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잡상

어느 에스토니아인 무장친위대원의 인생

구름위 2012. 12. 2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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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서 예로 들었던 아래 사진은 다들 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사진출처 " http://img145.imageshack.us/img145/7009/img0099nh1.jpg)



앞 포스팅에서 장갑묘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Commented by 장갑묘 at 2008/12/03 23:13
그나저나 지금 깨달았는데, 저 할아버지 목에 기사철십자장을 걸고 있군요.
에스토니아인 중 기사철십자장을 수훈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댓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확인해보니, 저 영감님은 아직 생존중이신데(사진 자체는 2006년 10월 22일 생일잔치에서 촬영. 초상화는 생일선물로 받은 겁니다) 다른 3명이 더 있었더군요. 에스토니아인으로 기사십자장을 수여받은 사람은 총 4명이었다고 합니다.
(기사십자장은 그냥 꽤 높은 훈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영감님 이름은 Harald Nugiseks(에스토니아어로 어떻게 읽는지 모르니 그냥 알파벳으로 적습니다. 좀 미묘해서--;;하랄드 누기섹스, 이하 파란색은 ghistory님이 달아주신 독음입니다)입니다. 에스토니아가 러시아 혁명의 혼란을 틈타 제정러시아에서 독립한 후에 태어났군요(1922년 10월 22일). 출생지는 에스토니아의 중앙부에 있는 Järvamaa(얘르바마)라는 곳입니다.

독소전이 발발하자 독일군에 입대, 무장친위대 20사단(에스토니아 제1)에서 복무합니다. 그리고 1944년 2월 나르바 전선에서 소련군의 Vaasa- Siivertsi- Vepsküla(바사-시이베르트시-벱스퀼라)교두보를 탈환하는데 공을 세워서 1944년 4월 9일자로 기사십자장을 수여받았군요.


 

기사십자장 수여 직후의 사진
(사진출처 : http://img98.imageshack.us/img98/8033/19440409rebanenugiseksriipalu7.jpg)




여기서 독일군은 소련군이 설치한 교두보를 분쇄하는데 연달아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투입된 에스토니아인 부대는 소련군의 참호선을 돌파해서는 백병전을 벌여 말 그대로 참호를 "청소"해 버렸는데, 이때 상급소대지휘관(SS-Oberscharführer, 상사)으로 진급해 있던 Nugiseks씨가 이 돌격을 앞서 이끌었습니다. 덕택에 국방부 보도국의 주목을 받아 군 공식 잡지인 지그날(Signal) 지의 표지에 그가 기사십자장을 수여받는 장면이 실렸지요. Nugiseks는 그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입원해 있었는데, 특별히 에스토니아에 주재하는 SA 총책임자가 병원에 직접 찾아와 기사십자장을 수여했고 그 장면이 잡지 표지로 나간 겁니다. 심지어 그 장면은 병원에 찾아온 보도반원들에 의해 뉴스 영화로 촬영되어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만, 후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계급을 강등당합니다. 왜냐고요?


............적십자 간호원들을 희롱하는 병사들하고 싸움을 벌여서 두들겨팼거든요(...)


하여간 그 후에도 이 양반은 안 죽고 살아남았습니다만, 소련군이 밀려오자 어쩔 수 없이 후퇴합니다. 에스토니아에 있던 영감님 집은 파괴당했고 이 영감님도 전쟁이 끝날 때 체코 파르티잔에게 생포되죠. 당시 에스토니아 제1사단은 체코와 프라하 일대를 방어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용자 영감님은 포로수용소에서 탈출 시도를 반복했고, 결국 3번째 실패 이후 소련군에게 인도됩니다. 소련군 당국은 1945년에는 일단 이 영감님을 석방해서 집으로 보내줬습니다만, 1946년에 다시 체포해서는 굴락에서의 중노동형 10년에 처합니다. 그 형기가 끝난 후에는 다시 시베리아에서의 유형 5년간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까지 모두 마친 뒤에야 에스토니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후 은퇴할 때까지 조용히 일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원체 낙천적이고 타고난 성격이 좋은 편이어서 굴락에서도 살아돌아왔고 공산치하에서도 버티고 살았다는군요. 에스토니아가 구소련으로부터 다시 독립한 후에는 재차 국가적 영웅으로 부상, 에스토니아군 예비역 대위의 계급을 부여받았는데 평생 받은 것 중 가장 명예스러운 지위라고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군 대위 정장을 입고 2차대전 당시 수여받은 기사십자장을 착용한 사진
(사진출처 : http://img139.imageshack.us/img139/285/harald20nugiseks20alfoniw1.jpg)



이번엔 칼라로^^;;
(사진출처 : http://www.postimees.ee/foto/7/1/30417440f54e6e6474.jpg)



위 사진에 나온 무덤의 주인공, Alfons Rebane(알폰스 레바네) 소령(1908.6.24~1976.3.8, 묘비의 대령은 추서인 듯)은 역시 기사십자장 수훈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전후 소비에트가 지배하는 에스토니아로 돌아오지 않고 1947년에 영국으로 이주하여 MI6(네, 007이 일하는 바로 거깁니다!!!)에서 50년대까지 대소련 정보업무에 종사했습니다. 담당업무가 무려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트 일대에서의 대소련 무장저항(...)
이후 1961년에는 다시 독일로 이주, 사망할 때까지 독일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나 그를 잊지 않은 에스토니아 정부가 나서서 Rebane 소령의 이장을 주관했던 겁니다. 이때(1999년) 살아있는 옛 전우들이 나서서 동료를 맞이했던 거죠. 흑백사진 가운데의 정장을 입은 사람도 무장친위대 출신 베테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Nugiseks 영감님은 지금도 건강하게 살아계시다는군요^^;



참고자료 :
위키피디아(영) - Harald Nugiseks, Alfons Rebane
위키피디아(에) - Harald Nugiseks, Järvamaal

http://kr.blog.yahoo.com/hermes0921/1345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