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잡상

[스크랩] 파리 인육사건

구름위 2012. 10. 9. 12:06

이 글은 다소 비위가 약하신 분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습니다.

 

1981년 6월 11일, 파리에서 희대의 인육사건이 발생했다.

한 일본인에 의해 저질러진 이 사건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식탁에 올릴 생각을 한단 말인가!
 
이 사건의 범인은 나약하고 망상에 사로잡힌 외톨이였다.
그의 폐쇄적인 성격은 기형적인 성적기호와 삐뚫어진 집착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무시무시한 살의와 인육에 대한 욕망으로 솟구쳤다.
 
이 사건으로 전세계는 충격을 받았고 일본인의 잔혹성에 경악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이 살인마의 이야기가 소설과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아이러니한 결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인들 스스로는 이 사건을 사회병리의 한 현상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백인에 대한 일본인의 콤플렉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태평양 전쟁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이 사건의 심층에는 일본인들 특유의 잔혹성이 묻어 나온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사람의 목을 베는 잔혹성과 이 사건은 무관하지 않다"
 
 
성장기
 
이 살인마의 이름은 사가와 잇세이다. 그는 1949년 고베에서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난 그는 의사로부터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태어났을 때는 어른의 손바닥 위에 올라올 정도로 허약체질이었다.
 
그러나 이 살인마에게는 능력있고 헌신적인 아버지가 있었다.
구리타 공업의 회장이었던 아버지는 일본내에서 유력한 사업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불쌍한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눈물겨운 노력으로 사가와의 생명은 연장되었고 순조로운 성장이 시작되었다.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악마가 인간에 의해 창조되는 순간이었다.
 
이 소년은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고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학창시절은 늘 우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숙부로부터 잔혹한 동화를 듣게 되었는데,
'어린 아이를 유괴해서 솥에 삶아먹는 마법사의 이야기'였다.
 
이때부터 사가와는 인육을 먹는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으며
고등학생때는 이 문제로 정신과 의사에게 종종 상담을 받기도 했다.
부모들은 이 아이가 성년이 되면 더 나아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일 뿐이었다.
 
의사는 사가와가 성장하면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의 성장은 그다지 좋지 않아 다 자란 키가 150cm도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신체에 상당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큰 여자들을 선호했다.
이때부터 그는 서양 여자들에 대한 특이한 판타지를 품게 되었는데,
바로 자신의 식탁에 여자의 육체를 요리해서 올리는 것이었다.
 

파리 유학

 

파리에 유학하고 있던 사가와는 내성적이고 고독한 인물이었다.

우울한 성격 때문에 그에게는 여전히 친구들이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찾는 친구는 빅토르 위고 광장에 있는 직업 여성들이었다.

그곳에서는 일정의 금액만 지불하면 친구도 되어주고 성적인 욕망도 해결해 주었다.

 

사가와는 호화 아파트에 살면서 파리의 동양어학교를 1년 정도 다녔다.

이 학교에서는 그림을 전공했는데, 그를 기억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그는 언제나 조용하고 소심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일 조차 드물었다. 
 

"사가와는 조용한 인물이군" "그리고 항상 예의바른 청년이기도 해"

"그는 다른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인사를 하지"

"맞아! 낯설기는 하지만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사람들은 사가와를 온순하고 예의바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학교에는 동양에 관심있는 유럽의 많은 학생들도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깍듯이 인사하는 사가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 무렵 일본은 전후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서구인들은 예의 바르고 근면한 일본인들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호감은 결국 늪속에 숨어있는 악어에게 훌륭한 은신처가 되었다.

 

이즈음 사가와는 자신의 숨겨진 성벽을 한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혼자사는 독일 여성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습격하려다가 체포된 것이다.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나약한 사가와에게는 힘겨운 존재였음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경찰에 체포되었던 그는 의외로 쉽게 풀려 나왔다.

부친의 파격적인 합의금에 의해 그 여성이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 실패한 경험으로 인해 그의 인육에 대한 환상은 점점 커져갔다.


사가와는 1년 후에 파리 제3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거리를 쏘다니거나 카페에서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림은 완성되기 전에 모두 찢어버렸다. 그에게는 재능이 별로 없었다.

