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해군이야기

사우스다코타 급 전함의 방어구조 : (상) 개요

구름위 2012. 12. 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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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 : 배군님의 ‘대함거포주의 7-3, 사우스다코타편’ - http://metalfleet.egloos.com/2521160 )




1. 사우스다코타 급은 어떤 배경 하에 설계되었나?

노스캐롤라이나 급 2척이 회계연도 37년(FY37)의 예산으로 발주된 직후, 의회는 당초 38년도 예산으로 노스캐롤라이나급을 추가로 2척 더 발주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해군참모총장을 시작으로 해군 수뇌부 거의 전부가 완전히 새로운 설계안을 요구하면서 1937년 3월부터 차기 전함의 설계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했죠. 설계 도중인 1938년 중반에 미국이 배수량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발동하여 기준배수량에 추가로 10,000톤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의회가 차기전함의 배수량을 35,000톤으로 승인했기 때문에 설계는 그대로 35,000톤의 틀에 묶일 수밖에 없었죠. (대신에 이 시기부터 시작된 아이오와급 설계에 추가 배수량이 반영됨)

사우스다코타 급의 설계가 시작될 당시 해군측이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불만은 각 부문에 따라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전략 관계 부서 : 27노트의 속도는 너무 느리며, 항모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곤란.
② 전함파 제독들 : 방어력이 16인치 포화에 대해 미비함.
③ 기술국 : 노스캐롤라이나의 설계는 구식 기술과 신식 기술이 대충 짬뽕된 것이라서 보다 발본색원적인 설계 혁신이 요구되며 (특히 기관), 수중탄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음. (수중탄의 위협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설계 도중에 이미 대두되었으나 설계가 거의 완료된 단계여서 변경할 시간이 없었음)


이런 배경 하에서 기술국은 일단 장차 16인치 포가 각국 전함 주포의 표준이 될 것으로 보고, 노스캐롤라이나와 마찬가지로 16인치 45구경 주포를 탑재하며 그에 대한 방어를 상정하는 것을 중심으로 설계를 진행시켜 나갔습니다.


2. 사우스다코타 급의 방어구조

전함의 설계에서 화력, 방어력, 속도는 모두 배수량이라는 틀 안에 매여있는 것이고, 배수량에 상한선이 있을 때 어느 한 요소를 증강하는 것은 다른 요소들의 희생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사우스다코타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와 마찬가지로 35,000톤이라는 상한선이 주어진 가운데, 다른 요소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노스캐롤라이나의 14인치 대응 장갑을 뛰어넘는 방어력을 달성해야 했으므로 설계는 대단히 빡빡한 형태로 진행되었고, 구체적으로는 ‘중량 절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죠. 사우스다코타의 방어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결과물들이 결정된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① 16인치 포탄 방어를 위해 현측장갑의 경사도를 15도에서 19도로 늘리고, 두께를 305mm(12인치)에서 310mm(12.2인치)로 증강.
② 수중탄에 대한 대책으로 현측장갑의 하단을 연장하여 함저부까지 늘어뜨림.
③ 1+2의 결과로 단위길이당 장갑중량이 상승.
④ 중량 경감책으로써 선체길이를 단축.
⑤ 4의 결과로 최고속도가 저하.
⑥ 다시 속도증강을 위해 신형 기관을 탑재하여 출력을 증강. (121,000SHP -> 135,000SHP)

⑦-a. 1의 결과로 현측장갑이 내장형으로 변경.
⑦-b. 1+2의 결과로 기존의 수중방어시스템을 포기해야했으나 새로운 수중방어구조는 오히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줌.




