는 자신도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곤
코를 골며 자버리는 것이다. 두어시간이 지난후 자정 무렵, 눈을
번쩍 뜬 마다베에는 갑옷을 고쳐입고 곧장 진막밖으로 나섰다.

'자! 출격이다! 날 따라라!'

그렇게 한마디 외치고서는 곧장 와까에마을 서쪽을 향해 말을
달리는 것이다. 그런 고또 마다베에 뒤를 따라 오사카 선봉군 제
1진이 줄을 이어가며 따라갔다.

이때 오사카 변경된 선봉 대비는 이랬다. 사나다 유키무라이하
1만2천여기는 도오묘사쪽에서 막부군을 기다리기로 했고, 고또
마다베에 등의 5천2백여기는 도오묘사 동북쪽의 와까에 마을방향
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기무라 시게나리 등의 5천여기는 쥬산가
도 남쪽으로 빠져 다마구시에 강쪽으로 진출하기로 했고, 죠쇼카
베 모리치가 등의 8천여기는 쥬산가도를 따라 곧장 동진하기로
했다. 1진에 대한 보조군이 증강되었으며 좀더 동쪽으로 밀고 나
간 형태를 취게 되었다.
이런 대비를 한 오사카군에 대해 막부측의 도오묘사 방면군은
오사카측이 추측해낸 대로 대략 5만기에 달했다. 물론 이 선봉이
라 할만한 5만기를 뒤이어 장군 히데다다와 이에야스의 본진이

따르고 있었으니 대략 10만에 육박하는 군세가 이쪽 방면으로 진
격해 왔다.
사나다 유키무라와 고또 마다베에의 작전은 마치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그랬듯이 막부군의 선봉들을 회피하거
나 격파한 뒤 곧장 히데다다의 본진이나 이에야스의 본진을 공격
한다는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둘중 하나가 죽는 것이 오사카군
이 다음수를 쓸 기본인 것이다.
히데다다가 죽는 것 보다는 이에야스가 죽는 것이 오사카측으
로는 유리한 일로 생각되었다. 히데다다가 죽는다 하더라도 곧장
전장 지휘권은 이에야스가 쥐게 될것이며 그 이에야스가 히데다
다의 죽음으로 영향을 받아 군사를 물리거나 화의를 제의할리는
없는 것이다. 보다 격렬한 증오로 오사카를 격멸하려 들것이고,
여러 영주들도 이에야스를 배반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허
나, 이에야스가 죽게 된다면 히데다다의 성격상 군사를 계속 움
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 즉시로 다데 마사무네를 비롯한 불


평불만의 영주들의 반감이 커질 것이다. 장군 히데다다로서는 안
타깝지만 그런 상황을 제어할만한 기량이나 기백이 없다는 것이
사나다 유키무라측의 판단이며 막부측이 사분오열될 때, 예전에
다이꼬오(=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하로서 오사카측에 의리를 가
지고 있는 영주들을 배반하게 할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당
면한 문제는 이에야스의 직속부대의 위치를 파악하는것이고, 그
쪽 방면으로 오사카의 정예들을 집중시키는것이었다.

와까에 마을 남쪽으로 접근해간 막부군 선봉중에 이이 나오다
까의 군세가 있었다. 도쿠가와 가문 4천왕중 한명이던 이이 나오
마사 시절의 강맹함을 이어받은 이름난 군세가 과묵하기로 이름
난 나오다까의 지휘를 받으며 조용히 진군하고 있었다. 원래 이
이군은 노신인 이오리바라의 주장대로 다라오 마을쪽으로 이동하
려 했으나 척후 하나가 오사카군의 주력이 와까에 마을로 향한다
는 보고를 해옴으로서 나오다까의 명령에 의해 그 진로를 변경한

것이다.
이때 와까에 남쪽으로 밀고온 오사카측 부대는 2진부대중 하나
인 기무라 시게나리의 부대였다. 1진인 고또오 등의 군세가 와까
에 마을의 북쪽으로 우회하여 간다는 보고를 받자 쥬산가도를 이
탈하여 1진의 측면을 옹호하기 위해 나온것인데, 이름난 정예인
이이집안의 군세와 정면 충돌한 것이다.

