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 끝장…‘수중 제왕 잠수함’ 만든 일등공신
- <10> 잠수함 탑재 명품 무기 이야기 ① 어뢰
어뢰를 명품무기 반열에 올린 잠수함
U-21함
4발 발사 英 순양함 격침 세계가 경악
U-보트 스타 U-9함
1시간 만에 英 순양함 3척 수장시켜
U-47함
6발 쏴 전함·수상항공기 모함 격침
대서양 전투에서 연합국 함정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일의 두 종류 어뢰 G7a. 불발탄이 25% 이상 발생해 잠수함 함장들이 ‘나무총’이라고 불렀던 어뢰지만 전투를 지속하면서 성능이 좋아져 잠수함을 수중의 제왕으로 만드는 명품이 됐다. 필자 제공 |
대서양 전투에서 연합국 함정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일의 두 종류 어뢰 G7e. 불발탄이 25% 이상 발생해 잠수함 함장들이 ‘나무총’이라고 불렀던 어뢰지만 전투를 지속하면서 성능이 좋아져 잠수함을 수중의 제왕으로 만드는 명품이 됐다. 필자 제공 |
이번 주부터 7회에 걸쳐 잠수함에 탑재된 명품 무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무기인 어뢰부터 살펴보자.
‘간담 서늘하게 하다’ 뜻의 Torpedo (魚雷)
어뢰(魚雷)란 어형수뢰(魚形水雷)의 줄임말이며 영어로는 토피도(Torpedo)라고 부른다. ‘토피도’란 말은 라틴어 ‘Torpere’에서 유래했으며 그 뜻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다’라니 1·2차 대전을 치르면서 어뢰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잠수함의 어뢰 공격이 모든 수상함 함장(선장)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이유는 ‘어뢰 명중=함정 수장’이란 공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함선들은 수십·수백 발의 함포를 맞아도 침몰하지 않지만 어뢰에 맞으면 단 1발에도 두 동강이 나서 순식간에 가라앉으니 어찌 두렵지 않았겠는가? 이는 버블제트(bubble jet) 효과 때문이다. 어뢰에 탑재된 폭약이 함선 중앙부 밑에서 폭발해 엄청난 가스압력이 발생하면 함선은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가스압력이 소멸하면서 빈 공간이 발생하고 함선은 다시 수면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함선의 용골은 완전히 부러지게 된다. 이것이 버블제트 효과다.
어뢰의 역사는 1866년 오스트리아 해군의 G.루피스가 영국인 기사 R.화이트헤드와 협력해 직주어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어뢰는 내부에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이를 동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했으며 폭약으로 다이너마이트 8㎏을 사용했고, 속력은 시속 11㎞, 사정거리는 640m 정도였다. 이후 1899년 오스트리아의 L.오브리가 표적을 향해 똑바로 전진할 수 있는 자동조타장치를 발명했고, 1904년 미국의 F.W.블리스는 연료를 압축공기로 연소시켜, 혼합가스를 만드는 등 속력을 높이는 데 노력했다. 제1·2차 세계대전 때는 속력 35노트, 사정거리 6㎞, 폭약량 150㎏ 이상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추진기관, 침로 및 심도유지 장치, 신관 등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일본군이 개발한 93식·95식 어뢰는 산소를 연료로 해 항적(航跡)을 남기지 않고, 시속 36~49㎞의 속력으로 30∼40㎞의 항주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당시 어뢰 가운데 성능이 제일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오늘날 어뢰 대부분은 스스로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자동명중방식(호밍 방식)과 유선에 의한 지령유도방식을 사용하고 수상함정·잠수함·항공기 등에서 발사되며, 자체 추진으로 일정한 깊이를 항주(航走)해 표적에 명중하도록 돼 있다. 함정 탑재용은 폭약량 300~500㎏의 중어뢰, 항공기 탑재용은 폭약량 100~200㎏의 경어뢰로 분류된다.
