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대전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핵무기의 위력을 본 사람들은 모두들 "장차 핵무기의 시대" 라고 생각했습니다. 엄청난 위력의 핵무기가 전쟁에서의 피해를 줄여주고 우리는 아무런 피해없이(!!) 전쟁을 끝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핵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란 "강력한 무기" 이상의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기존처럼 폭탄을 떨어뜨리 듯 핵무기를 뿌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핵의 투발 수단은 폭격기를 이용해 적의 상공까지 간 다음 핵무기를 떨어뜨리는 방법 뿐이었습니다, ICBM 같은 것은 아직 개념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죠. 그래서 적 보다 더 멀리 가고, 적보다 더 높은 거리에서 핵 하나를 뚝 떨어뜨리고 오는 폭격기의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개념은 이미 1941년 부터 시작된 것으로 최대속도 700km 정도, 최고 고도는 16,000km, 폭장량은 4.5t 정도의 폭격기를 발주했죠. 이 폭탄을 싣고 있는 상태에서 6,400km 정도는 갔다 올 수 있을 정도의 폭격기가 개발되었죠, 그게 B-36같은 괴랄한 물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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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술의 개발은 이 비행기가 나올즈음 이미 제트시대를 맞이하고 있었고 바로 제트엔진이 달린 B-47 폭격기 같은게 개발되었고 나중에는 초음속 폭격기까지 개발되었으니 이 모두 적에게 방해받지 않고 핵무기를 뚝 떨구고 올 항공기의 필요성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러던 와중에 미사일이라는 놈이 일취월장 하는 바람에 돈 먹는 하마가 되었지만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폭격기가 있는데 소련은?" 이라고 말이죠. 아무리 잘 막아도 폭격기 편대를 몽땅 다 격추시킬 수는 없는거고 그 중에 한대라도 살아서 주요 포인트에 핵무기 한발 떨구면 상황은 참 괴발랄 해지는 겁니다.그렇다면 적을 막을 무기도 필요하겠죠? 그래서 나온게 "핵 대공 미사일" 입죠. 개념은 참 간단합니다. 적의 폭격기가 따로 따로 와서 각개격파 당할일은 없으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뭉쳐서 올 것이고 그렇다면 핵 대공 미사일을 쏴서 그 하늘 일대를 초도화 시키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유도 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고 내가 말려들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날아갈 정도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1954년 부터 연구가 시작되 1957년 MB-1 이라는 핵 대공 미사일이 실전 배치가 됩니다. 나중에 AIR-2 로 이름만 바뀌는데 이게 탄두는 1.5킬로톤의 위력으로 적당히 적의 밀집 편대에 쏘면 300미터 반경의 원형 지역에 있는 적의 항공기는 싸그리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무시무시한걸 무려 3150발이나 생산해서 미국 및 동맹국들에게 제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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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군"의 이야기. 핵무기라는게 워낙에 위력이 좋아서 자칫 공군만의 시대가 올 수 있으니 육군이 똥줄타는건 당연하고 당연하게도 육군 또한 핵무기를 가지길 원했죠. 일단 멀리 쏴야 했으니 적당한 놈은 바로 대포가 되겠습니다. 일단 어느정도 위력이 있어야 하고, 멀리 보낼 수도 있어야 했으니 좀 큰 대포가 필요했고 그에 따라 1953년에 M65 곡사포가 나오게 됩니다.구경 280mm의 무지막지한 놈이었죠. 이 포로 15킬로톤 짜리 핵폭탄을 32km 정도까지 날려 보낼 수 있었습니다. 미 육군은 이 포를 마음에 들어해서 20문이나 만들어서 미국 본토와 독일 그리고 주한미군에 배치했죠. 거기다 1960년대가 오면 아예 보통의 8인치 대포에서 쏠 수 있는 W33 포탄까지 개발되는데 이 포탄의 위력은 40킬로톤까지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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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포에만 쓰기에는 좀 아쉽죠? 그래서 데이비 크로켓이라는 야전용 전술핵 발사기도 만듭니다. 세명만 있으면 운용 가능하고 야전에서 즉시(!!!) 사용이 가능하며, 일반 보병 부대에서도 운용이 가능할 만큼 다루기도 쉬운 핵무기, 그런 놈이었죠. (방사능? 