'뭣? 전방에 적이라고? 적이 벌써 이곳까지 진출했는가?'
'그렇습니다. 기치로 볼 때 이름난 이이집안인 것 같습니다.'
'그래? 이이 가문이라 말이지..'

보고를 받는 기무라 시게나리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번졌다.
막부측 최고의 정예부대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이집안의 군세를
격파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이 집안을 격파한다면
막부측 선봉의 사기는 뚝 떨어져 버릴것이리라.


'좋다! 이이 집안의 군세를 격파한다! 전군 정지! 전투준비닷'

다마고시에 강 바로 앞에서 군세를 멈춘 시게나리는 철포대 3
백여를 불러 강둑애 매복해 있으란 명령을 내리고, 병력의 대부
분을 숲속에 숨어있게 했다. 그리고 3백여의 기마를 남겨 이이집
안의 군세를 유인하란 명령을 내렸다.
이때 사실은 도오도 다까도라의 군세가 기무라 시게나리 군세
의 전투배치를 알아차리고 이를 역습하려 했는데, 다른 오사카측
의 병력인 죠소까베군이 습격해와 곧 난전을 벌임으로서 기무라
군이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이를 알턱이 없는 기무라 시게나리
는 도오도-죠소카베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남쪽에서
이이집안의 군세가 미끼를 노리고 진격해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무라 시게나리와 격돌하게될 이이 나오다까는 이이 나오마사

의 작은 아들로서 형인 나오까쓰가 병약하다는 이유로 이에야스
에 의해 이이 집안의 가명을 이으라는 명령을 받게된 약관의 젊
은이다. 그 모습은 마치 젊은 시절의 아비 나오마사를 닮은데가
있어 무뚝뚝한데다가 고집센 면이 있어서 단려한 외모를 지니고
사려깊은 성격을 가진 기무라 시게나리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잠깐, 저곳 강이름이 뭔가?'

붉은색 화살막이 근위대를 이끌고 한참 신나게 서진하던 이이
나오다까가 말을 멈추고 노신 이오리바라에게 물었다.

'다마고시 강입니다.'
'그래?....우리가 나라를 출발한지 얼마나 됐지?'
'반나절 가량입니다.'
'그럼, 오사카군도 이쯤에 도착해서 진을 쳤겠군, 이봐! 척후

를 보내라 저 강둑이 수상하다.'

나오다까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다마고시 강쪽으로 접근하
던 척후는 강을 건너지도 않고 돌아왔다.

'적입니다. 기무라 시게나리의 기치를 든 적 기마대 300여기
정도. 강건너에 있습니다.'
'그래? 벌써 이곳까지 진격했는가?'
'주군, 어쩌시렵니까? 밟고 지나갑니까?'
'3백정도라면 짓밟고 지나가는게 뒷탈이 없겠지, 그런데 3백이
라니 너무 작지 않은가? 기무라 시게나리 정도면 적어도 3천은
이끌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저편은 미끼가 아닐까요?'
'아니면 적의 별동대겠지. 좋아. 어떤 경우든 일단 짓밟고 보
는거다. 이오리바라군과 가와데 군이 먼저 도전해 봐라.'

'알겠습니다.'

이오리바라 아사마사와 가와데 요시또시는 이이 집안의 중신
들. 각기 1천에 달하는 군병을 이끌고 있었다. 이들중 가와데 요
시또시의 부대가 조심스레 다마구시 강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
다.

'뭐얏! 움직이는건 나오다까의 본대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이군세중 좌익과 우익이 움직입니다. 나오다까
의 본대는 강건너에 정지해 있습니다.'

