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⑥] |
바다에서 당한 지 1년 만에 하늘에서 큰코다친 미국 EC121 정찰기 격추사건 |
오세영│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
“이번엔 공중이다!” 미군 정찰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해 벼랑 끝 전술의 단맛을 본 북한이 이번엔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1969년 4월15일 31명의 미군을 태운 최신예 EC121을 동해상에서 격추한 것. 미국의 위성 감시를 피해 미그21 2대를 분해한 뒤 열차로 옮겨 재조립, 발진시킨 기상천외의 작전이었다. 베트남전에 시달리던 미국은 이번에도 북한의 전격도발 앞에 무기력했다. |
1969년 3월 초. EC121 워닝스타(Warning Star) 정찰기는 강력한 3400마력 라이트 R-3350 엔진 4기를 가동시키며 동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일본 도쿄 인근의 아쓰기 해군기지에서 발진한 미 해군 제1정찰대 소속의 전자정찰기 EC121의 임무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북상해서 소련 태평양함대의 동태를 탐지한 후 동해를 따라 남하하면서 북한 연안을 정탐하고 귀환하는 것. 레이더를 들여다보던 전탐 담당 하사는 따분한 듯 하품을 했다. 기지를 이륙한 지 7시간이 지난 지금 정찰기는 북한의 항구도시 청진 상공을 날고 있었다. 발진에서 귀환까지는 통상 10시간가량 소요되는데, 비좁은 공간에서 30명 넘는 인원이 뒤섞여 지내려니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대로 남하를 계속해 북위 40도에서 방향을 틀고 일본 기지로 귀환하면 임무는 끝인데 이때쯤이면 슬슬 긴장이 풀리게 마련이다. 그 순간 레이더에 휘점이 번쩍거렸다. 레이더가 뭔가를 감지한 것이다. 정찰기에 탑재된 APS-95 레이더는 반경 400㎞를 샅샅이 훑는 최신형 레이더다. 전탐사는 얼른 정찰기의 위치를 살폈다. 정찰기는 현재 청진 앞바다 150㎞ 지점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명확히 공해상이고 접근하고 있는 정체불명 비행체도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탐관에게 보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전탐사는 고개를 돌려 전탐관을 찾았다. “미확인 비행체가 접근 중입니다.” “어랑에서 출격한 미그15 같군. 50㎞ 이내로 접근하거든 보고해.” 전탐관이 레이더를 살피더니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듯 계속 감시할 것만을 지시했다. 북한 공군의 미그기들이 출격해서 동해상을 정찰비행하는 EC121을 요격하는 일은 그동안 몇 차례 있었지만 큰 위협은 아니었다. EC121의 고성능 레이더는 동해안은 물론 북한 전역의 군사기지를 샅샅이 훑고 있기에 이륙하는 미그기를 즉시 포착했고, 미그기가 요격 위치에 도달하기 전에 충분히 대피할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북한은 매우 호전적인 나라다. 지난해(1968년)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피랍 된 바 있고, 또 1965년 4월28일에는 동해상을 정찰비행 중이던 미 공군 RB47 스트라토 정찰기가 북한 공군 미그17의 공격을 받고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요코다 기지로 귀환하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로 미군은 정찰기를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신형 EC121로 교체했고, 정찰비행 노선도 연안으로부터 80㎞ 공역에서 150㎞ 공역으로 후퇴시켰다. 그렇게 되면서 미그기의 요격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됐다. 휘점은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 역시 위협비행이었다. 정찰기 EC121은 아쓰기 기지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美, ‘한국은 1일 작전권’ 경고 1969년은 무엇보다도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해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는 1969년 7월 달에 무사히 착륙했고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발을 디디면서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향해 힘찬 출발을 했다. 그렇게 인류가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동안에도 아시아에서는 위기가 계속 고조되고 있었다. 한반도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고, 베트남은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지루한 전쟁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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