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아이스크림은 병사의 사기 높이는 필수 품목
- 아이스크림과 2차 대전
미 해군, 2차 대전 때 아이스크림 생산 전용 함정 운용
콘크리트 바지선으로 함정 운용비만 연간 100만 달러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에서 장병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대규모 아이스크림 생산 시설을 갖춘 함정을 운용했다. 사진은 미국 해군의 아이스크림 생산 전용 콘크리트 함정 콰르츠호. 필자 제공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스크림은 미군 병사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사진은 아이스크림 배급을 기다리는 미 해군 장병. 필자 제공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미국 해군이 태평양 과달카날 섬 부근의 바다에 괴상망측한 함정 한 척을 띄웠다. 생긴 모습은 보통
선박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내용을 보면 얼핏 들어도 철저하게 비상식적인 배였다.
먼저 배를 건조한 재료다. 강철이나 목재로
만드는 보통의 선박과는 달리 특수 콘크리트로 건조한 선박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동력장치도 없었다. 엔진이 없으니 예인선이나 다른 선박이 견인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바지선으로 그저 바다에 떠있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선박을 건조해서 운용하는 데 보통
연간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억 원 이상이 들어갔다. 미국 해군이 특수 작전용으로 띄운 이 콘크리트 함정의 임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아이스크림 생산이었다. 콘크리트 함정의 정체는 떠다니는 아이스크림 생산 공장이었던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부지런히
아이스크림을 생산해 작전 중인 해군 항공모함이나 구축함 등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것이 이 함정의 임무였다.
해군은 무엇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여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일까? 아이스크림이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이스크림은 연합군 장병의 사기 진작에 적지 않은 이바지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출격한 항공기 조종사의 귀환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영국 공군은 출격하는 조종사에게 아이스크림을 제공했다. 마지막 디저트일 수
있기에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했고, 또 생존해 돌아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라는 기원일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
전투에서는 격추된 항공기 조종사들이 낙하산으로 탈출해 바다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바다에 추락한 미군 조종사를 구출했을 때 소속 부대에서는
고마움의 표시로 조종사를 구한 구축함이나 소형 선박 수병들에게 아이스크림 20갤런을 선물하는 것이 관례였다. 당시 아이스크림이 병사들에게 얼마나
인기 식품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태평양 전쟁을 취재한 미국 연합통신(UP)의 종군기자는 아이스크림이나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 껌과
담배 등이 병사들의 사기 유지에 필수품이라는 기사를 본국에 타전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은 미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싸우는 독일과 이탈리아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데도 적지 않게 이바지했다. 독일 장교는 미군 병사를 보고 “아이스크림이나 먹는 놈들”이라고 욕을
했다. 전쟁 중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찾는 나약한 병사라는 뜻이지만 뒤집어 보면 전선에 아이스크림까지 공급하는 미군 보급에 부러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는 아예 이탈리아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를 금지했다. 아이스크림이 너무나 미국적이기 때문에 적국을
상징하는 음식을 팔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본 젤라토의 본고장에서 아이스크림이 적국을 상징하는 음식이라며
판매 금지를 내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겉으로는 아이스크림이 적국 미국을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진짜 이유는
아이스크림의 주원료인 설탕과 우유의 공급 부족이었다.
미군이 먹는 아이스크림을 부러워한 것은 비단 적국인 독일과 이탈리아만이
아니었다. 연합군인 영국군 병사들도 미군 병사의 아이스크림을 부러워했다. 자국에서도 아이스크림 생산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에서는 전시
필수물자인 설탕과 우유를 아이스크림과 같은 기호품 생산에 쓸 수 없다고 생각했고, 아이스크림 제조 장비 공장들은 모두 군수물자 생산 공장으로
전환됐다.
그러니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미군의 사기는 올라갔고, 미군 병참사령부는 일선의 병사들에게까지 아이스크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 해군의 콘크리트 아이스크림 바지선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육군은 최전방에까지 아이스크림 제조 장비를
공급했지만, 해군은 좁은 함정 구조상 아이스크림 제조 장비를 실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바다에 떠 있는 아이스크림 생산 공장을 구상했던 것이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콘크리트 바지선이었다.
철강으로 건조한 함정은 전투용으로 투입해야 했기에 전쟁 전에 만들었던 특수 콘크리트
선박을 아이스크림 생산 공장으로 개조해 투입한 것이다. 콘크리트 선박은 부족한 철강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쉽게 건조할 수 있고 이용이
편리하지만, 운용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래서 12척을 건조했는데 그중 2척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바다에 침몰시켜
방파제로 사용했고, 1척을 태평양 전선에서 해상 아이스크림 제조 공장으로 활용했다. 미 해군은 여기서 시간당 1500갤런, 무게로 환산하면 약
5.7톤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태평양 전선의 해군 장병들에게 공급했으니 그 양이 만만치 않았다. 아이스크림처럼 사소해 보이는 음식도 사기를
좌우할 수 있기에 전력을 기울여 보급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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