오직 있는거라곤 독특한 미각 뿐이었다.

 

먹잇감의 발견

 

32세가 된 사가와는 어느 날 소르본느 대학에 다니는 네덜란드 유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25세의 르네 하테벨트(Renee Hartevelt)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쾌활하고 호기심 많고 소녀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르네는 왜소하고 소심한 사가와를 만나면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사가와는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언제나 활짝 웃어주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보잘 것 없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게 분명해"

두 사람은 금새 가까워졌고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데이트까지 하게 되었다.

 

르네가 보았을 때 사가와는 매우 신비로운 존재였다.

동양의 작고 조그만 나라, 그 나라에서 온 검은 눈동자의 청년.

그녀에게는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그런 동양인에게서 미지의 호기심을 느꼈다.


르네의 쾌활한 성격 덕분에 그들은 상당히 친밀해졌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

훤칠한 미녀와 왜소한 남자.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은 그리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그녀가 사가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단순한 동정이었는지, 아니면 친구와 연인의 중간쯤이었는지도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그녀의 마음이 사가와에게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심하고 나약했던 사가와는 점점 아름다운 르네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파란 눈. 눈부신 금발. 하얗고 풍만한 육체.

이 모든 것을 갖춘 그녀에게 사가와는 알지 못할 갈증을 느꼈다.

 

그들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트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사가와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날이면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체할수 없는 목마름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곤 했다.


사가와는 어느 날, 여름방학을 앞두고 르네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벌써 몇 번째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가와가 르네를 만난 것은 세느강 강변이었다.

 

사가와는 르네와 나란히 걸었다.

세느강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 커플, 나무에 기대어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 모두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사가와는 르네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이제 곧 방학이 될 텐데 어떻게 할 거야?" 
"네덜란드로 돌아갈 거야. 사가와는?"
"나도 일본으로 돌아가야겠지."

 

르네가 고개를 숙인 사가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일본에 가본 일이 없어. 어떤 나라일까 참 궁금해." 
"내가 초대할까?" "정말?" "물론이야" "오~ 사가와!"

 

르네가 뛸 듯이 기뻐하며 사가와를 힘껏 껴안고 볼에 키스를 했다.

르네의 커다란 가슴이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사라졌다.

사가와는 얼굴이 금새 빨개지며 황홀한 기분이 빠져 들었다. 

 

"맥주 마실래?"
사가와는 얼굴이 붉어진 것을 감추기 위해 건성으로 말했다.
"파리에서는 와인을 마셔야지" 르네가 웃으며 대꾸했다.

 

두 사람은 노상 카페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세느강 서쪽으로 붉은 노을이 지며 한 악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르네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악사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사가와의 눈에는 그런 르네의 모습이 마치 여신처럼 느껴졌다.

 

르네가 악사에게 빠져 있는 동안 사가와의 눈은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크고 둥근 가슴을 바라보는 사가와의 눈은 금방이라도 그녀의 셔츠를 뚫어버릴 기세였다.

그리고 그녀의 하얀 가슴을 깨물어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그 때 르네가 사가와의 뜨거운 눈길을 느꼈다.

르네의 눈과 마주친 사가와가 당황하기 시작하자 르네는 애교있게 눈을 흘겼다.

얼굴이 빨개진 사가와는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늦은 시간이 되자 사가와는 르네를 바래다 주었다.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을 밟으며 르네의 아파트 입구까지 걸었다.

어두컴컴한 현관에 다다르자 르네가 사가와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보여 줄게"

 

사가와는 무슨 뜻인지 몰라 르네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 순간 사가와의 눈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녀가 셔츠를 걷어 올리고는 크고 하얀 가슴을 보여준 것이다.

 

"아!"

사가와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지며 머리가 텅 빈 듯한 느낌이었다.

사가와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자, 르네가 셔츠를 다시 내렸다.

"오늘 즐거웠어. 잘 가~"


사가와는 르네와 헤어지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쩐지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르네는 자기 가슴을 보여주었는데, 왜 나는 손 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을까?"