시게나리의 계산으로 별동대 3백으로 도전을 걸면 젊은 나오다
까가 선두에 서서 강을 건너올줄 알았다. 그러면 숨겨둔 철포대
로 일격을 가하고 자신의 본대가 이를 덥쳐서 이이 나오다까를
해치운다는것인데, 젊은 나오다까가 의외로 신중하게 군세를 움

직이는 것이다.

'할수없다. 우선 먼저 움직이는 적부대부터 격파하고 나오다까
의 본대를 끌어들이는 수밖에. 별동대더러 적을 유인하라고 해랏
! 철포대는 적이 강을 건너기 시작하면 발포하라고 해라.'

가와데 요시또시의 군은 '으앗!'하는 함성과 함께 순식간에 강
을 건너기 시작했다. 서편 강뚝에서 이를 노리는 척 하던 별동대
가 후퇴하자 가와데군은 기세를 올리며 강둑을 오르기 시작하는
데, 갑자기 시게나리가 매복시켜둔 철포대가 나타나서 일제 사격
을 가해 버렸다. 선두에서 창을 꼬나들고 있던 줄 하나가 순식간
에 창을 하늘로 내지른체 쓰러져 버렸고, 가와데군세는 혼란에
빠져 버렸다.
이 모습을 본 시게나리가 가와데군을 짓밟으란 명령을 숲에 매
복해둔 병사들에게 내리려 하는데 이오리바라군이 철포를 쏘아대

며 기세를 올린다. 재장전을 하던 기무라 군의 철포대는 허겁지
겹 퇴각해 버리고 위기에 처한 가와데군은 이오리바라 군의 출현
에 힘입어 전열을 정비하고 강둑을 순식간에 올라왔다.
기무라군의 철포대는 미리 정해둔 길을 따라 쨉사게 논사이로
도망치고 그뒤를 따라 가와데군이 무질서하게 밀고 온다. 미리
논을 피해 도망친 군세와 그렇지 않고 질퍽한 진창속으로 들어와
버린 군세의 차이는 확연히 들어 버렸다. 가와데군이 논속에서
허우적거리자 시게나리는 매복시켜둔 군세에게 공격명령을 내렸
다.
가와데군은 물러나지도, 전진하지도 못한체 우왕좌왕하다가 순
식간에 붕괴되어 버리는데, 가와데 요시또시가 그 난전속에서 목
청을 돋구며 부하들을 독전하다 기무라군의 병사가 내지른 창에
옆구리를 찔리고서 말에서 떨어져 버린다. 그렇게 대장을 잃은
부대는 즉시 공황상태가 되어 질서 없는 한덩어리가 되어 강가까
지 밀려나 버려 기무라군이 가와데군을 강속으로 쳐넣으려는 찰

라에 이오리바라군세가 '와앗!'하는 함성을 지르며 강을 돌파해
온다.
가와떼군은 이오리바라군세의 구원에 힘입어 무사히 강을 건너
지만, 이오리바라군세는 기세가 오른 기무라군을 그대로 맞이하
여 치열한 난전을 벌이게 된다. 지형상의 이점으로 기무라군의
기세가 더 날카로와져 이오리바라군의 전열이 무너지는 것 같다
고 느낄 즈음, 기무라 군세의 측면에서 이이 나오다까의 본대가
세차게 돌격하기 시작하자 기무라 군세의 우세도 순식간에 뒤집
혀서 이도저도 아닌 난전이 강둑 여기저기서 벌어져 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게나리는 머리속이 아득해 지는 것 같았
다. 가와데군과 이오리바라 군을 차례로 격파하고 홀로 남은 나
오다까의 본대를 격파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상하
게 꼬여 버린 것이다. 전장에서의 작은 머뭇거림 하나하나가 엄
청난 시간차를 가져와 버리게 되었고, 그것이 곧 전세 불리로 연
결된 것이다.


'쯧쯧...이상하게 되어 버렸군.'