독일 해군의 최신 어뢰 DM 2A4: 2차 대전 때 수만 발의 실전 경험을 통해 성능이 개량된 독일의 최신 선유도(Wire Guided) 중어뢰로 현재 독일· 이스라엘·노르웨이·튀니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
어뢰를 명품 무기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해전(海戰)들
1차 대전 중 잠수함 어뢰에 의해 격침된 함정은 5000여 척에 1200만 톤이 넘었고, 2차 대전에서는 3000여 척에 1400만 톤에 가까웠다. 이런 놀랄 만한 전과를 기록했지만 잠수함이 군함(항모, 전함, 순양함, 구축함 등 전투함)을 공격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당시의 잠수함은 축전지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서 한번 충전해 물속에 들어가면 기껏해야 2시간 정도 견디고 다시 충전하기 위해 물 위로 올라와야 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면 곧바로 전투기와 함정에 의해 공격받기 때문에 잠수함 함장은 100% 성공 확률이 아니라면 군함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만큼 군함을 어뢰로 공격하는 것은 전 잠수함 승조원의 목숨을 거는 일이었기에 군함을 격침하면 대서특필됐으며 잠수함 함장은 영웅이 됐다. 어뢰 공격으로 영웅 함장을 탄생시킨 전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2차 대전에서부터 포클랜드 해전까지 대표적인 전투를 정리해본다.
①U-21함에서 발사한 4발의 어뢰, 영국 순양함을 격침시키고 세계를 놀라게 하다.
1914년 9월 5일, 독일의 오토 헤르싱 소령이 지휘하는 U-21 잠수함은 영국 함대에 접근해 순양함 1척을 향해 어뢰 4발을 발사했다. 영국 순양함 패스파인더함은 대폭발했고, 배가 침몰하면서 승조원 296명 중 259명이 수장됐다. 이 어뢰 공격은 잠수함이 실전에서 전과를 남긴 최초의 사건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영국 함대는 이것이 어뢰에 의한 공격이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며, 순양함의 침몰이 떠내려온 기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할 정도였다. 이 사건은 잠수함을 비열한 무기로 취급하며 대비에 소홀했던 영국에 경종을 울린 어뢰 공격으로 평가됐다.
②U보트 스타 U-9함, 어뢰 공격으로 1시간 만에 영국 순양함 3척 격침.
1914년 9월 22일, 독일의 오토 베디겐 대위가 지휘하는 U-9 잠수함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려진 틈을 이용, 영국의 순양함 단대에 접근해 1시간 동안 순양함 3척(아부키르, 호그, 크레시)을 어뢰로 침몰시켰다. 이 공격으로 순양함 승조원 2200명 중 1459명이 수장됐다. 이것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침한 이후 거의 30여 년 동안 전 세계 해양을 지배해온 영국 함대에 최대 치욕으로 기록됐다. 당시 영국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존 피 제독은 “넬슨 제독이 그의 전 생애 동안 수행한 전투에서 희생시킨 병사보다 더 많은 병사를 잃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이 전투는 당시 영국에 비해 해군력이 8대2 정도로 열세였던 독일 해군에게 잠수함 전투의 효용성을 입증해준 사례로 기록된다.
③적 항구에 침투해 어뢰 6발로 전함과 수상항공기 모함을 격침시킨 U-47함, 어뢰의 위력과 잠수함의 은밀 작전 유효성을 보여주다.
1939년 10월 8일 독일의 U-47 잠수함은 킬 항을 출발해 10월 13일 영국의 스캐퍼 플로 항구에 은밀히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U-47 함장은 절묘하게 잠수함을 몰고 항구에 진입해 순차적으로 어뢰 6발을 발사했다. 불발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정박 중인 영국 전함 로열 오크와 수상항공기 모함을 격침했다. 이 작전은 어뢰의 위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잠수함의 은밀성을 이용해 적의 앞마당을 유린하고 안전하게 귀환한 대표적인 잠수함 작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첨단으로의 진화 공포의 무기, 이젠 인공지능에 ‘눈독’
- <11> 잠수함 탑재 명품 무기 이야기-어뢰 ②
- 2016. 03. 27 15:34 입력 | 2016. 03. 27 15:36 수정
80년대 이후 컴퓨터 눈부신 발전 힘입어 첨단 기능 내장 성능 지속적 ‘업그레이드’
2차 대전 당시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일본의 93식 어뢰. 필자 제공 |
일본의 I-19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3발을 맞고 화염에 싸여 침몰 중인 2만 톤급 미 항모 와스프함. 필자제공 |
이번주에도 지난주에 이어 어뢰를 명품 무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해전(海戰) 사례를 살펴보자.