1) 얻은 것 : 16인치 대응방어 및 수중탄 대책
당시 미 해군의 계산으로는, 16인치 45구경 포에 대해 안전지대(immune zone)의 내측을 19,000m까지 확보하려면 최소 15.5인치의 현측장갑이 필요했습니다. 35,000톤의 한계 내에서는 당연히 그런 두께를 수직장갑으로 확보할 수 없었고, 노스캐롤라이나 정도의 경사를 유지한다 해도 두께를 크게 늘릴 수도 없었죠. 해결책은 경사도를 더욱 크게 하는 것뿐이었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5도이던 경사가 19도로 증가하는 한편, 장갑 자체의 두께도 0.25인치(5mm) 정도 늘리게 되었죠. 이 정도의 경사장갑을 외측장갑으로 장비하면 배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한 설계국은 장갑을 선체 외판 안쪽에 장비하는 내장형 방식으로 변경하게 됩니다. 내장형 장갑의 단점은 전투 후 장갑판을 수리할 때 우선 외판을 모두 들어내야 하는 등 배의 유지보수가 번거로워진다는데 있었으나, 그런 반면에 현측장갑 하부를 그대로 연장하여 함저까지 늘어뜨리기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었죠. 이 현측장갑은 310mm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츰 얇아져 함저부에서는 25mm에 이르도록 되어 있었고, 수선부 이하를 강타하는 수중탄을 견뎌내는 한편, 그 자체가 수중방어 격벽의 일부로써 작용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 외에 현측장갑을 감싸는 함체 외판에도 탄편방어 및 피모 파쇄 등을 위해 1.5인치의 장갑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2) 잃은 것 : 수중방어력의 약화
위와 같은 변경점은 노스캐롤라이나에 비해 사우스다코타의 대 포탄 및 수중탄 방어력을 크게 강화시켰지만, 수중방어력은 이와 반대로 이전보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1910년대 말의 테네시 급 이래로 노스캐롤라이나에 이르기까지 미 해군은 어뢰방어구획을 5개의 격실로 나누고 각각의 격실에 빈 공간과 액체(주로 중유)를 번갈아 가며 배치하는 수중방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이 방식은 비교적 얇고 탄성이 높은 격벽을 채택하고 있었고, 하부에서 작렬한 어뢰나 기뢰 등의 폭발력이 빈 공간과 액체, 격벽(격벽이 우그러들면서 폭발력을 흡수) 등을 차례차례 통과하면서 점차 폭발력을 흡수하도록 되어 있었죠. 실제로 진주만 공습에서도 이 수중방어구조를 채택하고 있던 전함 캘리포니아와 웨스트 버지니아의 경우, 명중한 어뢰는 단 1발도 수중방어 시스템을 완전히 관통하진 못했죠.



그런데, 사우스다코타에서는 이 구조를 버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경사진 현측장갑이 그대로 함저까지 연장되어 어뢰 & 기뢰 방어를 겸하는 구조로 변경되었습니다. 이것은 구조상 경사장갑과 5중 격벽을 겸하는 것이 곤란했기도 했지만, 설계국이 실험을 통해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죠. 1938년의 수조 실험에서는 하부까지 연장된 현측장갑이 그 자신은 우그러들지 않은 채 어뢰의 폭발력을 상부로 확산시키는 결과가 관측되었고, 이전의 얇고 탄성이 높은 격벽 대신 연장된 현측장갑(탄성은 낮지만 강도는 보다 높은)을 배치함으로써 안쪽의 격벽은 오히려 더 안전해질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어뢰방어구획의 격실도 5개에서 4개로 줄어들었고, 구획 자체의 폭도 5.68m에서 5.46m로 감소되었습니다. 설계국은 이런 설계를 통해 수중방어력을 증강시키는 한편, 넓은 공간도 확보하고 중량도 다소 감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죠.

그런데, 1939년에 이뤄진 실험에서는 이 신형구조가 이전의 그것에 비해 분명히 상당히 덜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설계가 거의 다 끝나고 1번함은 이미 기공된 이 시점에서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비워뒀던 몇몇 격실에 액체를 추가로 채우는 정도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죠. 전쟁 중에 노스캐롤라이나가 어뢰에 피격된 후 해군 당국이 신형전함 전반의 수중방어력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이때도 거의 같은 결론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특히 줄어든 격실 수나 구획의 폭 외에도 현측장갑 하단부와 최종격벽간의 거리가 아래로 내려올수록 줄어든다는 점이 지적되었죠.

