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잡상

독일군 1명 죽이는 비용은?

구름위 2012. 12. 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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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초겨울, 이탈리아에 상륙한 연합군은 이탈리아의 산악지대에 자리잡은 독일군의 견고한 동계 방어선 돌파를 위해 맹공격을 퍼붓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대규모 포병의 지원이 필요했죠. 미국의 유명한 종군기자 어니 파일은 이때 155mm 곡사포 중대와 함께 지내는 동안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포병들은 아무래도 보병보다는 좀 시간에 여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어느날 한가해진 포병들은 둘러앉아서 심심풀이 계산을 시작했습니다. 자기들이 사용하는 대포의 가격, 포탄의 가격, 대포와 탄약을 미국에서 이탈리아까지 배로 실어오는데 드는 비용, 자기들(포병)의 훈련비, 식비, 봉급, 역시 이탈리아까지 오는 수송비 등등을 모조리 합산한 다음, 포격만으로 독일군을 모두 죽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 돈을 지금 산꼭대기에 있는 독일군의 숫자(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고 추산한 것)로 나눠 보았습니다. 그 계산 결과....독일군 1명을 포격으로 죽이는 데 드는 돈은...



25,000$





.......라는 황당한 액수가 나왔습니다. 대부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촌 출신이던 중대원들은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죠. 지금 25,000달러라고 해도 작은 돈이 아닌데, 무려 1943년에 2만 5천 달러인 겁니다. 여기서 7년이 흐른 1950년에, 신생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에서 군함 한 척 사겠다고 쥐어짜고 쥐어짜서 마련한 돈으로 사온 백두산함 1척이 6만 달러였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이 외국 은행들에 예치해 둔 외환을 탈탈 털면 2천만 달러였다고 하고요.

하여간...이 계산 결과를 눈앞에 두고, 포병 중 하나가 이런 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야, 차라리 쟤네들한테 25,000$씩 주고 항복하거나 집에 가라고 하자."



전쟁이 얼마나 쓸데없고 낭비적인 것인지 보여주는 예화라고 할 수 있겠죠.

이번 일도 오후 뉴스에서 이미 기존 조치에 더불어 "오늘 오후부터" 대북 심리전방송 재개 및 전단살포 재개(날씨 좋아지면)를 시작한다고 공언한 것을 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도가 빠릅니다만...이 정도에서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쟁은 좋지 않아요, 정말로.


참고자료 :

라이프 2차대전사 vol.05 - 이탈리아 戰線, 로버트 윌리스, 한국일보 타임라이프,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