④일본 I-168 잠수함, 어뢰 4발로 항모 1척을 격침하고 호위 구축함 1척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다.
1942년
6월 6일, 일본잠수함 I-168함을 지휘하는 다나베 소령은 미드웨이 섬 근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요크타운의 경계를 뚫고 들어가 어뢰 4발을
발사했다. 2발은 요크타운함에 명중돼 항모를 수장시켰다. 1발은 항모를 호위하던 구축함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다나베 소령은 이 전투에서
잠수함 어뢰의 위력을 확실히 보여 줌으로써 일본 국민에게 잠수함 작전에 의한 대미 승전의 희망을 갖게 했다. 다나베 소령은 그 공로로 일본
최초의 수훈 잠수함 함장(Submarine Ace)이 됐다.
⑤일본 I-19 잠수함,어뢰 6발로 항모 1척을
격침하고, 전함 및 구축함 각 1척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다.
1942년 9월 15일, 일본 잠수함 I-19함을 지휘한 기나시 중령은
솔로몬 제도 근해에서 잠망경 심도로 진입해 2만톤 급 미국 항공모함 와스프(Wasp)를 향해 6발의 어뢰를 연속으로 발사했다. 이 중 3발이
명중해 항모를 침몰시켰다. 나머지 3발은 와스프로부터 9㎞ 떨어져 있던 다른 항모(호넷·Hornet)의 호위 전함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lolina)와 구축함 오브라이언(O’Brein)에 명중해 심대한 손상을 입혔다. 잠망경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원거리 표적에 어뢰가 명중할
수 있었던 것은 파라핀과 산소를 혼합한 추진연료로 주행거리를 늘렸기 때문이었다. 이는 2차 대전에 참가한 모든 나라의 잠수함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어뢰 공격 사례로 평가받았다.
⑥미국잠수함 USS Tang(SS-306), 어뢰 6발로 화물선과 유조선 4척을
격침하다.
1944년 6월 21일, 트루크(Truk)섬 근해에서 오케니 소령이 지휘하는 Tang함(USS 306)은 잠망경 심도로
잠항해 일본 선단이 완전히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여러 척의 표적이 겹쳐 보이는 위치에서 6발의 어뢰를 차례로 발사했다.
이
공격에서 그는 에이스(Ace) 함장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2척의 화물 수송선과 2척의 유조선 등 4척의 일본 선박들을 일시에 격침했다.
이것은 단 한 차례 전투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격침한 사례로 기록됐다.
⑦파키스탄 잠수함 한고르함,
어뢰 공격으로 인도의 구축함을 격침해 자존심을 세우다.
1971년 12월 벌어진 인도-파키스탄전은 제3세계 잠수함이 최초로 사용된
전쟁이며, 잠수함의 음향어뢰(목표물에서 나오는 소음이나 소리를 감지해 목표물을 쫓아가는 어뢰)가 실전에 사용됐다.
파키스탄은
상대적으로 약한 수상함정들은 항 내에 묶어둔 채 1963년 미국에서 도입한 텐치급 잠수함과 1970년 프랑스에서 도입한 다프네급 잠수함을 전투에
투입했다.
파키스탄 다프네급 잠수함 한고르는 봄베이(뭄바이) 항 앞바다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인도 구축함 쿠크리에 어뢰 공격을
가해 승조원 288명 중 191명을 전사시키고 함을 3분 만에 침몰시킴으로써 파키스탄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로써 잠수함은 중·소 해군국이
강대국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체계임을 증명했다.
⑧영국의 공격원잠 컨쿼러함, 2발의 어뢰 공격으로 아르헨티나 순양함을
격침하고 승전의 발판을 마련.
