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큐슈[九州]의 구마모토[熊本] 현청(縣廳)이 있는 구마모토시(市)에 혼묘지[本妙寺]라는 사찰이 있다. 이곳에는 구마모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제사를 지내는 묘가 있다. 이 경내에 특별한 비석과 묘가 있는데, 비신(碑身)에는 ‘조선인김환묘(朝鮮人金宦墓)’라 새겨져있다.
임난 당시 우리 조선에 지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인물인 가토 기요마사.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사찰 혼묘지[本妙寺]에 조선인의 넋을 기리는 묘가 모셔져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놀라운 일이다. 이 당시에 과연 어떠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임진왜란 초, 왜군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선봉장으로 국토를 유린한 약 20만의 일본군은 불과 이십 여일 만인 5월 2일 수도 한양에 입성하였다. 이후 크게 동서로 나뉜 왜군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군대가 서북 방면을 따라 진격하여 6월 15일 평양을 점령하고,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군대는 동해를 따라 함경도 지방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선조는 의주성까지 피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해군과 순화군 두 왕자는 함경도에 피신을 했는데, 그때 함경도에서 반란이 일어나 반역자들이 임해군과 순화군을 인질로 잡아 가토 기요마사에게 건네고 항복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때 두 왕자를 수행하던 내시(內侍)가 바로 ‘김환(金宦)’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가토 기요마사에 의해 일본으로 끌려가 토목과 건축을 배우게 되었고, 그러던 중 총명함을 인정받아 가토 기요마사의 근신(近臣)이 되어 한 평생을 살았다. 그는 특히, 건축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가토 기요마사를 도와 구마모토성(城)을 쌓는데 일조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행정·무역·재정 등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가토 기요마사의 핵심 측근으로 일하였다.
그 후 1611년 가토 기요마사가 죽자 김환 역시 그 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토 기요마사와 평생을 같이하고 죽음까지 같이한 인물이었기에 혼묘지[本妙寺]에 가토 기요마사와 함께 추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구마모토성 옆에 있는 가토신사에도 주신(主神)인 가토 기요마사와 더불어 부신(副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조선인 김환.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전쟁은 개인의 삶과 죽음을 갈라놓기도 하고 그 비정함과 폭력성으로 개인과 민족, 국가 전체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과 연관시켜 임진왜란이라는 우리 민족사상 일대(一大) 전란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전쟁 전후의 상황과 전쟁이 남긴 여러 흔적들을 오래도록 숙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시 우리가 입은 피해와 그에 따른 민족적 감정뿐만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동아시아가 국제적으로 어떤 위상에 처하게 되었으며, 또한 전쟁관련국인 한․중․일 세 나라는 대내, 대외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맞게 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우리 고장 안산의 상황과 전후 사정을 살펴보는 것도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유의미한 하나의 의식적 작업이 될 것이다.
임난 당시 우리 안산에 살았던 많은 인물들 또한 국가와 민족,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다른 수많은 민초들과 마찬가지로 풍전등화의 국난(國難)을 극복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동참하였다. 무장으로 전장에 직접 나아가 큰 전공을 올린 이도 있고, 관리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한 이들도 있다. 패배감에 젖어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목숨을 바쳐 조국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내던졌던 것이다.
앞으로 임진왜란 당시에 활동한 인물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들이 전란 중에 남긴 피맺힌 흔적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생한 질문과 해답을 던져 줄 것이다. 그와 아울러, 앞서 밝힌 김환처럼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엇갈린 비운(悲運)의 삶을 살다간 인물들의 발자취를 살펴봄으로써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했던 파란만장한 질곡의 역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전쟁..... > 임진왜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펌글....왜장 가등청정을 죽인 조선여인 을녀 (0) | 2012.10.02 |
---|---|
[스크랩] 임진왜란 시기, 일본에 끌려간 조선백성을 버린 조선조정 (0) | 2012.10.02 |
[스크랩] 임진왜란 시기에 조선에 온 중국첩보원 사세용(史世用)...찬찬히 보세요 (0) | 2012.10.02 |
[스크랩] 진주성의 비극 *개 한마리 남기지 말고 죽여 없애라* (0) | 2012.10.02 |
[스크랩] 세계 4대 해전과 이순신 장군""`비온다는 주말 천천히읽고시간 보내세요!!"" (0) | 201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