심하게 혀를 차던 시게나리는 지휘채를 들어 전군퇴각 명령을
내린다. 나오다까의 본대가 덥쳐버리면 승세는 완전히 사라져 버
릴것이기에 일단 숲쪽으로 이동해 숫적으로 우세한 적을 저지하
겠단 심신인 것이다. 하지만, 얽히고 ㅅ힌 전장에서 기민한 후퇴
란 힘든 것이다. 가와데군의 움직임을 방해했던 진창투성이 논이
이제는 기무라군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이다. 시게나리도 그제
서야 그것을 눈치채고 당황하게 된다.

'야앗! 물러나지 마라, 다시 돌아서서 적을 맞아라!'

좀전에 자신이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면서도 그새 새로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부하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인지 모

르는 시게나리가 아니였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우왕좌왕하는 기
무라군세는 서서히 그 전력이 감쇄되고 있었고, 이이집안의 기세
는 갈수록 올라갔다. 드디어 참지 못할 정도로 흥분한 기무라 시
게나리가 직접 창을 들고 전장으로 뛰어 들었다.

'와앗! 비켜랏! 이름난 기무라 시게나리닷! 나오다까는 창을
받아랏!'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게나리를 따르는 화살막이 근위대들도 또
한 놀라운 기세로 적진에 돌입했다. 마치 도끼로 장작을 패는듯
한 기세로 혼전가운데 뛰어든 그들이 수십의 적을 헤치워 버리
자, 기무라 군세의 혼란도 그럭저럭 수습되어 전열을 갖추어 적
과 대적할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벌써 승세는 이이군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이군세는 강둑을 타고 내려와 단단한 땅을
딛고 싸우는 반면, 기무라군은 논을 등지거나 논둑에 불안정하게

발을 디딘체 싸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이 나오다까의 지휘
는 20대 젊은이의 그것이 아니였다. 휘하 부대들을 차례차례 돌
아가며 적에게 돌입하게 하여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나 유연
한 진퇴를 통해 부대 혼란을 막는 것, 어느것 하나 놀라운 지휘
였다. 물론 그것은 이오리바라라는 노신이 옆에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무라 시게나리는 이미 자신이 패했음을 깨달았다. 원래 자신
은 밀려오는 막부측 군세를 모조리 회피하여 이에야스 본진으로
돌입하겠다는 심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소한 공명심이 대세를
그르쳐 버린 것이다. 이이 나오다까가 이끄는 정예한 군세는 기
무라군을 절대절명의 궁지로 몰아넣어 버렸다.
문득 패색을 깨닫게 되자, 참을수 없는 피로가 엄습해 왔다.
창을 든 팔에도 스르륵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이다.

'이름있는 무장인 듯 싶소! 결투를 청하오!'


시게나리가 아득한 피로를 느끼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날렵하게 생긴 젊은이 하나가 창을 꼬나들고 일대일 대결을 신청
해 왔다. 시게나리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창은 매섭게
날아들었고, 그것을 시게나리는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오른손에
든 창으로 그 젊은이의 어깨를 후려쳐 버렸다. '억' 하는 단발마
의 비명을 지르며 젊은 무사가 말에서 휘청하는 순간 그옆에 있
던 젊은 무사의 가신들이 일제히 시게나리에게 창을 내질렀고,
몇 개인가가 시게나리가 타고있는 말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고
통에 길길이 날뛰는 말은 시게나리의 제어도 듣지 않은체 이리저
리 날뛰다가 적의 한중간으로 돌입해 버렸다.
마침 기무라군세의 무사하나를 치고 있던 이오리바라 아사마사
가 가만히 살펴보니 막 자기 진중으로 뛰어든 무사는 다름아닌
기무라 시게나리인 듯 했다.


'기무라 시게나리님이오? 이이 집안의 이름난 노장 아사마사가
상대하겠소!'

이번의 적은 좀전의 젊은 무사와는 수준이 달랐다. 무턱대고
창을 질러 오는 것이 아니라 기무라의 기색을 가만히 살피더니
말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앗하는 허점을 발견하자마자 2간반
짜리 십자창을 푹 찔러 들어오는것이다. 이것을 기무라는 받지
못하고 그대로 옆구리에 찔려 버렸다. 마치 뜨거운 쇠를 옆구리
에 지지는듯한 통증이 전신에 번져 참을 수가 없었다. 외마디 비
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져 버리는 기무라를 보고 이오리바라 아
사마사는 가볍게 비웃는 것이다.