1982년 영국의 공격원잠 컨쿼러함은 높은 기동력으로 포클랜드 전쟁에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컨쿼러함은 아르헨티나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함과 이를 호위하는 2척의 구축함에 1400야드(1280m)까지 접근해서 MK-8 어뢰 3발을 차례로
발사했고 그중 2발을 명중시켰다. 어뢰에 명중된 제너럴 벨그라노함은 곧바로 대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에 휩싸였다. 함을 구하기 위한 함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너럴 벨그라노함은 약 30분 만에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미 1093명의 승조원 중 321명이 사망한 후였다. 영국은 이
어뢰 공격으로 제해권을 확보하고 승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개발은 했지만 실전에서 활약하지 못한 독일의 1인용 인간어뢰. 필자제공 |
태평양 해전에서 일본 함정을 격침하는 데 맹활약한 미국의 MK -14 어뢰. 필자 제공 |
명품 어뢰 탄생까지의 숨은 이야기, 어뢰 이렇게 진화하다
2차 대전 초기 독일 해군 어뢰는
직경이 53㎝ 정도였고 무게는 약 1.5톤이었으며 폭약의 무게는 300㎏이었다. 폭약은 분리가 가능한 탄두부에 내장돼 있었으며, 뇌관은 어뢰가
발사돼 일정 거리를 이탈하고 난 후에야 작동하도록 안전장치가 돼 있었으므로 함내에서 폭발하는 사례는 없었다.
독일 어뢰는 G7a와
G7e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첫 번째 어뢰는 연료공기로 추진됐으며 44노트의 속력으로 근거리 공격이 가능했고 30노트의 속력으로는 14㎞까지
공격할 수 있었다. 전기추진장치를 갖춘 G7e는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30노트 속력으로 6㎞ 이상까지 공격이 가능했다.
물속을
항주하는 어뢰는 함정의 소나와 같이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사용해 목표물을 추적하기 때문에 표적을 탐지하기도 어렵고 미사일처럼 높은 속력을 낼
수도 없다. 어뢰도 미사일처럼 자이로·가속도계·심도계 등을 사용해 원하는 목표 지점까지 유도하며, 목표물 파괴를 위해 고성능 화약을 사용한다.
1980년대 이후 어뢰나 미사일에 컴퓨터의 내장이 가능해지면서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됐으며, 이제는 인공지능을 갖춘 유도무기의
실현이 가능한 때가 됐다. 기술의 복합적인 수용 정도에 따라 대잠수함용인 경어뢰와 수상함선 공격용인 중어뢰로 구분하고 있다.
명중됐는데 ‘멀쩡’ 어뢰 이름값 ‘먹칠’
- <12>잠수함 탑재 명품 무기 이야기-어뢰 ③
- 2016. 04. 03 15:07 입력 | 2016. 04. 03 15:08 수정
표적 도착 전 폭발 ‘뇌관 결함’이 주원인
음향어뢰도 개발 초엔 ‘나무총’ 비판도
어뢰는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무수한 결함 사항을 극복했으며 때로는 잠수함 승조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해결하면서 위협적인 무기로 자리 잡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적함 코앞까지 숨어 들어가 어뢰를 발사했으나 어뢰가 발화되지 않았을 때의 허탈감과 반격에 대비해야하는 초조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어뢰들은 모두 대서양과 태평양전투를 겪으면서 성능이 진화되고 검증된 어뢰들이다. 이런 면에서 어뢰개발 후 10발 내외의 시험발사가 끝나면 양산에 들어가는 우리의 무기개발 절차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차 대전 시 영국의 대잠뇌격기(어뢰공격기) 소드피시(Swordfish)가 A-21어뢰를 장착하고 출격대기 중인 모습. 필자 제공 |
대서양전투에서의 황당 사건들
어뢰가 공포의 무기인 것은 분명했지만 초창기에는 반드시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잠수함 함장들이 목숨을 걸고 적함에 접근해 정확하게 어뢰를 명중시켜도 폭발하지 않거나, 표적에 도착하기도 전에 조기 폭발해
역공을 받고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번에는 명품 어뢰가 탄생하기까지 어뢰의 수난사를 더듬어보고 타산지석의 교훈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서양전투에서는 어뢰가 폭발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1939년 10월 30일 독일의 U-56함이 영국의 순양함 3척을 만나
어뢰를 명중시켰지만 발화되지 않아 선체 페인트만 벗겨진 채 모두 도망갔다. 1940년 봄에는 노르웨이 침공 작전에 U-보트 32척이 참가했으나
이들 중 단 한 척도 적함을 격침하지 못했다. 베테랑급 잠수함 함장인 귄터 프린, 오토 크레츠머, 허버트 슐츠 등도 이 작전에 참가했다. 특히
U-47의 귄터 프린 함장은 순양함 2척과 수송선 그리고 구형 전함인 워스파이트함을 명중시켰지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U-46,
U-37, U-38도 전함 워스파이트함을 공격했지만 해를 입히지 못했다. 노르웨이의 나르빅 외항에서는 U-25가 적 구축함 단대의 모든 함정을