게다가 이 문제는 비단 사우스다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오와급도 사실상 사우스다코타와 동일한 방어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그쪽에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시간에 대지 못한 사우스다코타는 그렇다치고 아이오와 급은 왜 손을 쓰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으실텐데요.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지만 이것은,
① 기공을 1년 남겨놓고 설계를 수정하기엔 이미 단계가 너무 지났으므로 (그다지 납득은 안가지만)
② 전쟁중의 전면 재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문제가 설계를 전면 재수정할 정도로 심각하게 여겨지진 않았다거나
③ 격실 수를 늘리거나 폭을 넓히려면 선체의 폭을 늘리거나 기관부의 폭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전자는 속도가 줄어들고(아이오와 급에는 치명적) 후자는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였으므로

등등의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이러한 결점은 몬태나 급에 가서야 비로소 구조적으로 개선이 가해졌음을 도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우스다코타 급이나 아이오와 급은 실전에서 어뢰를 맞아본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노스캐롤라이나의 그것보다 결함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사례를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주 : 관련된 사고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아랫부분에서 따로 서술하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3) 중량 문제와 함체의 단축
노스캐롤라이나에 비해 보다 더 경사진 장갑과 추가된 1.5인치의 외판 장갑은 1피트(=0.3048m)당 단위중량을 적어도 0.5톤 가량 증가시켰습니다. 장갑대의 길이를 노스캐롤라이나와 동일하게 한다면 기준배수량이 40,000톤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었죠. 이대로 두면 의회에서 승인된 틀을 넘어버리거나 배가 지나치게 가라앉아서 함저의 용골이 항구 바닥에 닿을 판이었습니다. (*주 : 실제로 사우스다코타의 흘수는 최대 11m에 달했으므로 만재시에는 동부 연안의 일부 항구에 진입할 수 없었음.) 감량을 위한 어떤 극적인 조치가 필요했고, 첫 시작은 장갑구조를 개선해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즉, 위의 그림과 같이 현측장갑 상부와 갑판장갑 바깥쪽을 잘라내고 그 면을 직선의 경사장갑으로 연결해서 면적을 단축시켜보려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경우 경사부분은 각도상 대낙각탄에 대해 극히 취약해지지만 이에 대해서는 남는 중량을 조금 장갑두께 증가로 돌려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방어력에는 별다른 효과도 없고 오히려 길이당 단위중량만 0.4톤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와서 이 계획은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다음으로 이뤄진 것은 장갑대 길이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장갑대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바이탈 파트의 길이를 축소시킨다는 것이므로, 종래 기관실에 있던 증류기나 발전기 등등의 시설을 지령실 바로 밑에 몰아넣는다던가 현측의 5인치 양용포탑을 2기 줄인다던가 하는 대책이 행해졌죠. 그렇게 해서 함체의 총길이는 221m에서 207m까지 줄어들게 되었고,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기준배수량을 35,000톤(을 약간 넘는) 선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줄어든 길이로 인한 최고속도 감소는 기관 출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커버했고 말이죠.



이렇게 해서 사우스다코타는 우리가 아는 짜리몽땅한 함형이 되었습니다. 외형상으로는 정말 볼품없지만 대신에 함형이 좀더 구(球)에 가까워졌으므로 노스캐롤라이나에 비해 조타하기가 훨씬 쉬웠다는 장점은 있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 미 해군의 모든 신조함에 공통적인 사항이긴 하지만, 설계 당시보다 대공화기나 장비 등이 대거 증설되어 (그에 더해 운용인원까지) 과적(overload)이나 거주성 악화 등의 문제 등도 나타나긴 했지만 사우스다코타 급에서는 이것이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4) 사우스다코타 급의 방어구조에 대한 평가
전반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다코타 급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고 평가되며, 사우스다코타 급은 16인치 포탄에 대한 대응방어와 수중탄에 대한 대책을 손에 넣었지만 그 대가로 상대적으로 성능이 불안한 수중방어 시스템과 짜리몽땅한 함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실전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보다 상세히 다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