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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 급하게 만든 된장에서 비롯된 음식

구름위 2017. 1. 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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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 급하게 만든 된장에서 비롯된 음식

청국장찌개


옛 문헌에 “청국장이 열 내리는데 좋다”고 기록  지금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꼽혀

기사사진과 설명

청국장과 낫토는 전쟁이 났을 때 속성으로 만든 된장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극한 상황에 대처해 만든 식품이 세계 최고의 식품으로 거듭났다. 사진은 청국장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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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국장.

한국의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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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낫토국수.

일본의 낫토국수.


 

“청국장도 장이냐? 거적문도 문이냐?”

 거적문은 짚을 엮어 만든 자리를 매달아 간신히 바람만 막을 수 있게 한 것이니 제대로 된 문이라고 할 수 없다. 청국장 역시 급하게 만들어 먹는 식품이니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제대로 된 장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맛있는 청국장을 놓고 왜 이런 속담이 생겼을까?

 청국장찌개는 맛있다. 묵은 김치와 두부 송송 썰어 넣고 기름기가 살짝 끼어 있는 쇠고기까지 넣고 끓이면 구수한 맛에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 물론 지독하게 퀴퀴한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청국장찌개 맛에 익숙해지면 그 냄새까지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로 바뀐다. 한국인에게는 소울푸드와 다름없다. 게다가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청국장은 요즘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이런 청국장을 놓고 우리 조상님들은 맛있게 먹는 한편으로 청국장을 거적문에 비유하면서 뒷담화를 서슴지 않았다. 무슨 심보였을까?

 아마 청국장이 만들어진 배경 때문일 것이다. 청국장은 속성으로 만든다. 콩을 발효시켜 짚에 있는 바실리스 균으로 하루 이틀 만에 발효시킨다. 반면 된장은 청국장과 같이 콩을 삶아 발효시키지만, 곰팡이를 비롯해 각종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서너 달을 숙성시킨다.

 청국장은 빠르면 하룻밤에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급하게 만든 된장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청국장이라고 하지만 옛날 문헌에는 청국장을 한자로 전국장(戰國醬)이라고 적었다. 전국장이 변해서 청국장이 된 것이라는데 이름 때문에 전쟁 중인 나라에서 만들어 먹던 된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서는 병자호란 때 조선에 쳐들어온 청나라 병사들이 군용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던 된장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청국장의 ‘청’과 전쟁을 연결 지어 억지로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 청나라와의 관련설은 문헌에도 보이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19세기 초반의 실학자 이규경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대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전국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하지만 근거가 될 만한 기록은 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규경보다 두 세대를 앞선 인물로 숙종 때 주로 활약한 김간 역시 “사람들이 콩을 볶아 으깬 후 소금물을 섞어서 끓이는데 이를 전국장이라고 한다. 칠웅전쟁(七雄戰爭) 때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지 못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칠웅전쟁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진 전쟁을 말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굳이 추정하자면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말기에 일곱 나라가 싸운 칠웅쟁패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원전 3~4세기 무렵으로 전국(戰國)시대 때 군대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전국장’이 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인데 어쨌든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우리의 청국장과 유사한 일본의 낫토 역시 유래가 비슷해서 전쟁 때 만들어진 음식으로 알려졌다. 14~16세기 일본의 무로마치 시대 역시 전국시대로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일본 동북지방의 한 마을에서 콩을 삶고 있었는데 갑자기 적의 기습공격을 받았다. 그러자 삶고 있던 콩을 버리기도 아깝고 적들이 식량으로 이용할 수도 있기에 급하게 짚으로 만든 섶에다 콩을 주워담은 후 말 잔등에 싣고 일단 후퇴를 했다. 전투가 며칠 동안 계속됐기 때문에 삶은 콩이 담긴 가마니를 열어 볼 틈도 없었는데 싸움이 끝난 후 가마니를 열어보니 지푸라기에 붙어 있는 곰팡이 때문에 콩이 발효되었는데 이것이 일본 청국장인 낫토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한일 양국에서 왜 모두 전쟁 때 만든 식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속성식품이라는 점 이외에 굳이 전쟁과 관련 짓자면 청국장이 의약품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다친 상처를 치료하고 한질에 걸렸을 때 청국장을 끓여 먹으면 땀이 흐르면서 치료가 된다고 했다. 상처 치료에 청국장을 썼다니 혹시 전쟁 중 비상식량 겸 구급약으로 쓴 것이 아닐까 싶은데 역시 근거는 없다. 다만, 옛 문헌에 청국장이 열 내리는 데 좋다는 기록이 보이니 요즘 청국장이 노화방지를 비롯한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것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청국장의 기원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속성으로 만든 식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한데 물론 전쟁 때 임시변통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급하게 먹던 임시 군용식량이 지금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꼽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