공격했지만 어뢰가 발화되지 않아 아무런 전과도 거두지 못했다. U-30 함장인 프리츠 램프는 전함 바함에 어뢰를 발사해 명중하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폭발이 되지 않았다. 어뢰에 대한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했으며 함장과 승조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스캐퍼플로 침투작전의 영웅인
U-47의 프린 함장은 어뢰 공격이 실패한 뒤 적으로부터 심한 폭뢰 반격을 당했고, 이런 ‘나무총’으로 싸우다가는 모두가 미치고 말 것이라고
불평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후에야 잠수함 부대 기술자들이 어뢰의 결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독일 어뢰 G7a의 프로펠러: 2차 대전 초기 불발탄 발생 횟수가 많아 U-보트 함장들의 불만이 컸으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결함이 수정돼 명품 어뢰로 평가받고 있다. |
어뢰 불발 원인 찾기 분주
독일 잠수함의 아버지 칼 되니츠 제독은 잠수함 부대를 돌아다니며
승조원들과 어뢰 불발탄 문제를 토의했다.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해 어뢰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작전 실패로 군법회의에 회부돼 있는
함장들을 구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결국 이 문제점은 전기추진 방식인 G7e 어뢰가 사용되는 지리적인 환경이 시험 때와는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G7e 어뢰는 여러 해 동안 독일 북부에 있는 에켄푀르데 어뢰시험장에서만 시험을 했다. 항시 양호한 해상 상태와 동일한
위도에서 시험했기 때문에 위도와 해양조건이 다른 노르웨이 해역에서는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즉 뇌관과 심도유지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미처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또 다른 원인 중의 하나는 자기기뢰에 대항하기 위해 함정에 설치한 소자장비가 어뢰의
자기근접신관(적 함선의 선저를 통과할 때 선체자기에 감응해서 폭발하는 신관) 작동을 방해했던 것이다. 소자장비가 표적 함정의 자기장을 제거해
어뢰가 표적에 근접해도 자장 신호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관이 작동하지 않아 폭발하지 않은 것이다.
잠수함이 장시간 잠항하게
되면 함 내에 고압이 형성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는 어뢰의 심도 조종 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도 원인이었다. 나중에 개발된
음향어뢰인 Gnat어뢰(근접신관에 자력으로 추진)도 개발 초기에는 많은 결함을 보였고 역시 ‘나무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칼 되니츠
제독은 그의 회고록인 ‘10년 20일’에서 어뢰의 25% 이상이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본의 야마토급 전함 형상도 - 1943년경 잠수함 어뢰 결함으로 운 좋게 침몰은 면했지만 1945년 결국 트루크(Truk) 섬 근해에서 함재기 폭격 및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 총 배수량 7만 톤, 길이 263m, 최대속력 시속 50㎞다. 필자 제공 |
태평양전투에서도 어뢰 불발 다반사 함장 불만 폭발
1943년 4월 미 해군 잠수함
튜니(Tunny)함의 함장 존 스콧(Jone Scott) 소령은 일본 항모전단 호위함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항공모함에서 700m 떨어진 곳까지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함미 어뢰발사관으로 왼쪽 열의 선도 항모를 향해 4발의 어뢰를 발사해 4번의 어뢰 폭발음을 들은 후, 곧바로 600m
떨어져 있는 오른쪽 열의 항모에 대해서도 함수발사관으로 어뢰 6발을 순차적으로 발사했다. 3번의 어뢰 폭발음을 듣고 반격에 대비해 곧바로 깊이
잠항해 회피했다.
어뢰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스콧 소령과 그의 승조원들은 어뢰 폭발음이 들린 순간 깊이 잠항했기 때문에 잠망경으로
항모가 침몰하는 멋진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두 척의 항모 중 최소한 한 척은 확실히 격침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어뢰를 정확히 발사했고 어뢰 폭발음까지 들었기 때문에 명중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었으며, 비록 항모라 할지라도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만약 가라앉지 않더라도 최소한 심각한 손상은 입혔을 것이라고 믿었다. 깊이 잠항해 항모전단을 완전히 벗어난
스콧 소령은 바다 위로 부상한 후 진주만에 있는 잠수함 지휘부에 일본 항모를 어뢰로 공격한 사실을 상세히 전했고, 이 보고를 받은
록우드(Lockwood) 제독과 지휘부는 일본 항모 격침 성과에 한동안 흥분해 있었다.
