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본능인 식욕 자극해 승리한 ‘조조·로마군’
- 무화과와 매실
조조, 전투의지 상실한 병사들 매실로 유혹해 갈증 해소
카토, 카르타고에 무화과가 무진장 열렸다고 사기 올려
무화과 |
매실 |
로마의 정치가 카토. 카르타고에 가면 무화과가 무진장 있다고 외쳐 병사들을 선동,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필자제공 |
‘음식남녀(飮食男女).’
예전에 유행했던 영화제목이다. 중국 음식을 주제로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타이완 영화지만
음식남녀라는 단어 자체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지녔다. 유교 경전인 ‘예기’에서 비롯된 말로 “음식과 남녀는 인간의 가장 큰 욕구”라는 뜻이다.
음식과 남녀로 상징되는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는 의미다.
식욕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역사적으로 수많은 지도자와 장군들이
구성원의 본능을 자극하며 나라를, 그리고 전쟁을 지휘했다. 삼국지의 주인공 조조도 그중 한 명이다. 조조가 자신을 배신한 장수(張繡)를
토벌하려고 군사를 일으켜 출정했다. 때는 마침 매실이 한창 익을 무렵인 초여름으로 행군 도중 물이 떨어졌다. 더위에 지치고 갈증으로 목이 말라
병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투의지를 상실해 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조조가 장병들에게 말했다.
“저
앞에 넓은 매실나무 숲이 있다. 나무마다 매실이 잔뜩 열렸는데 매실이 시고도 달아 우리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잠시만 참고 다시 힘을
내서 앞으로 나가자.”
매실이라는 말을 들은 조조의 병사들은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잠시나마 갈증을 잊을 수 있었다. 덕분에
조조의 군사들은 기운을 차리고 행군을 계속할 수 있었고, 곧바로 냇물을 찾아 모든 병사들이 실컷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매실을 생각하며 갈증을
풀었다는 망매지갈(望梅止渴)의 고사다.
조선의 임금들도 여름이면 신하들에게 제호탕이라는 매실차를 하사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궁중 약국인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돌렸다. 얼마나 귀한 음료였는지 제호탕 한 사발을 얻어 마신 신하들은 벼슬의 높고 낮음을 떠나
하나같이 임금님의 바다와 같은 은혜에 감격했다고 한다. 제호탕은 마시면 “정신이 상쾌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뜻의 이름으로 매실을 주요 원료로
만든다. 매실에다 각종 약재를 넣고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청량음료이니 지금으로 치자면 고가의 아이스 매실차 정도라고
하겠다.
조선의 임금 역시 여름철 매실음료로 갈증에 대처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해 신하들의 충성을 유도했다. 고위 관료들이었던
만큼 보통 매실이 아닌, 일반인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제호탕이라는 최고급 궁중 음료를 하사한 것이니 역시 남과는 다른 특권을 추구하는 인간의 또
다른 본성까지 자극했다.
서양의 장군과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로마군은 오랜 세월 카르타고의 한니발과 싸웠다. 그리고 제3차
포에니 전쟁에서 숙적이었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을 물리치고 카르타고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로마인에게 한니발 장군은 울던 아이의
울음까지 그치게 만들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한니발과 최후의 결전을 앞둔 로마군인 역시 두려움에 떨었다. 공포 역시 인간의 본성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때, 로마의 정치가이면서 장군이었던 카토(Cato)가 손에 무화과 열매를 들고 장병들 앞에 서서 선동하며
외쳤다. “카르타고에 가면 무화과 열매가 무진장으로 열려 있다. 그곳에 있는 무화과가 바로 여러분들의 것이다.” 장병들은 소리치며 환호했고
웅장한 환호성과 함께 공포와 두려움도 날아갔다.
결과는 로마의 대승으로 끝났고, 승리한 로마군은 점령지 카르타고에 소금을 뿌려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만들었다.
무화과가 무엇이기에 로마 병사들이 그렇게 열광했을까? 무화과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이었다. 로마의 중상류층에서는 식사를 끝낸 후에는 반드시 디저트로 무화과를 먹었다고 하는데 당도가 높기 때문에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무화과는 구약성경 창세기에 보이는 유일한 과일이다. 선악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추상적
과일이지만, 무화과는 구체적이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비로소 벌거벗은 자신들이 부끄러워 나뭇잎으로 벗은 몸을 가렸는데, 바로
무화과 나뭇잎이었다. 에덴동산에 있는 과일나무 중에서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이름이 밝혀진 나무가 바로 무화과였으니 그만큼 서양인에게 친숙하다는
의미다. 이슬람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란에서 무화과는 올리브와 함께 천국에서 먹는 과일로 그려져 있다. 무화과 열매에 익숙지 않은 우리지만 로마의
장군 카토가 무화과 열매를 손에 들고 나와 병사들을 선동한 까닭과 병사들이 호응해 사기를 올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조조는
매실로 장병들의 갈증을 풀었고, 카토는 무화과로 로마군의 두려움을 떨쳐냈다. 두 사람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식욕을 자극함으로써 또 다른 본성인
육체적 고통, 정신적 두려움을 물리쳤다.
결과적으로 조조는 매실 숲을 찾기 전에 냇물을 찾았고, 로마군 역시 지천으로 열린 무화과
숲을 찾기 전에 카르타고에 승리했지만 사실, 원천적으로 그곳에는 매실 숲이나 무화과 숲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조와 카토가 훌륭한
지도자였던 이유는 본성을 자극해 본능을 극복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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