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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막장 중국사]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간통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동생이 형을 죽이다.

구름위 2012. 10. 9. 12:07

  당나라가 무너지고 각지에서 절도사들이 봉기하여 나라를 세우고 서로 항쟁하던 혼란스러운 5대 10국 시절, 가장 처음에 나라를 열고 잘 나가던 사람이 바로 주전충(주온)이었습니다.

 

  주전충의 본래 이름은 주온인데, 한 때는 유명한 반란군인 황소의 부하였다가 당나라 조정에 투항하여 완전한 충성이란 뜻의 전충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주전충은 전혀 충성스럽지 못했습니다. 당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소종을 협박하여 강제로 제위를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끝내는 그를 비롯한 당나라 황족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으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황제가 된 주전충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그 이름을 양(梁)이라고 했는데, 후대의 학자들이 말하는 후량입니다.

 

  황제가 되었으나, 본 바탕은 도적이었던 주전충은 타락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는데, 자신의 양아들인 주우문의 아내 그러니까 며느리가 되는 여인인 왕씨를 총애하여 그녀로 하여금 늘 자신의 시중을 들게 했고, 건강이 악화되자 그녀를 항상 잠자리 시중 상대로 들게 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왕씨를 간호 상대로만 여겼던 것은 아니고, 다분히 불륜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주전충은 무척이나 변태적인 호색가였다고 합니다...

 

  왕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주전충은 마침내 다음 제위의 후계자로 주우문을 선택하고 그에게 제위를 넘겨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주전충의 친 아들인 주우규의 아내 장씨도 왕씨와 함께 주전충의 침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럼 며느리 두 명을 불륜 상대로 삼은 셈인가? -_-;) 주전충의 의중을 파악한 장씨는 급히 사람을 보내 남편에게 이 사실을 밀고 했습니다.

 

  아내로부터 연락을 받은 주우규는 무척이나 분노했습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한 일이죠. 엄연한 친 아들인 자신을 놔두고 남의 핏줄인 양아들이 아버지의 후계자가 된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 때, 그의 곁에 있던 측근들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거사해야 합니다. 만약, 지금을 놓치면 전하는 물론이고 저희들도 주우문의 패거리에게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부추겼습니다.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주우문이 만약 정말로 황제가 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도 무사하지 못하리라고 여긴 주우규는 5백 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직접 황궁으로 쳐들어 갔습니다.

 

  주우규와 그를 따르는 군사 5백 명은 한밤중의 황궁에 도착하여 병든 주전충이 잠들어 있던 침실로 몰려 갔습니다. 곤하게 자고 있던 주전충은 평소와는 달리, 침소가 갑옷이 서로 덜그럭거리는 소리로 가득차고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로 시끄러워지자 난세를 살아온 자의 본능으로 정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놀랐습니다.

 

  "감히 누가 반역을 하는 것이냐?"

 

  그나마 황제랍시고 남은 기력을 모아 주전충이 소리치자, 주우규가 나서서 대답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저올시다."

 

  모반의 장본인이 친아들이라는 사실에 당황한 주전충은 한동안 멍해있다가, 외마디 비명 같이 외쳤습니다.

 

  "네가 이렇게 도에 어긋난 짓을 하다니, 하늘과 땅이 용납할 듯 싶으냐?"

 

  주우규도 지지않고 삿대질을 하면서 고함을 질렀죠.

 

  "늙은 도적은 죽어 마땅하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우규의 뒤에 서있던 풍연악이라는 병사가 검을 뽑고 달려들어 주전충의 심장을 향해 칼을 내리꽂았습니다. 후량을 세운 주전충은 그렇게 해서 아들이 일으킨 반란에 죽고 맙니다. (서기 912년)

 

  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주우규는 친동생인 주우정에게 밀명을 내려 주우문을 죽이게 한 뒤, 주우문이 반란을 일으켰으나 자신이 진압했고, 부황인 주전충은 병이 악화되어 자신에게 제위를 넘겨 주었다고 거짓 조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황제가 된 주우규는 아버지에 못지 않을 만큼 음탕하고 타락한 생활을 일삼으며 내외의 비난을 샀습니다.

 

  그러자 돌아가는 사태를 보고 있던 주우정은 "나보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 형이 정변을 일으켜 황제가 되었는데, 나라고 어찌 안 된다는 법이 있으랴?"하는 생각을 품었고, 처남인 조암과 함께 역모를 꾸미고 황궁으로 쳐들어가 형인 주우규를 죽이고 황제가 되었습니다. (서기 913년 2월) 

 

  하지만 주우정 역시 죽은 아비나 형보다 나은 점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저질렀던 대로 자신도 똑같은 황음무도한 짓에 열중했으니까요.

 

  이렇게 후량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을 무렵, 북쪽에서는 사타돌궐족 출신 절도사인 이존욱이 착실하게 힘을 기르고 후량의 영토를 착실하게 공략하여 70여 주 가운데 50여 주를 차지했습니다.

 

  마침내 923년, 이존욱이 이끄는 후당군은 후량의 수도 개봉을 함락시키고 주우정을 비롯한 주씨 황족들을 모조리 살육하였습니다. 그리고 후량을 세운 주전충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유골을 빻아 재로 만들어 바람에 날려 버렸습니다. 자신들끼리 음란한 짓을 일삼고 골육상쟁에 골몰하던 후량의 로열 패밀리들은 결국 그렇게 해서 역사에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않고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지요.

출처 : THIS IS TOTAL WAR
글쓴이 : 타메를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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