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호수'로 불리던 흑해. 그곳을 주 활동무대로 삼는 흑해함대는
발트함대, 북방함대, 태평양함대와 함께 소련의 4대 주력함대로 꼽힌다.
흑해함대는 특히 겨울철에 얼지 않아 바다로 나가는 유일한 창구로
그 전략적 중요성은 다른 함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이렇게 중요한 흑해함대는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분쟁의 뇌관으로 작용한다.
흑해함대가 사용하는 세바스트폴 항구는 크림반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래는 러시아의 소유였다.
그런데 1954년 소련 정부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증여했다.
아마도 자신의 체제가 영구불변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듯 하다.
"어차피 내 재산인데 첩실의 명의로 준다고 달라질게 뭐 있겠어?"
그로부터 45년 후 소련 각지에서 첩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이에 우크라이나도 독립을 선언하며 소련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소련의 기둥뿌리를 흔들만한 세 가지 이권을 챙겨 나간다.
그것은 바로 핵무기. 크림반도. 흑해함대였다.
핵무기는 원활한 핵 통제를 위해 경제원조를 대가로 러시아가 뜯어가기로 했지만,
크림반도와 흑해함대가 문제였다. 크림반도 남단에 세바스트폴 항구가 있고
흑해함대가 그 항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따로 분리할수가 없었다.
고민에 빠진 러시아는 과거 크림반도 증여건을 없었던 일로 선언했다.
그러자 강국 건설을 꿈꾸며 앉아 있던 우크라이나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아니 줬다가 뺐는건 뭔 경우랍니까? 이건 법적으로도 엄연히 우리꺼라구요!"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명의로 된 토지대장까지 보여주었다.
할 말이 없어진 러시아는 소주 한 병을 단번에 들이키고는 말을 바꿨다.
"아 맞다~ 크림반도가 니꺼고 세바스트폴 항구가 우리꺼였지?"
"무슨 말씀이세요. 반도 전체가 우리껀데 왜 항구만 형님거에요?"
러시아는 다시 소주를 마셨다. 항구도 사실 우크라이나 것이 맞다.
이것을 인정하면 수백척의 전함과 공군기를 고스란히 넘겨줘야 할 판이다.
그러면 붕괴되기 시작한 러시아의 전력은 쪽박을 찰게 분명하고 부동항도 잃게 된다.
결국 러시아는 체면이 좀 상하더라도 계속 우기기로 했다.
"그 항구 진짜 우리꺼 맞다. 잘 생각해봐~"
"여기 인감까지 찍어 놓고 왜 이러세요"
"니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게 분명해, 잘 생각해보라구~"
"아 진짜 말귀를 못알아들으시네"
"너 지금 나 무시하는거냐?"
"아니 그게 아니고 여기 서류가 있잖아요"
"그건 됐고, 너 아까 뭐라고 했어?"
양측의 갈등은 삿대질을 넘어 점점 험악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자 흑해함대 인원의 44%를 차지하는 러시아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반기를 들었다.
"우리는 조국의 함대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할 각오가 돼있다!"
그러면서 일부 러시아인들이 전투기를 몰고 고국으로 탈출하였다.
그러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계가 장악한 전함을 기습 탈환하였고,
러시아계도 이에 대항하면서 점차 전면전의 위기로까지 치달았다.
그러자 양국 정상이 사태악화를 우려하며 회담에 들어갔다.
당시만해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함부로 공격할 수 없었다.
연방의 붕괴가 계속되고 있었고 군사력도 이미 걸레가 된 상태였으며
우크라이나 영내의 핵무기도 아직 수거가 덜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침내 1992년 양측은 정상회담을 열어 함대를 3년 안에 분할하기로 합의했다.
이어서 다음 해 러시아 해군이 세바스트폴 항구를 계속 이용하기로 했으며,
우크라이나가 함대의 절반을 러시아측에 팔기로 합의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위해 러시아와 타협을 선언했고,
그들의 천연가스와 석유 등을 유리하게 공급받는 조건으로 항구를 임대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은 환영했으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함대의 절반을 갖고도 항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러시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크림 반도의 지방의회는
여전히 러시아와의 합병을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타협안은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만약, 이 지역에서 분리 독립이 실현될 경우 흑해함대는 다시 공중에 뜨게 된다.
현재 세바스트폴항에 정박중인 함선들은 함장의 정치노선에 따라 구소련의 해군깃발,
우크라이나 해군깃발, 제정 러시아 해군깃발 등 3가지 깃발을 각기 내걸고 있다.
이같은 살풍경이야말로 흑해함대의 어지러운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표적 상징이다.
'역사 ,세계사 > 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아의 역사 (0) | 2013.04.04 |
---|---|
갈리아 침략과 동맹시 전쟁 (0) | 2013.04.02 |
인류 역대 학살자 순위 TOP 7. (0) | 2013.04.02 |
독재자 차우체스쿠 (0) | 2013.03.31 |
촐라 왕조 (0) | 2013.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