'실례, 기무라님인줄 알았더니 아닌모양이군.'

옆구리를 찔린 기무라 시게나리에게 더 고통스러운 것은 육체

적인 통증이 아니라 정신적인 모멸감이었다. 무시하려한 이이집
안에게 군세가 박살나고 자신은 60이 넘어가는 노인네에게 창대
결을 패한 것이다.
어둠으로 아득해 지는 기무라 시게나리의 눈엔 얼마전 결혼했
던 귀여운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고, 불타는 오사카성의 아름다운
천수각이 투영되었다. 전장의 욕설과 함성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끼며 기무라 시게나리의 단려한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소설 오사카 전투 <3>
저자:김준홍

도오메이사에 진을 치고 있던 사나다 유키무라에게 기무라군과
고또오군의 전멸 비보가 전해진 것은 정오가 조금 넘어서 였다.
처음 기무라군의 전멸을 전해들은 사나다는 '고또오군이 위험하
다'란 결론을 내리고 오꾸하라등에게 지원군을 주어 고또오의
측면을 옹호 하란 명령을 내려 그 원군이 막 출발하려 할때 고또
오군의 괴멸이라는 비보가 전해져 왔던 것이다. 당초 유키무라
의 작전은 옥쇄가 아니었다. 마치 오다 노부나가의 오케하자마
전투처럼 전격적인 기습을 펼친다는것 이었는데, 기무라 시게나
리의 성급함과 고또오 마다베에의 비장한 옥쇄의 각오가 전체 작
전을 어긋나게 만들어 버린것이다.

'쯧쯧...고또오님, 죽음을 너무 서두르셨소...유키무라를 곤란

하게 만드시는군요.'

멍하게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유키무라는
곁에서 출동준비를 하고 대기하고 있는 척후전령대를 일시에 출
발시켰다. 유키무라의 눈과귀와입이 되어 전군을 움직일 척후전
령대는 모두 인술(忍術)을 익힌자들로서 하나하나가 상당한 무사
들이었다. 그들은 우선 도오메이사로 집결하라는 유키무라의 명
령을 받고서 사방으로 흩어진 오사카군세를 찾아 나섰다.
우선 도오메이 사로 달려온 것은 고또오군의 뒤를 받치고 있다
가 가다꾸라군세에게 진출이 저지당한 모오리 가쓰나가의 군세
3천기 였다.

'이미 고또오님은 유명을 달리 하신 듯 하오.'

유키무라의 진막을 들어서는 가쓰나가의 첫말이었다. 찡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소, 안타깝게도.'

고또오를 잃은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오리 가쓰나가까지 잃
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유키무라는 생각했다. 사실, 유키무라가
무리하게 병력을 급행시켰으면 고또오나 모오리군세와 같이 고마
쓰산에서 막부군을 맞이하여 싸울수 있었을테지만, 그것이 곧장
승리가 될것이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열에 대여섯은 패배
가 되었을 것이다. 오사카군 전체 지휘를 맏고 있는 입장에서
그럴수는 없었다.
굳어있는 유키무라의 안색을 살피던 가쓰나가는 자신이 고또오
군을 구원하지 못한 것을 유키무라가 나무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막부군이 예상 보다 너무 많았소. 선봉만해도 5만에 달할 듯
했소.'

가쓰나가 만한 무장의 입에서 변명이 나온 것이다. 그제야 유
키무라도 가쓰나가의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

'고또오님이 너무 서두신거요. 가쓰나가님과 보조를 맞췄더라
면 좋았을 것을...하여간 가쓰나가님의 부대 손실이 크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오. '
'그..그건 가다꾸라군이 다행히 설치지는 않았기 때문에...'
'하여간 이제 힘이 되는군세는 모리 가쓰나가님의 병력과 저의
병력, 아께이시 정도일까? 기무라 군세도 괴멸, 죠소카베 군세는
막부군의 도오도군세에게 대 타격을 주었으나, 이것도 피해가
커서...'