다음날 하와이의 정보국(Frupac)에서
일본 작전 전문을 감청해 해독해 보니 전날 야간 트럭(Truck) 기지에 3척의 일본 항모가 무사히 도착했다고 본국에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전날
밤 튜니 함의 어뢰 공격은 실패로 판명됐다. 그렇다면 튜니 함에서 어뢰를 발사한 후 들었던 일곱 번의 폭발음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지휘부에서는
최종적으로 어뢰가 항모에 도달하기 전에 조기 폭발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툭하면 불발… 적보다 더 두려웠던 ‘어뢰 결함’
- <13> 잠수함 탑재 명품 무기 이야기-어뢰 ④
- 2016. 04. 10 17:39 입력 | 2016. 04. 10 17:41 수정
태평양전투에서 미군 어뢰, 독일제보다 불발탄 더 많아
美 잠수함 ‘탱’ 日선박 겨냥 발사 부메랑 되어 되레 침몰 참사도
1943년 5월 6일 미 해군 잠수함 와후(Wahoo)함의 함장 모턴(Morton) 소령은
일본 수상비행기 모함에 1200m까지 접근, 3발의 어뢰를 발사했으나 한 발만이 정상적으로 발화했을 뿐 나머지 2발은 표적 선저를 통과하고도
발화하지 않았다.
5월 7일에는 대형 화물선 한 척과 그 배를 호위하는 중형 초계함 한 척에 총 6발의 어뢰를 발사해 화물선을
가라앉혔으나 호위함 격침에는 실패했다.
다음날에도 호위함과 화물선을 발견, 3발의 어뢰를 발사했다. 그중 첫 번째 어뢰는 가는
도중 조기 폭발해 버렸고, 두 번째 어뢰는 표적을 빗나갔으며, 세 번째 어뢰는 표적 현측에 정확히 명중했으나 발화되지 않았다. 모턴 소령은
거듭되는 어뢰 공격 실패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5월 12일에도 2척의 화물선과 1척의 호위함으로 구성된 선단을 공격했으나 겨우
1척에 손상을 입혔을 뿐 격침하지 못했다. 형편없는 어뢰 성능에 승조원들의 불만과 불안은 더욱 심화됐다.
5월 21일 하와이에
입항한 모턴 소령은 잠수함 사령관인 록우드(Lockwood) 제독에게 출동 결과를 보고하면서 그동안 겪은 어뢰 공격 실패 사례와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어뢰의 주행심도 문제는 해결된 것 같으나 조기발화와 불발 그리고 침로 유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전투 수행이 어렵다고
보고했다.
MK18 어뢰를 장전 대기 중인 미 해군 발라오급 잠수함 탱(Tang)함. 필자제공 |
명중보다 몇 발이나 발화됐는지가 더 관심
1943년 6월 10일 미 해군
잠수함 트리거(Trigger)함의 함장 벤슨(Benson) 소령도 항모에 1100m까지 다가가 현측을 향해 1번 어뢰를 발사하고, 연이어 다섯
발을 10초 간격으로 발사했다.
벤슨 소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잠망경을 올려 어뢰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어뢰는 항모의 함수 쪽으로 지나가 버렸고, 세 번째 어뢰는 주행하던 중 항모를 호위하는 일본 군함들이 일으킨 물결에 부딪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렸다. 네 번째 어뢰는 항모 함수에 명중해 큰 폭발음을 냈다. 다섯 번째 어뢰는 함수와 함교 중간 부분에 명중했지만 발화되지 않았다. 일본
항모에 가장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여섯 번째 어뢰는 정확히 함교 아래쪽 선저에 명중해 큰 폭발을 일으켰는데 그로 인해 하얀 물줄기가 비행갑판까지
솟구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6월 22일 미 정보국에서 일본 통신문을 감청한 결과 트리거함이 발사한 어뢰 중 한
발만이 일본 항모에 명중해 일부 손상을 입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승조원들의 어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물에 빠진 조종사 구조 임무를 수행 중인 미 해군 잠수함 탱(Tang: USS-306)함. 필자 제공 |
태평양전투에서도 어뢰의 뇌관이 문제!
