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장님 잠수함, 항해·작전 어떻게?
바닷속 모든 상황 사전에 파악해
상호간섭방지·수중구역관리 등 불
상사 막을 철저한 규칙 지켜야
3차원 해저 지형도 - 잠수함이 출항 전 최종 확인하는 3차원 해저 지형도로서 북쪽에서 바라본 독도 모습이다. 필자 제공 |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2005년 1월 괌 근해에서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부딪쳐 함수 부분이 손상된 모습. 사고 당시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중상을 입었다. 수중 교통안전 규칙을 잘 지켜도 해도나 해저 지형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부딪칠 수 있는 것이 잠수함 승조원들의 운명이다. |
●잠수함은 물속에서 까딱 잘못하면 우군 잠수함을 공격한다
지난해 8월 북한과의 전면전 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잠수함 50여 척을 출항시킴으로써 온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당시 위기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잠수함 50척을 거의 동시에 바다에 출항시키면 어떻게 통신하고 어떻게 지휘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물속에 있는 잠수함 50척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것은 출항 전 잠수함지휘부에서 지시하고 약속한 대로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잠수함이 물속에서 항해하려면 사전에 해도(항해에 사용할 목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기재해 만든 지도)와 해저지형도(bottom contour chart 또는 submarine topographical map: 해저 지형의 기복을 등심선(等深線)에 의해서 나타낸 지도), 항로고시(출판된 해도를 보충하기 위해 항구·해안선·항해위험물·항해보조시설과 해도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항해에 도움이 되는 각종 자료가 수록돼 있는 서적) 등을 보면서 모든 수상·수중의 장애물을 분석하고 항해할 바닷길을 출항 전에 미리 정해야 한다. 물론 작전임무도 사전에 부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속에서 재앙을 만나거나 우군끼리 공격하는 불행을 당하기 쉽다.
한마디로 잠수함을 물속에 보낸 사령관들은 어린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처럼 잠수함이 작전을 마치고 부두에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잠수함의 안전을 항상 걱정해야 한다. 세상과 통신이 단절된 물속의 잠수함이 안전하게 기지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작전 내내 수중 교통안전 규칙을 지켜야 한다. 차제에 이러한 수중 교통안전 규칙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잠수함의 수중 교통안전 규칙을 이해하려면 항해 유형을 알아야
잠수함은 작전 목적에 따라 수상 항해, 잠망경 항해, 잠항 항해의 세 가지 형태로 항해한다. ①수상 항해는 일반 수상함과 동일한 항해 형태로 수심이 얕아서 잠항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이동하거나 출·입항을 위해서 모항 근처에서 이동하는 항해 형태다. ②잠망경 항해는 일정한 심도에서 잠망경 마스트를 수면 위 1m 정도로 올리고 이동하는 것이다. 주로 디젤 잠수함의 연료인 배터리를 충전할 경우, 모 기지와 통신이 필요한 경우, 잠망경을 통해 항해 장애물이나 공격할 표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하는 항해 형태다.③잠항 항해는 잠수함의 가장 대표적인 항해 형태로 수심에 따라 물속에서 3차원 기동함으로써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인 은밀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잠항하는 잠수함은 위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우군과도 지속적인 통신과 위치 확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도 접촉물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이용해 계산하고 군함·상선·어선 등 접촉물의 종류도 머리로 예측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잠항하는 잠수함의 항해 계획은 바닷속 특성에 맞게 출항 전부터 철저히 연구해 수립해야 한다. 물속에서 안전하게 항해하려면 가고자 하는 바닷속의 모든 상황을 파악해 사전에 길을 정해놓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님들끼리 부딪치거나 전시에는 우군 간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규칙을 정해 지키고 있는데 이것이 상호간섭방지(PMI)와 수중구역관리(WSM)라는 수중 교통안전 규칙이다.
상호간섭방지 규칙 어떤 것이 있나
잠수함행동지시서
언제 어디로 어떤 수심에서 항해
시간별로 구체적 행동 지시 명령
이동안전구역 지정
정해진 시간마다 이동예상위치 산출
해도에 표시하고 지휘부에 보고
바다 일정한 곳에 고정된 잠수함 장애물들. 기상 및 해양관측 부이, 동해 가스전 설비, 골재 채취선 등은 잠수함 안전에 큰 위협을 주는 요소들이다. |
바다에서 수시로 움직이는 잠수함 장애물들. 우군 잠수함 활동, 심해 탐사 로봇, 케이블을 이용한 해저 지질 탐지, 군에서 운용하는 무인 잠수함정 등도 잠수함 안전을 위협한다. |
상호간섭방지 규칙 미준수로 충돌한 잠수함과 어업실습선. 2001년 2월 10일 미국 하와이 근해에서 긴급부상 훈련 중이던 미국 원자력 잠수함 '그린빌'과 일본 수산고 원양어업 실습선 '에히메마루'가 충돌해 실습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실습선 승무원 35명 가운데 교사 5명, 생도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행방불명됐다. 사고 후 왼쪽 옆구리 손상으로 수리 도크에 올라가 있는 잠수함(왼쪽)과 인명구조 후 해저에 투기된 실습선의 모습. |
■수중 교통안전규칙에는 상호간섭방지(PMI: Prevention of Mutual Interference)와 수중구역관리(WSM:
Waterspace Management)가 있다
먼저 상호간섭방지란 수중에서 잠수함이 다른 잠수함 또는 다른 선박
및 장애물 등과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며 잠수함 안전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소들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해군은
군뿐만 아니라 수중 업무와 관련되는 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민간업체 등 관련 기관들과 서로 협조체계를 잘 유지해 수중의 잠수함과
상호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잠수함 훈련 해역에서 활동하는 어선의 선장들에게 잠수함 훈련 구역에서 상호간섭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훈련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상호간섭방지 규칙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가?