사가와는 그런 르네의 당당함에 자신이 더욱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새 뒤척이던 그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그래, 르네를 아파트에 초대해야겠어!
그리고 그녀의 몸, 향기, 가슴, 손, 발을 모두 차지할거야!"

 

결정이 내려지자 사가와는 몸이 다시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는 르네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더 이상 억제할 수가 없었다.

새벽에 거리를 나선 그는 낯선 여자를 품에 안고 상상속의 르네를 마음껏 유린하였다.

 

사가와의 머릿속에는 온통 르네의 하얀 육체로 가득차 있었다.

꿈에서는 벌거벗은 르네와 침대에서 뒹구는 꿈을 꾸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점점 인육에 대한 환상으로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운명의 날

 

그날도 사가와는 르네와 사랑을 나누는 꿈을 꾸었다.

그녀의 아름답고 하얀 육체가 눈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면

사가와는 르네를 끌어 안으며 그녀의 하얀 가슴을 한 입 베어 먹는다.

그러면 찢어질듯한 비명이 들려오고 사가와의 입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즐거운(?) 악몽을 꾼 사가와는 늦게서야 잠에서 깼다.

6월 11일, 르네의 황홀한 가슴을 본지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시간은 벌써 9시 20분, 사가와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늦겠어!"

 

사가와는 스프링처럼 일어나 후다닥 세수를 하고 캠퍼스로 달려갔다.

그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시계를 보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잠시후면 르네가 미소를 지으며 여길 지날 것이다.

 

"사가와~!"

멀리서 르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르네는 두툼한 책을 가슴에 보듬고 청바지와 붉은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르네는 다음주에 네델란드로 간다. 이번 주 안에 결말을 내야했다.

 

"하이!" 사가와도 르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따가 점심 함께 하지 않을래?" 르네가 물었다.

"안돼, 약속이 있어서 곤란해" 사가와는 거짓말을 했다.

오늘 밤 르네를 초대하여 특별한 만찬을 즐길 생각이었다.


"그래?" 르네의 얼굴에 언뜻 실망하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녁에 내 아파트에 올 수 있겠어? 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
사가와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으나 르네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다.

사가와는 목이 타들어갔다. 손에서는 또 땀이 났다.

 

이윽고 르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좋아."
사가와는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휴우~~~"

그때 르네가 사가와의 팔을 잡고 볼에 키스를 해 줬다.

"몇 시쯤에 갈까?" "저녁 8시까지 와 줘"

 

르네는 알았다며 손을 흔들어 준 뒤 총총걸음으로 지나갔다.

사가와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멀어질 때까지 바라 보았다.

벌써부터 흥분을 느낀 사가와는 발끝에서부터 전율이 올라옴을 느꼈다.


사가와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숨이 가빴다.

그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벌컥~벌컥~"

그의 아파트에는 살인도구가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자동절단기와 권총은 이미 오래 전에 구입해 두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르네가 오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칼로 찌르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실패할 수도 있다.

과거 체격이 컸던 독일 여성을 습격했다가 체포된 적이 있었다.

르네도 서구 여성들치곤 꽤 큰 편이다. 결국 그는 총을 선택했다.

 

밤이 되는 것은 초조함만큼이나 오래 걸렸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사가와는 창문을 닫고 커텐을 내렸다.

사가와는 거실에서 서성이며 초침소리까지 세고 있었다.

 

죽음으로의 초대

 

드디어 초인종이 울렸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자, 서두를 필요 없잖아?"

사가와는 깊은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 밖에는 밝은 표정의 르네가 서 있었다.

"어서 와" 르네는 붉은 장미꽃을 한 다발 들고 있었다.

옷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고 보조개가 패이는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가와는 르네를 가볍게 포옹하면서 장미꽃을 받아 들었다.

오늘 밤 르네의 모습은 이 장미꽃 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고 있었다. 사가와는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었다.

 

르네는 요리를 준비하는 사가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겉모습과는 달리 속이 깊고 참 다정다감한 남자였다.

두 사람은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날따라 르네를 바라보는 사가와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청혼을 해 오면 어떡게 하지?' 르네는 설레였다.

