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무기 이야기

무기의 탄생/ 열전지

구름위 2017. 1.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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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신뢰성이 탁월, 출력특성도 우수 국내 최초 비축전지 개발 성공

<24> 열전지
2015. 07. 14   18:29 입력 | 2015. 07. 14   19:19 수정





- 첫 번째 도전, 액체 전해질 주입형 비축전지

“흔들리는 액체에서 견고한 고체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휴대기기용 전지에는 리튬(Li) 활(活, active)물질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활물질’이란 의미 그대로 ‘살아있는 물질’이므로, 잘못 다루면 배터리의 ‘파열·화재·폭발’과 같은 위험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게 되면 이 같은 위험성은 더욱 증가한다.

 미사일과 어뢰의 경우 일단 발사되면 외부로부터 전원을 공급받을 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탑재 장비가 정상 작동하려면 반드시 비축전지(reserve battery)가 필요하다.

 군사 선진국에서는 주로 고체 전해질 비축전지인 열전지(Li/FeS₂)를 유도무기용 전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개발 초기에는 열전지 관련 기술이 전무한 상태여서 그나마 기반기술이 있는 액체 전해질 전지(Li/SOCl₂)부터 먼저 개발에 착수했다.

 수백 차례의 위험한 실험을 하면서 리튬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체험하고, SOCl₂가스의 시큼한 냄새를 쉼 없이 맡아가며 노력한 끝에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마침내 2009년 국내 최초로 유도무기용 액체 전해질 비축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첫 번째 작품인 액체 전해질 전지는 출력특성(약 100W/㎏)이 열전지(약 1만W/㎏)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낮고 저온 성능이 크게 떨어져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군사적 응용에는 제약이 따랐다.

 또 작동 초기에 액체 전해질이 순간적으로 전지 스택(stack) 내부로 주입되는 과정에서 전극 간의 단락(쇼트)이 발생돼 전지 파열을 초래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고체 전해질 전지인 ‘열전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열전지는 내부 온도는 높지만 전해질 이동이 적어 안전성과 신뢰성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출력특성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 결론은 열전지…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개발의 성패는 핵심부품 국산화에 달려 있다”

   열전지는 작동온도가 500℃로 매우 높고 부식성도 강하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 견디는 수십 종의 부품을 처음부터 새롭게 개발해야만 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복잡한 조성을 가지는 음극(Li-Si, LiCl-KCl), 양극(FeS2, LiCl-KCl, MgO, Li2O) 전해질(LiF-LiCl-LiBr, MgO)에 쓰이는 전극재료 개발이었다.

 모래와 같은 전극 활물질을 CD 모양의 얇은 전극으로 찍어내는 기술 개발은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었다. ADD와 ㈜비츠로밀텍의 연구원들은 함께 수년 동안 실험실에서 밤늦도록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전극조성·입도·유기바인더 등을 바꿔가며 실험을 진행했는데, 독한 바인더 냄새 때문에 공장라인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전화위복이랄까? 이 덕분에 독립된 국내 최초의 열전지 전용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2년간의 고생 끝에 시멘트 역할을 하는 전해질염으로 모래 같은 활물질 표면을 도포하는 특허 기술을 개발한 후에야 비로소 세계 최고 수준의 강도를 갖는 전극 개발에 성공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순수 국내 기술로 첫 번째 큰 산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깔끔한 전극을 만드는 데, 꼬박 2년의 시간이 걸렸다.







- 뜻밖의 복병, 수출허가 장벽

“재료·부품 국산화…기술 독립의 시작”

   열전지에 불을 지펴주는 핵심 부품인 착화기(igniter)와 화약종이(heat paper)는 미국정부의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이다.