①잠수함행동지시서(SUBNOTE: Submarine Notice) 잠수함행동지시서는 잠수함이 언제, 어디로
이동하며, 어떤 수심에서 항해해야 하는지를 시간별로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행동지시 명령이다. 여기에는 인접 구역에 다른 잠수함이 있는지, 잠수함
안전에 지장이 되는 장애물이 있는지, 장애물이 있다면 한 곳에 고정돼 있는지 아니면 수시로 이동하는 것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해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잠수함사령부 지휘관은 잠수함 출항 전에 함장에게 잠수함행동지시서를 하달해야 하며 바다에 나간 잠수함은 반드시 잠수함행동지시서에 기록된
지시사항을 준수해야 하고,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는 잠수함부대에 요청해서 바꿔야 한다.
②시간별로 잠수함이 위치해야
할 이동안전구역(MHN: Moving Haven) 지정
잠수함은 이동할 때 잠수함행동지시서에 명시된 침로와 속력,
항해 형태를 유지해야 하며 정해진 시간마다 이동예상위치(PIM: Position Intended Movement)를 산출해 해도에 표시하고
지시된 시간마다 지휘부에 보고해야 한다. 수상함은 실시간으로 물표나 GPS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 산출이 가능하고 장비를 통해 위치가 지휘부에
자동 전송되지만 수중의 잠수함은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받은 최종 GPS 위치를 기준으로 관성 항해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위치 오차가
발생한다.
항공기에서 운용하는 관성항법장치와는 달리 물속 잠수함에서 운용하는 관성항법장치는 GPS 위치를 계속 받을
수 없고 조류 등의 영향을 받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치 오차가 생기는 것이다. 위치 오차가 크면 충돌·좌초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동예상위치를 기준으로 전후방과 좌우에 수㎞씩 일정한 폭을 지정하고 시간도 부여하는데 잠수함은 이동 기간 동안 반드시 시간에 따라
지시된 이동안전구역에 위치해야 한다. 이 이동안전구역은 수중에서 잠수함이 조난 당할 경우 구조작전을 시작하는 참고구역이 된다.
대잠전 자유구역
접촉되는 잠수함은 자유롭게 공격
잠수함 공격 금지 구역
접촉 시 우군 확률 크니 공격 금지
잠수함 안전이동로
우군 잠수함 안전한 이동항로 설정
미 해군이 1997년 건조한 현존 세계 최강의 공격 원자력잠수함 시울프함. |
수중 교통안전규칙에는 상호간섭방지(PMI: Prevention of Mutual Interference)와 수중구역관리(WSM:
Waterspace Management)가 있다
수중구역관리란 우군 잠수함 및 수상함, 항공기들에게 각각 작전,
훈련할 구역을 미리 정해주고 그 구역 안에서 잠수함을 접촉할 시는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정해줌으로써 우군 잠수함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신속하게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규칙이다.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역에서 잠수함을 접촉했을 때 즉각적으로 아군과 적군이 구분이 안 되면
우물쭈물하다가 공격당할 수도 있어 신속한 적아 식별은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전투 시나 평화 시 공히 작전 세력들 간에 각각 작전하는
수중구역을 정해줌으로써 적 잠수함은 신속하게 공격하고 우군 잠수함에 대한 오인 공격은 방지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놓고 이를 숙달해야
한다.
수중구역관리(WSM) 규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①접촉되는 잠수함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대잠전 자유구역(ASWFA:
Anti-Submarine Warfare Free Area)
그림과 같이 대잠전 자유구역으로 설정된 구역은 우군
잠수함의 활동 확률이 희박하고 적 잠수함 또는 식별되지 않은 제3국 잠수함일 확률이 높으니 접촉되는 잠수함은 지체 없이 공격해도 좋다고 인정된
구역이다.
②잠수함 접촉 시 우군 잠수함일 확률이 높으니 공격하지 말라는 잠수함 공격금지구역(NOTACK: Not
Attack Area)
그림과 같이 협동작전 구역 내 잠수함 공격금지구역으로 설정된 구역에서 접촉되는 잠수함은 대부분
우군 잠수함이니 공격을 삼가라고 통보된 구역이며, 이 구역에서는 우군 잠수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잠수함에 대한 무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선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등 적 잠수함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공격할 수 있다.
③우군 잠수함이
공격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잠수함안전이동로(SSL: Submarine Safety Lane)
잠수함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전임무가 변경되거나, 무기를 모두 사용했거나, 연료나 부식의 재보급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정된 수중작전 구역을 떠나 이동하거나 모기지로 복귀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잠수함이 지정된 구역을 떠나 목적지로 가면서
우군으로부터 오인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항로를 설정해 주는데 이것을 잠수함안전이동로라 하며 이 구역 내에서는 우군
세력이 잠수함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알려 주어야 한다.
수중구역관리 소홀로 우군 잠수함, 수상함,
항공기 간 오인 공격이 발생한 사례들
1940년 1월 독일 U-575함은 전쟁포로 300명을 태우고
가던 자국의 수송함 쉬프리발트호를 격침했으며, 독일 폭격기는 자국 구축함 레베에이트를 격침시켰고, 독일 고속함도 피란민 800명을 이송하던
노이베르크함을 공격해 격침시켰다.
1943년 10월 태평양전쟁 시 미국 구축함과 항공기는 자국 잠수함 시울프함을
헤지호그(HEDGEHOG) 공격으로 침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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