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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인의 최후

구름위 2012. 12. 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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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3년, 피사로가 잉카를 장악한지 6년째가 되었다.

그해 11월 어느 날, 피사로를 조용히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죽은 황제의 동생인 망코였다.

 

망코는 피사로에게 이런 제의를 했다.

“나는 이 태양제국이 과거에 누렸던 영광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나는 우리 형님과는 다르다. 나는 당신과 동맹을 맺겠다“

 

젊은 망코의 호기를 듣고 피사로가 대답했다.

‘자네는 야망에 불타는 젊은이로군. 그럼 동맹을 맺도록 하지.

자, 그럼 이제부터 자네가 이 잉카제국의 황제가 되는 걸세“

 

동맹을 맺으면서도 망코와 피사로에게는 각자 다른 속셈이 있었다.

망코는 때가 되면 동맹을 깨고 피사로를 죽이려는 속셈이었고,

피사로는 망코를 잘 구슬려 어딘가에 잔뜩 숨겨져 있는

황금을 모두 빼앗은 다음 그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피사로는 망코에게 아주 화려하고 장엄한 대관식을 치루게 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황제가 된 망코는 다음날, 아무도 없는 텅빈 왕궁에서

황제의 자리가 그저 허울뿐임을 알게 되었다.

 

분노에 휩싸인 망코는 피사로를 찾아갔다.

“이 사기꾼!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

그러자 피사로는 느긋하게 병사를 부르더니 이렇게 명령했다.

“호랑이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어서 잡아 감옥에 쳐 넣어라!”

결국 망코도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망코는 감옥에 쭈그려 앉아 중얼거렸다.

‘저 스페인놈들은 하늘의 신이기는 커녕 황금에 미친 살인자들이다.

저 살인자들을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바로 황금 뿐이다“

 

그때 피사로는 왕궁을 뒤지고 왕들의 무덤을 파헤쳐 황제들이 쓰던

황금접시, 황금상 뿐만 아니라 황제들의 미이라까지 훔쳤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모두 녹여 금덩어리로 만들었다.

황금에 완전히 눈이 먼 피사로는 더 많은 황금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때 기회를 엿보던 망코가 꾀를 냈다.

"나만 알고 있는 성스러운 골짜기가 있다.

그곳엔 죽은 황제와 왕비의 황금상이 숨겨져 있다.

지금까지 당신이 찾아낸 그 어떤 황금상보다도 더 값진 것이다.

 

물론 그곳은 나만 알고 있다.

그러니 타협을 하자. 당신이 날  풀어주면, 하룻밤 안에 그 황금상을 갖다 주겠다."

망코의 말에 깜박 속은 피사로는 그날로 망코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황금상을 파내는 데 필요한 망코의 군사들 3천명도 풀어 주었다.

 

망코가 자기 군사들과 함께 성스러운 골짜기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망코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수백명의 '태양의 처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잉카의 상징이었고

잉카인들이 종교적으로 가장 신성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또 10만명의 군사들도 망코의 뒤를 따라왔다.

그래서 망코와 수많은 잉카 사람들은 안데스 산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잉카인들의 오랜 저항이 시작되었다.

 

최후의 잉카 유적 마추피추

 

망코는 피사로에게 복수하기 위해 잉카의 옛 수도인 쿠스코를 포위하고

불을 질렀지만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망코는 더 깊고 높은 산속으로 들어가

피사로가 절대 찾아올수 없는 요새를 만들었다.

그것이 잉카의 새로운 수도 빌카밤바였다.

 

망코는 여러 해에 걸쳐 스페인들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폈다.

이때 발휘된 잉카 전사들의 용기와 충성심은 정말 대단했다.

스페인군에 포로로 잡힌 잉카인들은 모두 죽음으로 비밀을 지켰다.

심지어 산 채로 불로 달궈지고 태워져도 망코가 있는 곳을 절대 말하지 않았다.

 

1541년 어느 날, 망코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스페인 병사들이 자기네들끼리 서로싸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 피사로가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황금을 모두 차지하려는 또 다른 스페인 병사들이

피사로의 궁전을 습격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피사로를 죽인 사람들은 모두 잡혀 거의 가 처형되었다.

그런데 그중 7명이 용케 도망쳐 잉카인들이 살고 있는 산속으로 도망쳐 왔다.

그들은 피사로를 죽였다는 이유로 잉카족의 환영을 받았다.

그들은 몇년동안 그곳에 살면서 잉카 군사들에게 스페인의 전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차츰 스페인 도망병들은 깊은 산 속 생활에 싫증을 느끼게 되었고,

점점 저쪽 세상인 쿠스코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그들은 아주 무서운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때가 온 것이다. 우리가 망코를 죽이면, 옛날 피사로를 죽였던 죄를

모두 용서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우린 이 산속에서 나갈 수 있는거야!"

 

어느날, 도망병들은 망코가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하자고 망코를 꾀어냈다.

망코 차례가 되자, 그중 한 사람이 칼을 휘두르며 망코를 덮쳤다.

망코는 칼을 맞고 쓰러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이건 내 잘못이다. 황금에 미친 스페인 사람들을 믿었으니..."

 

망코가 죽가 도망병들은 잽싸게 말에 올라타고 쿠스코를 향해 달렸다.

그러다 그들은 길을 잘못 들어 헤매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잉카 군사들에게 모두 붙잡혀 죽었다.

 

망코가 죽자 그의 아들 투파크가 잉카를 이끌었다.

투파크는 1558년 3월에 자기 누이동생과 결혼을 했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아마루가 태어났다.

 

1572년, 새로 부임한 페루의 총독은 자기 신하를 시켜

아마루에게 편지를 전하게 했다. 그런데 편지를 전달하러 갔던 신하가

잉카의 파수병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 소식을 듣고 잔뜩 화가 난 총독은

잉카 요새를 송두리째 쳐부수겠다고 다짐을 했다.

 

스페인 군사들의 끈질긴 추적끝에 마침내 잉카요새가 드러났다.

군사들은 성문을 열고 그 안으로 물밀듯이 쳐 들어갔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고 불에 타버린 폐허만 있었다.

아마루와 잉카족들은 이미 아마존의 밀림속으로 도망간 뒤였다.

 

그런데, 1년 후 잉카인 중의 한 사람이 스페인 병사들에게

'잉카족의 새 요새'가 있는 곳을 몰래 알려 주었다.

그래서 결국, 아마루는 스페인군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쇠사슬에 묶인 채 혹독한 고문을 당한

아마루는 그들이 휘두른 칼날에 그만 목이 날아갔다.

소식을 들은 잉카인들은 몇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통곡하였다.

이로써 잉카의 마지막 저항은 배신으로 끝나게 되었다.

이것은 피사로가 쳐들어온지 46년째였다.

 

투팍 아마루 황제

 

[출처 : 김형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 중에서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