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무기 이야기

21형 유보트

구름위 2017. 1. 8. 12:47

21형 유보트



잠수함은 무서운 무기다. 잠수함은 물속에서 은밀하게 목표에 접근, 다른 함선들이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단 한 발로 거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어뢰와 결합해 해전의 양상 그 자체를 바꿔 버렸다. 그러나 초창기의 잠수함들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잠항 시간이 길지 않고 잠항 상태에서의 속도도 수상 항주시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 짧은 잠항 뒤에는 축전지 충전을 위한 디젤엔진의 가동과 환기를 위해 무조건 수면 위로 부상해야 했다. 다시 말해 초창기의 잠수함은 잠수함이 아니라 필요시에 잠항할 수 있는 ‘가잠함’에 불과했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잠수함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수함 운용을 중시했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수중 성능에 중점을 둔 새로운 잠수함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산물이 21형 유보트(TypeXXI U-Boat·사진)다. 수중 배수톤을 기준으로 2100톤 규모의 이 잠수함은 수상 항주에 중점을 둔 기존의 잠수함과 달리 처음부터 수중 성능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선체에서 튀어 나오는 돌출부를 최대한 줄인 유선형의 함체와 함교를 채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축전시 용량을 늘이고 신형 모터를 채용, 수중에서의 최고 속도를 기존 잠수함의 두 배가 넘는 17노트까지 끌어올렸다. 이렇게 속도를 올리고도 동일 속도에서의 소음은 기존 잠수함의 절반 이하였다. 17노트에 달하는 최고 속도와 저속(5노트) 상태에서의 무음 잠항 능력을 가져 설사 적에게 탐지되도 추적자들을 피해 여유 있게 달아날 수 있었다. 1945년 1월 시운전 중에는 한 번도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3일 연속 잠항에 성공했다. 당시의 잠수함이 선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연속 잠항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술적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잠수함인 VIIc의 수중 항속거리는 4노트 기준으로 80노티컬 마일이었지만 21형 유보트의 항속거리는 5노트 기준으로 340노티컬 마일에 달했다. 수중 항속거리가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무장도 뛰어났다. 함수에 533mm 어뢰발사관 6문과 어뢰 총 24발을 탑재한 21형 유보트는 기존 잠수함과 달리 유압장전기구를 채용, 20분간 18발의 어뢰를 연속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건조방식도 혁신적이었다. 종래의 잠수함과 달리 8개의 블록으로 나눠 30개가 넘는 공장에서 부분별로 생산, 조립하는 방식을 도입해 건조기간이 대폭 단축됐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인 성능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 21형 유보트의 활약은 보잘 것이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수많은 신개념의 무기를 탄생시켰으나 막상 실전에서 제대로 운용해 보지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 21형 유보트도 이 같은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다.

21형 U보트는 1945년 5월 독일이 항복할 때까지 도합 119척이 만들어졌으나 급박한 전황과 연료 부족으로 바다에 나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 1945년 4월 30일 아달베르트 쉬네 중령의 U2511이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최초의 작전 출항에 들어가 5월 4일 영국 대잠그룹과 접촉했으나 사령부의 사격 중지 명령으로 귀항한 것이 작전 기록의 전부다. 이처럼 21형 U보트는 비록 전황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진정한 잠수함의 출발점이라고 할만큼 시대를 앞선 설계 사상을 자랑했다. 전후 동서 양 진영에서 개발된 잠수함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잠수함 역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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