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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의 교훈으로 천하를 얻은 제나라 왕

구름위 2013. 6. 2. 18:31

쫀득쫀득 오돌오돌 씹는 맛도 좋지만 생김새와 선입견으로 싫다는 사람도 많은 음식이 닭발이다. 보통 닭고기 중 버리는 부위모아 조리한 허드레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먹는 음식이다. 중국닭발요리인 '봉황의 발톱'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고 프랑스의 '삐에 드 뿔레'도 널리 알려진 닭발요리다. 미국, 일본, 태국 등지도 닭발 스튜를 먹는다.
 
지금은 닭발을 포장마차에서 파는 술안주에 군것질 거리 정도로 여기지만 옛날에는 고급 요리였다. 정조 때 실학자 이덕무는『청장관전서』에서 닭발을 곰발바닥에 버금가는 수준의 산해진미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압권은 춘추시대 제나라 왕이다. 앉은 자리에서 무려 닭발 1,000개를 먹었으니 닭 500마리 분량을 먹어치운 셈이다. 진시황 때 여불위가 편찬한『여씨춘추』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제나라 왕이 닭고기를 먹는 것과 같아 반드시 닭발을 천개씩 먹어야 만족한다"
 
얼핏 들으면 닭발에 환장한 정신 나간 임금처럼 들리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제나라 왕이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며 지식과 경륜을 살찌워서 천하를 얻었기 때문에 생겨난 비유였다. 무엇을 배울 때 장점을 철저하게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여씨춘추에서 닭발을 먹는 것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닭발에다 비유했을까? 옛 사람들은 동물은 발로 걷기 때문에 정기가 모두 발바닥에 모인다고 믿었으니 닭발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족발을 좋아하는 이유다. 봄도 멀지 않았으니 우리 인간도 열심히 걸어서 발바닥에 정기를 모으며 건강을 돌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