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막강한 독일군앞에 소련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제대로 준비가 안된 소련군은 다급한 나머지 농민의용군들을 소집하였다.
이때 급조된 남,여 저격병 부대가 있었는데, 의외로 성과가 좋았다.
특히, 여성 저격수로 투입된 루드밀라는 300여명 이상의 독일군을 해치움으로써
소련군 전체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42년 겨울, 스탈린그라드를 공략한 독일군은 시가전에 돌입했다.
시가전은 확실한 거점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이젠 저격병들의 싸움이 되었다.
독일군의 저격병들은 오래전부터 고도의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유리했다.
반면, 소련군은 민간인들과 여자까지 섞인 오합지졸인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은 조국을 지켜야겠다는 신념만은 투철했다.
양측의 저격전은 뚜렷한 승패없이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독일군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소련군의 물량 공세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소련군은 저격병을 속성으로 양성했다. 단 하루만에 전선에 투입된 사람도 있었다.
소련군은 폐쇄된 공장으로 남여를 가리지 않고 불러 세운 뒤 총을 쥐어줬다.
그리고 한 쪽 벽에 표적을 그려놓고 몇 발씩 쏴보라고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표적을 맞추기만 하면 탄약을 쥐어주며 전선으로 내 보냈다.
바로 그때, 전선에 투입된 풋내기들 중에서 광채를 뿜어내는 인물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바실리 자이체프였다. 그는 단 열흘만에 무려 40명의 독일군을 해치웠다.
곧바로 그의 이름은 소련 신문에 대서특필되며 전설적인 영웅으로 선전되었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저격병들도 더욱 분발하며 전선은 소련측으로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그러자 독일군들은 자이체프 이름만으로도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전선에 투입된 병사들은 단 한 방에 머리를 박살내는 자이체프 앞에 나서길 꺼려했다.
병사들의 사기가 꺽이자 독일군은 본국에 발터 쾨닝스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발터 쾨닝스 소령은 독일군 저격수 훈련소의 소장이었다.
그는 냉혹하고 의지가 강한 인물로 독일내에서는 최고의 명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소련으로 급파된 쾨닝스에게는 자이체프를 처치하고 자존심을 회복시키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때, 시가전에서 붙잡힌 독일군 포로 한 명이 소련군에게 이 사실을 자랑했다.
이제 자이체프도 곧 죽을 것이라는게 그의 말이었다. 소련 당국은 긴장했다.
그리고 즉시 각 전선에 독일 최고의 저격수를 조심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자이체프에게도 신변에 대한 안전조치가 더욱 강화되었다.
며칠후, 각 건물에 배치되었던 저격병들 중에서 1개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소련군들이 해당 건물을 뒤지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 명의 저격병들이 한꺼번에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방향에서 날아온 단 세발에 모두 쓰러진 것이다.
소련군은 이를 쾨닝스의 짓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이체프가 그 지역으로 급파되었다.
자이체프는 조심스럽게 건물의 잔해들 속으로 숨어 들었다.
그리고 한 겨울의 칼바람 보다 더 무서운 적막 속에서 적을 기다렸다.
소련과 독일의 각 진영은 과연 누가 이 싸움에서 이길건지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렇게 미동도 없이 해가 저물고 그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어디선가 은밀히 자이체프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소련군의 선전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장교였다.
자이체프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정치장교는 개의치 않고 숨을 죽였다.
한참을 그렇게 숨어서 정면의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치장교의 눈에 뭔가 순식간에 움직이는 것이 목격되었다.
흥분한 장교는 몸을 일으켜 "저 쪽에서 뭔가 움직였어!" 라고 외쳤다.
깜짝 놀란 자이체프가 장교를 말릴 틈도 없이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단 1초의 순간에 장교의 이마에는 총탄이 박히고 말았다.
당황한 자이체프는 몸을 더욱 낮추며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찾았다.
하지만 폐허가 된 각 건물의 내부는 너무나 어두웠다.
일단, 자이체프는 장교가 가리킨 쪽을 중심으로 하나씩 훑어 보았다.
상대가 상대인만큼 너무나 뻔한 곳은 제외시키고 의외의 장소들을 찾았다.
그때 그의 눈 앞에 낮은 문틈에 뉘어져 있는 철판이 들어왔다.
거리는 200m 정도였다. 언뜻 보기엔 그 밑에 숨을만한 공간이 없는 곳처럼 보이지만
미리 바닥을 파내고 들어갔다면 충분히 은신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쾨닝스의 기계적인 성격과 달리 자이체프는 감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육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자이체프는 막대기에 자신의 장갑을 끼워서 서서히 위로 올렸다.
그때 "탕~" 하며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장갑이 뒤로 날아갔다.
자이체프는 보았다. 그 철판 아래서 섬광이 번뜩인것을.
자이체프는 천천히 몸을 뒤로 빼고 그 건물을 우회했다.
그리고 대각선 방향으로 다가가서 그 철판 아래를 겨누었다.
내부가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쾨닝스는 그 안에 있었다.
자이체프는 작은 돌맹이를 그 앞으로 던졌다.
순간, 얼굴을 돌리는 쾨닝스의 얼굴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빛났다.
두 사람은 0.1초 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총성이 울렸다.
쾨닝스의 이마에 정통으로 총알이 박히며 독일군의 전설은 그렇게 쓰러졌다.
그 한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뒤, 독일군은 패전의 늪으로 빠졌다.
이후 소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설적인 영웅은 바실리 자이체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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