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후퇴 그리고 반격
중공군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 미군이 고전을 거듭하였던 이유는 그들이 구사한 전술이 상당히 낯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무기삼아 정규전과 비정규전 그리고 심리전을 적절히 혼합한 중공군의 전술은 그동안 전혀 대하지 못한 전투방법이었습니다. 더구나 미군에게 한반도의 겨울은 처음 경험하는 악천후였습니다. 그러니 아직까지도 창군 초기와 다름없던 국군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 사실 중공군이 낯설어 고전한 측면이 많습니다 ]
한국전쟁을 상당히 적확하게 묘사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할버스탬(David Halberstam)의 '가장 추웠던 겨울(The Coldest Winter)'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공군 참전직후인 1950년 겨울의 아군 붕괴는 처음 겪어보는 적의 기묘한 전술과 낯선 지형 그리고 악천후가 어우러져 벌어진 현상이었습니다. UN군 최고 지휘부가 이런 점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고 제대로 대처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 Coldest Winter ]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적에게만 유리할 것 같았던 이런 조건은 사실 양면의 칼날과 같았습니다. 중공군은 아군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초기에 많은 재미를 보았지만, 한반도의 겨울 혹한과 험준한 지형은 당연히 보급의 제한을 가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중공군이 받는 고통도 대단하였습니다. 공산군이 야간에 험로를 따라 이동하는 전술도 제공권을 장악한 UN군의 공습이 무서웠기 때문에 행한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습니다.
[ UN군의 공습이 무서워 중공군은 야간에만 이동이 가능하였습니다 ]
오랜 기간의 국공내전과 대일전쟁을 통한 경험 덕분에 산지를 이용한 중공군의 기동 능력이 아군, 특히 미군보다 뛰어나기는 하였지만 화력과 보급의 뒷받침이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공세를 일주일이상 지속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중공군은 피리와 꽹과리로 대표되는 심리전을 구사하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점은 힘으로 상대를 충분히 굴복시킬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였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중공군의 선전 사진이지만 역설적으로 화력의 열세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
이런 중공군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실전에서 많이 부딪혀보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1951년 6월을 기점으로 중공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둔화되면서 한국전쟁이 휴전선 인근을 중심으로 소강상태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군이 중공군에 대한 면역 백신을 지난 8개월간 확실히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중에는 현리전투 같은 뼈아픈 주사도 있었지만 용문산대첩 같은 즐거운 대승도 있었습니다.
[ 중공군과의 계속된 교전을 통해 약점이 간파되었습니다 ]
원주전투에서 포위망에 갇혔어도 승리를 얻는 방법을 체득하였지만 그 당시 상대는 북괴군이었습니다. 미 2사단은 군우리에서 받았던 치욕을 앙갚음하기 위해서라도 중공군을 확실히 제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그러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원주전투를 끝으로 중공군의 3차공세가 마무리되자 신임 미 8군 사령관 리지웨이(Matthew B. Ridgway)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작전을 실시하였습니다.
[ 한국전쟁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한 명장 리지웨이 ]
아군의 방어선을 수원-여주까지 북진시키기 위한 천둥번개(Thunderbolt)로 명명된 반격 작전이었는데, 이것은 지난 3개월간 계속된 아군의 후퇴가 드디어 끝나고 다시 재공세로 나서게 됨을 의미하는 전환점이었습니다. 1월 25일 대대적인 포격을 공산군 집결지에 쏟아 부으며 개시된 반격 작전의 주공은 수원으로 진격할 미 1군단과 여주방향으로 올라갈 미 9군단이었습니다.
[ 37도선까지 밀려난 아군이 드디어 반격을 개시하였습니다 ]
막강한 화력을 우위삼아 1월 31일 수원-여주선을 넘어 북진이 개시되자 리지웨이는 미 9군단의 우익인 원주를 담당하던 미 10군단으로 하여금 홍천-횡성선을 확보하여 전선의 단절이 발생되지 않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 9군단과 미 10군단이 남한강을 지경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공간이 넓었습니다. 미 10군단은 미 2사단 예하 23연대를 요충지인 양평군 지평리로 보내 간극을 담당하도록 하였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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