모턴·벤슨 등 잠수함 함장들의 연이은 어뢰 공격 실패
사례를 보고받은 록우드 제독은 어뢰의 자기감응신관(적 함선의 선저를 통과할 때 선체자기에 감응해서 폭발하는 신관)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격신관(선체에 직접 접촉해 폭발하는 신관)에도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어뢰 공격
사례가 또 발생했다.
6월 24일 트럭(Truck)섬 외해에서 초계 중이던 미국 잠수함 티노사(Tinosa)함의 함장
대스핏(Daspit) 소령은 1만 9000톤급 일본 유조선에 4발의 어뢰를 발사했다. 그중 두 발은 빗나갔고, 두 발은 정확히 표적 중간 부분에
명중했다. 어뢰가 선체 현측에 부딪친 충격으로 약한 물줄기가 솟구치는 것까지 목격했다. 하지만 두 발의 어뢰는 모두 발화되지 않았고 유조선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이번에는 함수 발사관으로 두 발을 더 발사했으나 한 발은 발화되지 않았고 한 발만이 함미 끝단에 명중해 정상적으로
폭발했다.
이처럼 유조선에 명중했으나 발화하지 않은 어뢰는 발사된 12발 가운데 11발이나 됐다. 록우드 제독은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어뢰 성능 개선에 돌입했다. 미국은 1941년 여름에 대서양에서 나포한 독일 잠수함 U-570에서 획득한 전기추진 어뢰와
1942년 초부터 미국 동부 연안에서 독일 잠수함들이 발사한 전기추진 어뢰 중 발화하지 않은 어뢰를 인양해 연구해 왔다.
그때까지
미국은 압축공기추진 방식의 어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뢰를 발사하면 공기가 방출되면서 수면에 기포가 발생해 어뢰와 잠수함의 위치가 쉽게 노출되는
단점이 있었다. 전기추진식은 흔적이 남지 않는 혁신적인 어뢰였다. 9월 16일 출동 임무를 종료하고 하와이에 입항한 핼리벗(Halibut)함의
함장 갤런틴(Galantin) 소령도 록우드 제독에게 출동 기간 동안의 어뢰 공격 실패 사례를 보고했다. 충격신관으로 발사한 3발의 어뢰가
표적에 정확히 명중했으나 모두 불발이었다. 자기신관으로 발사한 4발의 어뢰는 표적 선저를 통과했으나 발화하지 않았으며, 출동 기간 중 제대로
발화된 어뢰는 단 한 발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세 종류 어뢰: 영국의 MK Ⅸ(맨 뒤), 독일의 G7e(중간), 미국의 MK18(맨 앞). 미국의 MK18 어뢰는 일본 함정을 격침시켰지만 탱(Tang)함에서 발사한 MK18 어뢰는 되돌아와 탱함 자신을 격침하기도 했다. 필자 제공 |
어뢰 결함의 극치, 자기가 쏜 어뢰에 맞고 침몰한 미국 잠수함 탱(Tang:
USS-306)함
어뢰 결함에 의한 대표적인 사고는 1944년 10월 25일 새벽 자기가 쏜 어뢰에 격침된 탱함의
사례다. 탱함은 대만해협에서 야간에 수상 항해 중인 일본 수송선단을 발견, 어뢰를 발사했다. 어뢰는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원형탐색을 하다가
표적으로 가지 않고 자함의 함미 부분에 명중했고 탱함은 55m 해저로 가라앉았다. 사고 당시 함교에 함장과 같이 있었던 3명 그리고 침수되지
않은 어뢰실 부근에서 비상탈출복을 입고 탈출에 성공한 5명 등 총 9명이 생존해 일본군에 포로가 됐으며 나머지 승조원 78명은 사망했다. 이
사고 이후부터는 어뢰가 자함을 떠나 일정 거리를 간 후에 표적 탐색을 시작하도록 안전장치를 보완했다. 다음 회에는 최근 어뢰 개발 기술의 발전
추세와 전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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