 실험용으로 소량을 구매할 때는 미국에서 수출허가(E/L)를 내주었지만, 수입량이 점차 많아지니 심사가 까다로워졌고 결국은 거절통보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착화기 국산화가 다급해진 상황에서 ADD는 ㈜한화와 함께 연구개발에 집중해 착화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도화선의 일종인 화약종이는 외국 열전지 회사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기본공정을 참조해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외산 화약종이는 중금속(땜납)을 첨가해 연소온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열전지의 높은 작동온도에서 납이 녹으면서 전기적 단락(쇼트)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약종이 표면에 용융염을 코팅하는 독창적인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 새로운 도전, 나노 신물질 전극 개발

신개념 전극재료 개발 과제 제안 선정돼

   리튬(Li)은 이상적인 전극재료이지만 녹는점(180℃)이 매우 낮기 때문에 고온(500℃)에서 작동하는 열전지 안에서 녹아내려 쇼트로 인한 파열 및 폭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유명 열전지 기업은 철(Fe) 분말을 적용, 액체 리튬을 잡아주는 독점기술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 세계신기록(2781 A·s/g)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의 기술을 추종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적 리더십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했다. 외국의 장벽특허 기술을 회피하면서 액체 리튬을 가두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물을 잘 흡수하는 스펀지 구조를 적용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2012년 초 ADD는 도전적인 신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선행핵심기술과제를 공모했다. 여기에 신개념 전극재료 개발 과제를 제안해 선정됐다.

 때마침 국내에서 개발된 기공 크기가 일정한 메탈폼(metal foam)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리튬을 메탈폼 속으로 녹여 넣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쉽게 생각했던 이 실험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서 ‘공융염 코팅’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국제특허 출원)를 적용하고서야 마침내 세계최고기록(3009 A·s/g)을 경신할 수 있었다.


- 작은 고추가 맵다!

출력특성 향상된 나노 초미세 양극 분말 제조

   나노 크기의 초미세 양극 분말을 만들기 위해 ADD 국방소재부의 기술자문을 받아 고에너지 분쇄를 시도했다. 하지만 분쇄된 입자들이 서로 엉겨 붙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소량의 흑연을 윤활제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를 적용해 입도가 균일하고 출력특성이 향상된 나노 양극 분말을 제조할 수 있었다.

 열전지와 같은 군수용 핵심부품은 특수한 용도로 제한돼 있어서 경제성이 매우 부족한 분야다. 따라서 정부연구기관에서 주도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고 산·학·연도 사명감이 없다면 선뜻 참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ADD의 국방전원기술팀 연구원들은 군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전지 개발은 물론 극한 환경 및 미래 전장에서 필요로 하는 차세대의 신개념 전원 개발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국방과학기술지식대백과사전 - 열전지 (Thermal Battery)

   열전지는 고체 전해질이 열에 의해 용융되며 활성화되는 전지로 열기전력을 이용한 것과 고온의 전극에서 방출되는 열전자에 의한 것이 있는데, 전자를 열전쌍형(熱電雙型), 후자를 열전자형의 전지라고 한다.

 열전지는 상온에서는 전해질이 고체염 상태로 비활성을 유지해 작동하지 않다가 필요한 시점에 착화기를 이용해 열을 가하면 전해질이 용융돼 작동하는 전지로 구조적 안정성, 신뢰성, 장기 보관성이 우수하다.

 다시 말해 평소에는 상온에서 고체 전해질 상태로 저장하다가 필요하면 파이로테크닉을 이용해 고체 전해질을 용융염(400℃부근) 상태로 변화시켜 전지를 활성화시킨다. 음극으로는 알칼리 혹은 알칼리 토금속을 사용하는데 주로 리튬합금을 이용하며, 양극은 전이금속의 황화물이다. 파이로테크닉 장치는 음극과 양극 사이마다 장착한다.

 대표적인 비축전지인 열전지는 내부의 화학열원으로 고체전해질을 녹여야만 비로소 전지로 작동하게 되는 열 활성화 전지다. 열전지는 우수한 장기보관성은 물론이고 탁월한 신뢰도와 내환경특성, 넓은 사용 온도 범위 등 까다로운 군용 전원의 요구조건들을 대부분 만족하는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군용전지 비축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응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