여기까지 이야기 하던 유키무라는 화제를 바꾸었다.

'하여간, 고또오군을 격파한 막부군은 무서운 기세로 달겨들
것이오. 내가 계산을 해보니 이제곧 그 선두가 이곳에 당도하리
라 보는데, 이것을 격파해 두지 않으면 퇴각도 못하리다. 일단
다른 부대들의 집결을 기다려 막부군의 선두를 두들기고 성으로
퇴각합시다. 내일이 진짜 결전이 될 것 같소이다.'
'흠...유키무라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가쓰나가와 이야기를 하던중에 사방으로 뛰어나갔던 전령들이
돌아왔다. 여러부대들을 부르러 갔던자, 적의 움직임을 살피러
갔던자들이 연이어 도착해 유키무라에게 보고를 하고 곧 진막뒤
로 사라졌다.

그 뒤를 따라 들떠있는 오사카군의 여러부대들이 도착했는데,

믿었던 두부대의 괴멸에 충격을 받은 듯 지휘자들도 힘이 없는
눈치였다. 물론 그 하급병사들은 말할것도 없었다.
뭔가 계기를 마련하여 기세를 올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사기가 바닥이 되어 지리멸렬할 우려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중에 전령 하나가 다급하게 유키무라를 찾았다.

'무슨일인가!'
'예. 아군 기따가와군세, 적의 대병을 맞아 고전중, 이미 바로
요앞까지 밀렸습니다.'
'그래? 알았다. 곧 구원하러 간다고 일러라.'

사나다군이 직접 나설 때가 온 것이다. 유키무라는 급히 모오
리 가쓰나가를 불러 집결중인 오사카군을 서쪽을 퇴각시키도록
하고 모오리군과 아께이시군이 남아 자신의 뒤를 받쳐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아들 다이스케가 기다리고 있는 사나다군의

본진을 향해 말을 몰아갔다.

'다이스케! 다이스케!'
'예! 아버님, 무슨일입니까?'
'출진이다. 다이스케, 총부대를 지휘해라.'
'총부대를 말입니까?'
'그렇다. 아군 기따가와군의 위기다. 우리가 직접 구원하는거
다. 즉시 총부대를 이끌고 저 언덕으로 달려가라.'
'알았습니다.'

아비로부터 명령을 받은 다이스케는 기마철포대 3백여를 이끌
고 진막을 출발했다. 유키무라는 장창을 든 족경들과 기마대들을
점고해 앞서간 다이스케의 뒤를 따랐다. 유키무라의 생각에 들떠
서 후퇴하는 기따가와군을 저지하고 그뒤를 추격한다는 적군에
반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두어마장 앞에있는 자그마한 언

덕이었다. 그곳에서 철포대가 일제 사격을 가하면 기따가와군
을 추격하는 적군은 잠시 주춤하여 기세가 둔화될것이고, 한숨
돌리게된 기따가와군은 언덕뒤에서 전열을 재정비 할수 있을것이
다. 이와 합쳐 사나다군의 정예가 추격군을 들이친다면 승기를
잡을수 있을 것 같았다.

유키무라가 예상한대로 기따가와군세는 공황에 빠져서 허겁지
겁 밀려오고 있었다. 그 한두마장 뒤에는 추격군이 사납게 밀려
오고 있었다. 기치를 살펴보던 유키무라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냈다.

'음...이건 가다꾸라 고쥬로의 군세구나.'

가다꾸라 고주로는 다데 마사무네의 가신으로서 바로 유키무라
의 사위였던 것이다. 하지만, 전장에서는 인정이 용납되지 않았

다.


'철포대! 사격!'

일제 사격의 소리가 요란하게 산하를 울렸다. 날카롭게 쳐들어
오던 가다꾸라군의 선두는 순식간에 무너지며 허둥대기 시작했
다. 이때를 놓칠 유키무라가 아니었다.

