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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기 무장 독일병사 “따뜻한 수프에 목숨 걸만…”

구름위 2017. 1.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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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기 무장 독일병사 “따뜻한 수프에 목숨 걸만…”

수프


최신장비 동원, 연합군 기습한 2차 대전의 발지 대전투

독일군의 잘못된 보급체계로 병사는 굶주림과의 전쟁

 

기사사진과 설명
야전에서 식사 추진을 받고 있는 독일군.  필자 제공

야전에서 식사 추진을 받고 있는 독일군. 필자 제공



 

   성탄절을 앞둔 1944년 12월 16일, 독일과 벨기에 국경지대의 아르덴 숲에서 첨단 무기로 무장한 대규모 독일군이 연합군을 기습공격했다. 영화 ‘발지 대전투’로 유명한 독일군의 대반격 작전이다.

 히틀러 최후의 도박이라고 했을 만큼 독일이 전쟁물자를 총동원해 치른 전투였지만 독일군은 이 전투에서 최후의 예비전력을 모두 소진하고 패했다. 그 결과 2차 대전 종전이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발지전투는 주로 미군의 시각으로, 독일군의 기습공격과 미군의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독일군 입장에서, 또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투의 또 다른 양상을 엿볼 수 있다. 전투에 참가한 독일군 보병 352사단 병사들이 당시 상황을 기록으로 남겼다.

 독일군은 적군인 미군과의 전투에 앞서 굶주림과의 전쟁을 더 힘들어했고 따뜻한 수프 한 그릇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전쟁 물자를 총동원해 최신 무기로 무장하고 감행한 기습공격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발지전투에 참가한 독일군 352사단은 노르망디에 배치됐던 부대다. 상륙작전 때 타격을 받고 독일까지 후퇴해 부대를 재정비했다. 기존 고참 병사에다 독일 해병대, 타격을 입은 공군에서 육군으로 전입한 병사들로 병력을 보충하는 한편 프랑스·폴란드 등 점령지에서 징집한 이민족 병사들도 투입해 사단을 새롭게 구성했다.

 전투 장비 역시 신형으로 보급받았다. 발지전투에서 독일군은 최신 장비를 동원했다. 공격형 타이거2형 탱크와 세계 최초의 제트 전투기인 메서슈미트 ME-262도 투입됐다. 개인화기 역시 특별히 신형이 보급됐고 피복 또한 눈이 많은 아르덴 지역에 어울리는 따뜻한 신형 겨울 위장전투복이 지급됐다.

 전투장비는 뛰어났지만, 문제는 급식이었다. 비효율적인 독일군의 보급체계 때문에 장병들의 전투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훌륭한 병사라도 며칠을 굶다 보면 슈퍼맨이 아닌 이상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다. 당시 야전에서 독일군의 식사는 대대 혹은 중대 단위로 추진됐다. 대대나 중대 단위로 매일 야전 주방에서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최전방의 부대원에게 보급하는 식이다. 트럭이 됐건 소나 말이 끄는 달구지가 됐건 혹은 직접 걸어서 가져가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대 단위 이상에서 조리한 음식을 일선의 소대 혹은 분대까지 실어 날랐다.

 평소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교전 중에는 상황이 달랐다. 부대가 공격을 위해 이동하면 야전 주방에서 최전방까지 이동거리가 그만큼 길어져 제때 식사를 보급하지 못했고 또 부대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찾아 헤매는 동안 음식은 차갑게 식었다.

 독일군 352사단 병사들은 종일 배가 고픈 상태에서 싸워야 했고 어쩌다 가져온 음식도 온기라고는 없는 얼어붙은 음식이 전부였다.

 개인 전투식량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군 역시 질은 떨어져도 미군의 C-레이션과 같은 전투식량이 있었지만 대대·중대·소대로 이어지는 보급체계 속에서 필요한 때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했다. 결국 독일군의 이런 식량보급 체계는 작전 중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발지전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 1월로 접어들자 독일군은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데다 예년과 다른 혹독한 추위에도 떨어야 했다. 독일군 352사단 병사의 회고다.

 “어쩌다 지급받은 보급품은 너무나 형편이 없었다. 얼어붙은 차가운 군용 빵에 상하고 부패한 마가린과 인공 잼을 발라 먹었다. 피란 떠난 민간인 집을 뒤져 음식을 찾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레이션을 데워 먹으려 해도 불을 피울 수가 없었다. 불을 피우는 순간 포탄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허기도 달래고 추위도 녹일 수 있도록 따끈따끈한 수프 한 숟가락 떠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전투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352사단 병사의 회고는 계속 이어진다. “열흘에 한 번꼴로 간신히 따뜻한 음식을 먹었다. 빈집에서 돼지비계 덩어리를 발견하면 모처럼 돼지기름이 둥둥 뜬 수프를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덕분에 며칠 동안 설사에 시달리며 아픈 배를 움켜쥐고 다녀야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식수였다고 한다. 오염된 물을 마셨다가 설사를 하기 일쑤였으며, 물 대신 민가에서 구해 온 언 사과를 먹으면서 배고픔과 목마름을 달랬다가 역시 설사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발지전투에서 독일군은 최신식 무기를 동원했다. 전투는 독일의 패배로 끝났지만 연합군이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미 육군이 발표한 공식 사상자 수는 10만8000명, 독일군 최고사령부가 발표한 독일군 전상자는 8만4834명이었다.

 연합군을 깜짝 놀라게 한 전투였지만 정작 독일군은 최신 무기를 갖고도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그리워하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불합리한 보급체계 탓에 막판에는 적군이 아닌 음식과 전투를 벌였다는 것이 참전했던 독일군 병사의 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