 

저녁을 마친 두 사람은 콧노래를 부르며 같이 접시를 씻었다.

르네는 접시들이 예쁘다면서 수다를 떨었다.

사가와는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앵차를 끓여 주었다.

 

르네는 차를 마신 뒤 창문을 열고 광장을 내려다 보았다.

사가와가 천천히 다가갔다. 르네의 눈이 그에게로 향했다.

사가와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르네는 눈을 감았다.

사가와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 쥐었고 다른 한 손이 원피스 안으로 들어왔다.

 

"이러지마, 사가와" 르네가 살며시 그의 손을 떼어냈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 르네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를 갖고 싶었어" "지금은 아니야"
"가슴까지 보여주었잖아?" "그래도 아니야"

 

르네는 청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서양인들 끼리라면 프로포즈를 하지 않고도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르네는 동양인과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사가와는 어색하게 웃으며 순순히 뒤로 물러섰다.

르네는 웃으며 창문을 닫고 돌아섰다.

사가와가 그녀의 눈을 피하며 창문을 닫고 커텐을 내렸다.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르네가 소파로 가서 앉았다.

 

사가와는 그녀의 등 뒤에 있는 장식장에서 권총을 꺼냈다.

르네가 일어서려고 했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영원히 그녀를 놓치고 만다.

르네의 등 뒤에서 권총을 겨누는 사가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르네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머리에 총을 맞은 그녀는 장미꽃보다 더 붉은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사가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이 총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안해 르네, 나는 나를 억제할 수가 없었어'
사가와는 거실에 쓰러진 르네의 시체를 한 동안 내려다 보았다.

르네의 피가 거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피냄새가 강하게 코 끝에 풍겨왔다.

사가와는 이 흥분되는 냄새를 가슴 깊이 흡입하였다. "후~~~"

그러자 격렬하게 뛰던 심장이 차츰 안정되었다.

 

사가와는 쓰러진 르네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르네를 살해했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드디어 그는 자신이 계획한 일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살인자의 만찬

 

사가와는 먼저 르네의 시체를 욕실로 옮겼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긴 뒤 강간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생식을 하였다.

아마 그의 오랜 망상이었던 가슴을 먼저 먹었을 것이다.

 

이어서 자동절단기로 시체를 해체했다.

그리고 해체한 시신을 정렬해 놓고 30여 장의 사진을 찍은 뒤

먹기 좋은 부분만을 잘라내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유체의 일부는 그날 밤 프라이팬으로 요리되어 사가와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중에 당시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소망은 컸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한다면, 그녀는 영원히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오로지 이 소망뿐이었다."

사가와에게 이날 밤은 특별했을 것이다. 인간에서 짐승으로 변하던 날이었다.

 

문제는 먹을 수 없는 부분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그는 고민끝에 이 시체를 가방에 담아 내일 숲에 버리기로 했다.

새벽녁이 되어서야 일처리가 모두 끝났다. 사가와는 편안히 잠자리에 들었다.

 

12일, 사가와는 이때부터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이 날 그는 아파트의 핏자국을 지우고 르네의 옷을 쓰레기장에 버렸다.
그리고 밤이 되자 시체가 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시체를 버리기에는 불로뉴 숲의 호수가 제격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늦은 밤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회를 놓친 사가와는 다시 가방을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사가와는 초조해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13일, 르네가 죽은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르네의 행방에 대해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날 밤 사가와는 시체가 든 두 개의 가방을 호수에 버리는데 성공했다.

집에 돌아온 사가와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맛있게(?) 식사를 했다.

 

14일 아침, 호수를 산책하던 한 시민이 뭔가를 발견했다.

곧바로 파리 시내는 발칵 뒤집혔고 그 일대에 경찰이 쫙 깔렸다.

파리 경찰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모든 것을 총동원하라고 하였다.

 

피해자의 신원이 단 몇시간만에 밝혀졌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르네와 관련된 사람들은 경찰의 철저한 추적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력한 용의자들이 떠올랐다. 경찰은 더욱 바빠졌다.

 

거리에 경찰들이 몰려다니자 사가와는 불안해졌다.

그날 밤 그는 시내의 외진 곳에 자동절단기를 버리고 돌아왔다.