그딴건 우걱우걱) 데이비 크로켓은 W54라는 SADM에 사용되는 핵폭탄을 개조해 M-388이라는 탄두를 만들었는데 대략 TNT 10~20톤 정도의 약소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로 M28 시스템은 102mm, M29는 129mm의 구경을 가져 최대 2km와 4km의 사거리를 가진 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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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터지면 대략 150미터 내에 있는 사람은 무조건 죽고 400미터 이내의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 위력으로, 미군은 이걸 몇 km에 한대씩 배치해서 소련군이 러시를 해 오면 바로 발사해서 48시간 정도 적이 통과하기 힘든 핵저지선을 만들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한마디로 방사능이 가득 찬 지뢰지대(?) 같은 것을 만들려는 것이었죠. 사실 당대 서구인들은 소련의 엄청난 수의 전차나 병력이 밀고 들어오는 것에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던지라 이런게 꼭 필요한(?) 물건 중에 하나였더랬죠. 1956년 부터 생산된 이 물건은 2100발이 만들어졌고 1971년까지도 미군에서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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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또 생각이 났습니다. 적의 방공망이 촘촘해서 들어가기도 힘들고, 대포로는 사거리도 안 닫는 곳에 적의 주요 산업시설이나 군사시설이 있다면? 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들어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특수부대가 몰래 적의 후방에 침투해 적당히 핵무기를 감춰두고 오면 폭바시킨다는 개념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바로 핵배낭과 핵지뢰. 얼마 전에도 테러리스트나 북괴 부대가 그걸로 침투한다는 둥, 어떻드는 둥 하는 이야기가 나온 바로 그거죠.
그래서 나온게 M54 SADM 이라는 놈이었습니다. 일단 W54 SADM 탄두를 사용했는데 이게 70kg 정도 되니까 한사람이 들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래서 이걸 두 파트로 나눠서 각자 메고 가서는 적의 포인트에서 조립한 다음 시한신관 등을 이용해 폭발시키는 것이었죠. 대략 10톤에서 1킬로톤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물건이었습니다. 핵지뢰는 핵배낭보다 조금 더 위력이 쎈 놈이었는데 W45 핵탄두를 베이스로 무게가 181킬로라서 사람이 들고 다닐수는 없지만 위력은 핵배낭 보다 좋아 대략 1킬로톤에서 15킬로톤까지 위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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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핵지뢰라고는 하지만 누가 밟아서 터뜨리는 방식은 아니었고 (핵무기를 개나소나 밟아서 터뜨리게 하면 참 난감하죠) 역시 시한신관이나 원격신관을 사용해서 적의 이동경로 등에 묻어 두었다가 적이 포인트에 도달하면 원격 폭파시키는 물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미사일이나 대포 보다는 운용이 간편(?) 하기 때문에 적 또한 이런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고, 걸리면 대박, 못 걸려도 적의 기동을 상당히 방해할 수 있는 그런 놈이었습니다. 이 핵배낭과 핵지뢰는 1980년대까지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베트남 전쟁때 북베트남군의 주요 보급루트였던 호치민라인에 심어 놓으려는 계획이 상당히 진행되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실행은 못했지만 말입니다.
핵이 나오고 나서 사람들은 핵은 그저 위력이 센 폭탄 정도로만 생각했기 떄문에 이런 괴랄한 발상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마 양차대전을 거치면서 그 피해가 장난 아니라는 인식에 내가 피해를 덜 입고 적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런 무기들을 자유롭게 쓰기를 원헀겠죠. 위에 열거한 무기들은 핵 전용의 물건이었지만 나중에 가면 일반 포탄과 핵 포탄을 동시에 운용 가능한 핵무기들도 상당 수 나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장거리 미사일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한방으로 인해 상대방도 핵무기를 쓰고 그렇게 되면 전 지구적인 핵전쟁이 나는 상황에서 일반 보병대까지 핵무기를 지급하는 이런 방식은 너무나 위험스러운 것인지라 결국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죠. (그렇지 않아도 돌아버린 지도자가 핵무기 버튼을 누르는 시나리오가 넘처나는데 돌아버린 상병 하나가 핵무기를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후덜덜 합니다)
뭐, 핵에 대한 위험성이 너무나 안 알려지고, 또 개념도 없었던 시절이라 (덕분에 당시에 피본 사람들 꽤 됩니다, 전술 개념에 핵무기를 터뜨리고 나서 적이 공황에 빠져있을 때, 아군이 밀려들어간다는 식의 개념을 만들어서 그걸 시험까지 한지라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죠, 핵 대공 미사일은 시험할 때 핵무기가 터지는 아래쪽에 장교들이 평상복 입고 어떻게 되나~(?) 실험도 하지를 않나)이럴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도대체 이사람들이 뭘?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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