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상식/시사.상식

영국 국방장관을 홀린 미녀 스파이

구름위 2013. 3. 21. 13:24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두바이의 암살단들이 온라인에 모두 공개되는 시대에 스파이는 이제 낭만적 추억의 대상이 됐다”

지난 1월,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부인 마무드 알-마부가 살해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배후로 지목된 암살단 7명의 모습은 CCTV에 그대로 찍혔다. 예전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활동하는 스파이의 시대는 간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반세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MI-6 등 각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암약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회자되는 세기의 스파이 사건 16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미녀 스파이들의 활약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1953년 구 소련의 국가안보위원회(KGB)가 미국 내 첩보 활동을 감행한 ‘할로우 니켈(hollow nickel)’ 사건이다. 뉴욕의 신문배달부 소년이 신문대금으로 받은 동전을 우연히 떨어뜨린 순간 동전에 장착된 마이크로필름이 드러나 소련의 스파이 활동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1957년 파리 대사관으로 소련 정보요원이 귀순한 뒤에야, 소련 첩보원들이 빗이나 볼트 등 작은 일상용품을 활용해 첩보를 주고받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미녀 스파이도 빠지지 않았다. 1963년 당시 존 프로푸모(Profumo) 영국 국방장관의 정부(情婦) 크리스틴 킬러(Keeler)가 소련군 장교 유진 이바노프의 애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이 발칵 뒤집히고 전쟁영웅이었던 프로푸모 장관은 실각했다.

 

 

영국 국방장관 존 프로푸모와 쇼걸 출신의 미녀 스파이 크리스틴 킬러
 

클럽의 쇼걸이었던 킬러가 프로푸모에게서 기밀을 빼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녀가 가깝게 지내던 사람 중에 로저 홀리스나 앤서니 블런트 같은 거물 스파이들이 있어 현재까지도 스파이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방장관 뿐 아니라 일반 병사도 미녀 스파이의 포섭대상이었다. 1987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미 해병대 스파이 사건도 미녀 스파이의 작품이었다. 대사관 안내원이던 비올레타 세이나(Seina)는 연말 무도회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당시 25세였던 클레이턴 론트리(Lonetree) 해병대 병장을 유혹했다. 론트리 병장은 세이나의 부탁으로 대사관 곳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외교 기밀을 빼돌리다 들켜서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실패한 암살과 성공한 암살

 

1950∼70년대 초반 CIA의 최대 표적은 쿠바 혁명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였다.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해 독이 묻은 시가 담배, 균으로 오염된 수영복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카스트로는 아직까지 건재하다.

 

하지만 성공한 암살 사건이 더 많았다. 불가리아 공산정권을 비판한 작가 게오르기 마르코프(Markov)는 망명지인 런던의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의 우산 끝에 오른쪽 허벅지를 찔렸다. 사흘 뒤 사망한 그의 시체에서 독극물이 검출됐다. 불가리아 정보국장은 마르코프 관련 자료를 모두 파기해 버려 암살자가 누군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1985년 프랑스 정보기관은 핵실험에 항의하려던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레인보우워리어호를 폭파시켜 버렸다. 프랑스 정부의 핵실험 장소인 폴리네시아 무루로아 환초로 향할 예정이던 배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포르투갈인 사진작가가 사망하고 배는 부서졌다. 프랑스 정부는 이 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알-마부 사건의 암살자들은 위조여권과 가발 등으로 위장해 작전에는 성공했지만 행적이 CCTV에 고스란히 남은데다 두바이 수사당국이 이미 용의자 1명의 DNA 및 다른 이들의 지문을 확보한 상태라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밖에도 2006년 러시아 KGB 요원 출신 스파이가 희귀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210’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과 최근 수년사이 독일과 미국, 구글 등을 대상으로 한 중국 해커들의 공격 등이 세기의 스파이 사건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