초조해진 사가와는 일체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살인마의 체포


15일 날이 밝았다. 경찰의 수사망에 사가와가 걸려들었다.

르네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인물이 사가와란게 밝혀진 것이다.

경찰은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아파트를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진입했다.

 

사가와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들은 그 자리에서 경악하고 말았다.

집안 곳곳에 인육이 널려 있었고 프라이팬에 요리된 신체의 일부까지 나왔다.

경찰에 체포된 사가와는 자신의 범죄를 단 한 순간도 뉘우치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서 담담하게 범행을 자백했다.

"오래 전부터 식인 충동을 느꼈다."
"그럼 인육을 먹기 위해 르네를 살해했는가?"

"그렇다" 

 

경찰은 그의 자백을 현장에서 일일이 녹취하고 촬영했다.

사가와는 몇 번에 걸쳐 르네의 인육을 먹었다고 자백하여 경찰들을 경악시켰다.

그날 밤 파리 인육사건은 전세계로 타전되었다. 
  

 

체포되는 사가와 잇세이                                 먹다 남은 다리

 

살인마의 부활

 

당시 조사를 받을 때, 그의 키는 150cm 이하였으며, 몸무게 또한 35kg 이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신체적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할 줄도 알았다.

그는 이 체력으로 재판에 서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982년 10월, 법원은 사가와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불기소 처분으로 무죄가 확정되어 프랑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세 명의 심리학자가 그를 검진했는데 그의 정신이상은 치유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사가와는 자신의 이야기를 일본의 극작가에게 들려주어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을 펴낸 작가는 '사가와에게서의 편지'로 생애 최고의 상을 받았다.

프랑스는 이 살인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강제 이송됐다.

 

1985년, 일본으로 귀국한 사가와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본 열도는 이 희대의 살인마 때문에 술렁였고 그를 만나보기를 소망했다.

그는 다시 정신병원에 격리되었고, 한 양심있는 의사에 의해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는 온전히 정상이며, 유죄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감옥이다!"

 

하지만, 일본 굴지의 대기업 회장인 그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사가와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고 검찰과 의사들은 이 소송에서 패했다.

아버지의 승리로 그는 자연스럽게 수감 생활로부터 벗어났다.

 

15개월만에 자유의 몸이 된 사가와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나를 카니발니즘(식인주의)의 대부로 만들었고,

이 사실에 행복을 느낍니다. 나는 항상 식인의 눈으로 세계를 지켜볼 것입니다"

밖으로 나온 사가와는 소설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르네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세계의 언론들은 사가와가 정말 심신상실이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일본인들도 사가와가 올바른 사회적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경제 동물이었던 일본인들은 사가와를 하나의 상품으로 여겼다.

세계인들은 그런 일본을 비난했다.

 

일본인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그를 키운 부모들이었다.

사건이 터지자 아버지는 경영에서 물러났고, 어머니는 신경쇠약에 걸렸다.

나중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아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사가와는 언론의 끊이지 않은 관심 덕분에 '일본의 스타 식인종'으로 불렸다.

그는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되었고 그가 쓴 책들은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식을줄 모르는 그의 인기는 영화, 드라마, TV쇼, CF에까지 출연하게 만들었다.

 

 

유명인사가 된 살인마            스테이크 레스토랑 CF에 출연 

 

사가와는 특히 자전적 소설인 '악의 고백 (원제:안개속)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다.

그의 책은 출간되자 마자 50만부가 팔려나가 전 일본인들을 구토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잔혹한 정신세계를 적나라하게 고백했으며

자신의 식인행각을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사가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또한 네델란드에 살고 있는 피해자 가족에게도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법은 용서했지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그는 한 일간지의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7년에는 고베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에 관한 논평을 쓰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그에 주목하는 이유를 당당함과 지적인 언행이라고 한다.

그들은 혹시 정상인 보다는 비정상인을 더 선호했던 것은 아닐까?

현재 그의 나이는 61세다.

 

이 글은 아래의 출처에서 짜깁기한 것입니다.

출처 : 역사를 창조한 문학
글쓴이 : 임용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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