'장병족경조 전진.'

명령을 받은 세간짜리 긴창부대는 창을 나란히 하고 언덕을
달려 내려 갔다. 허둥대던 가다꾸라군의 선두가 그 창숲에서 타

와 노리까스에게 유키무라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를 내렸다.

'기따가와님, 부대를 정비해 추격군의 측면을 치도록 하시오.
우선은 우리군이 적을 맞으리다.'
'아...알겠습니다.'

하지만, 기따가와군이 전투에 참여할 시간은 없었다. 겨우 혼
란을 수습하여 가다꾸라군의 측면을 향해 움직이려 할 때 가다
꾸라군이 냉큼 퇴각하여 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기민하게 말
이다. 철포의 매복사격을 받고 창부대의 습격을 당하자 만만치
않은 상대가 앞에 있음을 눈치챈 고주로오의 냉정한 지휘였다.

질서정연하게 철수하는 가다꾸라군세를 지긋이 바라보던 유키
무라는 사위의 솜씨에 감탄했다. 서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오사카군도 역시 서서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일단, 수습은 된 것 같군, 우리도 후퇴다.'

아들 다이스케를 부르려던 유키무라가 갑자기 고개를 휙 쳐들
었다. 자신의 옆에 있던 기따가와가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앗! 가다꾸라군세가!'

철수하듯이 물러나던 가다꾸라 군세가 유키무라의 군세가 있는
언덕을 크게 우회하여 요다 마을쪽을 향해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언제 연락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3천여 정도
가 되는 막부군 부대 하나가 더 따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꾸라
군세가 진군해 간다면 퇴각하는 오사카군의 퇴로가 차단당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역시, 오슈의 맹장으로 이름난 가다꾸라 고주로오. 내 사위지
만, 대단하다.'

감탄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눈을 부릅듯 유키무라를 선두
로 하여 재정비된 기따가와군세를 포함한 사나다군은 즉시 맹렬
한 속도로 가다꾸라 군세를 향해 이동했다. 가급적이면 사위와
정면으로 맞대결하기 싫었지만, 하늘은 그렇게 인정이 넘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말을 달려 가면서 유키무라는 아들 다이스케를
불렀다.

'다이스케!'
'예. 아버님 옆에 있습니다.'
'오. 명심해라. 상대는 소문난 가다꾸라 군세! 이 부대의 주장
은 네 매형이다. 그 목을 네가 베는 것이 무사의 인정이 될 것
이다 다른자에게 목을 놓치지 마랏!'

'물론, 다이스케, 그렇게 맘을 먹고 있었습니다.'

인정은 전술앞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듯 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유키무라의 마음은 지긋이 아파왔다.

가다꾸라 고쥬로는 막 잡을듯하던 기따가와 군세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앞을 막아서고 철포를 쏘아대는 정체불명의 적
에 직감적인 위협을 느끼고 군세를 철수시키려 하는데, 요다 마
을옆을 움직이는 오사카군의 일대(一隊)가 보였다. 아무래도 오
사카성을 향해 퇴각하는 무리인 듯 싶었다. 정체불명의 적이 막
반격으로 돌아서려는 찰라, 군세를 움직여 그 무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기민하기로 소문난 가다꾸라군은 달겨드는 적을 무시
하고 즉시 남쪽으로 움직여 요다마을 동편에서 바로 서쪽으로 진
로를 바꾸었다.
요다마을 주변의 허름한 집들이 막 눈에 들어오려할 때, 뒤따

르던 부장이 다급하게 고쥬로오를 불렀다.

'주군, 추격입니다. 좀전에 우리군을 가로 막았던 그 군세인
듯 합니다.'
'그래? 벌써 따라왔는가! 대체 누구의 군센가!'
'모두 붉은 기치와 갑옷으로 치장한 것이 바로 사나다 유키무
라님의 군세인 듯 합니다.'
'흠...사나다군...'

혀를 찰수 밖에 없었다. 사나다군이라니. 자기 장인의 군세이
지 않는가? 그것도 강하기로 전국에 이름높은.

'다른 군세는! 사나다군뿐인가?'
'모오리 가쓰나가의 군세와 아께이

'그런가...'

계속 진격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차칫하면 사나다군에게 진로
를 차단당할 우려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퇴각하는것도
무리였다. 사나다군과 일전을 피할 수가 없게 되버린 것이다.

'여기서 멈춘다. 사나다군을 치기로 하자!'





'옛!'

장인의 군세를 맞이하여 고쥬로오가 혹시나 일전을 피하려 하

멈추고 사나다군을 향해 창끝을 돌렸다. 전열을 폈다고 생각하
자마자 즉시 사나다군의 붉은 기치가 가다꾸라군을 엄습했고, 곧
굉장한 난전이 벌어져 버렸다. 추격하던 발걸음을 멈춘 가다꾸로
군도 투지에 불타고 있었고, 자군의 위기를 두 번이나 구하게된
사나다군도 투지에 불타 있었기에 양군의 충돌은 굉장했다. 장
창을 겨누며 전초전을 벌이는것이나 뭐라고 뚜렸하게 외치기도
전에 야전용 대도를 빼든 무사들이 사방에서 난전을 벌였고, 벌
써 칼에 베이거나 창에 찔려 쓰러지는 자가 나오는 형편이었다.
아비로 부터 특별한 명령을 받은 사나다 다이스케는 눈을 부라
리며 그 난전속을 오가며 가다꾸라군의 본진을 찾고 있었다.

'가다꾸라 고주로오는 어딧느냐! 사나다 다이스케의 창을 받아
랏!'

매형에 대한 예의고 뭐고 다집어 던진 다이스케는 앞을 가로막
는 잡병이 있으면 말로 마구 짓밟으며 전장을 내달았다. 그 와
중에 몇번인가 창에 스치기도 했지만 기세는 전혀 수그러 들지
않았다.
반시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 난전도 오사카군의 모오리, 아
께이시군세가 방해하고, 막부군의 다른 부대가 나타나 뒤에서
달겨들 태세를 보이자 끝이나 버렸다. 이때의 전투가 얼마나 치
열했냐면 가다꾸라군 중에 한 번이라도 창이나 칼에 스치지 않
은자가 없었다고 할정도였다. 저마다 한군데씩 크고작은 상처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간, 전투는 가다꾸라군이 먼저 전장을 이탈하여 동쪽으로
철수하면서 종결되었다. 흥분한 다이스케가 추격하려 들었지만,
사나다 유키무라는 지긋이 그 추격을 저지했다.

'봐라! 벌써 다른 군세가 가다꾸라군을 대신해 이곳저곳으로
밀려 든다. 추격은커녕, 이대로 있다간 적병에게 압사되버릴 것

이다.'

흥분을 가라않치지 못하는 다이스케에게 그렇게 말한 유키무
라는 즉시 전군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아닌게 아니라, 막부
군은 그세 전열을 정비하여 고또오군을 압사시켜 버린 거대한
벽을 형성하고 밀고 오는게 아닌가? 유키무라의 판단을 옳았다.
차칫하다간 오사카군 전체의 생명이 오늘로서 끝장이 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때 전황은 오사카군에게 극히 불리해져 있었다. 기무라 시
게나리의 군세가 괴멸되므로 해서 이미 남방대비는 완전히 무너
져 버렸고, 막부군은 동편에서 횡열로 군세를 포진시키고 서진해
왔다. 그 횡대에 정면으로 부딪힌 고또오 마다베에의 1진은 이역
시 괴멸, 다른 부대들은 밀리고 밀려 도오메이사로 몰아져 버렸
다. 사실, 전장 이곳저곳의 크고작은 조우전에서 오사카군의 활
약은 대단한것이었지만, 막부군의 압도적인 병력차를 극복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병력차에서 승부는 결정나고 있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