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중국 이야기

역사의 철칙 - 포위(包圍)의 철칙

구름위 2013. 8. 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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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출사표>>에서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현신을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하는 것은 선한이 흥하고 융성하였던 이유입니다. 소인을 가까이 하고 현신을 멀리한 것은 후한이 기울어지고 퇴락한 이유입니다."

 

간신과 소인은 비록 사람들마다 미워하지만, 중국역사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황실의 멸망, 국가의 재난은 종종 그들과 관련이 있다.

 

"지록위마"의 조고, "구밀복검"의 이임보, 육적의 동관, 고구, 채경등, 악비를 음해한 진회, 양면삼도의 엄숭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간신이 있는데, 이들을 한꺼번에 모은다면 가히 대군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이들로는 적진을 뚫고 들어가 승리를 따내는데 쓸 수는 없고, 단지 "포위"하는데만 쓸 수 있을 것이다. 황제를 둘러싸서 포위하여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노신 선생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무릇 "맹인(猛人, 사나운 사람, 권세있는 사람)"의 신변에는 그를 포위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포위하여 물샐 틈도 없게 만들어버린다. 결과적으로는 맹인으로 하여금 사리판단이 흐리고 멍청한 사람으로 바뀌게 하고, 거의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다. 중국이 여전히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은 바로  포위 때문이다. 이것이 포위의 철칙이다.

 

포위자는 간신, 소인뿐이 아니다. 여인도 있다. 포사, 달기와 같은...비록 여색망국이라는 말은 과장되고 정확하다고 보기 힘들기는 하지만, 악녀의 역사에서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하나의 자석을 모래사장에 떨어뜨리면 철가루는 즉시 자석의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 이것은 자석에는 자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둘러싸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장이 존재한다. 여러가지 의도를 지닌 사람들이 권력장으로 들어오고 권력의 중심을 향하여 이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포위가 생기는데, 중국에서는 권력이 있으면 반드시 포위가 있다. 권력이 클수록 포위도 두텁다.

 

한 명의 황제 주위에는 삼궁육원의 무수한 궁녀가 있고, 무수한 환관이 있으며, 무수한 시위가 있고, 황제의 친척들이 있으며, 문신과 무장이 있다. 천군만마와 동장철벽이 한 사람의 과인(寡人)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노신 선생은 일찌기 "맹인이 포위를 뚫을 수만 있다면, 중국은 절반 정도는 희망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하나의 "포위신론"이라는 글을 써서 포위를 탈출하는 법을 쓰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고, 결국 그 글은 쓰지를 못하였다.

 

노신 선생도 범려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가장 총명한 사람의 하나임에도, 권력을 둘러싼 포위를 뚫을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다.

 

역사의 철칙 - 붕당(朋黨)의 철칙

당목종의 시기에 이덕유(李德裕)를 영수로 한 귀족출신 관료들이 한 파를 결성하고, 우승유(牛僧儒), 이종민을 영수로 한 과거출신 관리들이 한 파를 결성하여 조정에서 근 40년간을 서로 공격하는 소위 "우이(牛李)"붕당지쟁(朋黨之爭)이 있었다.

 

중국의 역사상 이와 같은 당파간의 다툼은 끊이지를 않았다. 서한에는 외척과 환관의, 동하네는 청의당고(淸議黨錮), 위진남북조에는 사족문벌, 당에는 유이당쟁(劉李黨爭), 송에는 "원우당인비(元祐黨人碑)"가 있고, 명에는 동림당, 선당, 곤당이, 청에는 제당(帝黨), 후당(后黨)있으며, 국민당내부에는 황포계, CC계, 정학계등이 있었다.

 

각 황조마다 모두 붕당, 방파가 있었는데, 이것은 중국특색의 역사현상이고, 붕당현상에는 사회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의 전통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종법사회(宗法社會)였다는 것이다. <<홍루몽>>은 단순히 반봉건의 의미가 아니었다. <<홍루몽>>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사랑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고대 종법사회의 기본적인 구조와 운용상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가족(종족)은 하나의 큰 나무와 같이 줄기가 있고 곁가지가 있으며, 가왕사설(賈王史薛)의 4대 가문이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며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황제의 친인척과 고위관료들이 서로 비호해주며 하나의 복잡한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진정으로 <<홍루몽>>을 이해한 것이 된다.

 

한 사람이 사회에서 생활하는데, 고립되어 있지 않고, 그의 주위의 각종의 다양한 관계에 얽혀 있게 된다. 혈연, 지연, 학연, 전우관계, 동료관계, 친구관계, 방회관계등등...이러한 관계는 한 사람의 사회자원이며 총명한 사람은 이런 관계를 잘 운용하여 크게 발전하는 것이다. 망이 넓을수록 관계가 튼튼하며 획득하는 것도 많게 된다.

 

요즘 중국에서 탐관을 처벌한다고 하는데, 먼저 분명히 해야할 일은 탐관의 뒤에 있는 보호세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 한다. 전후좌우로 강철같이 엮여있는 관계가 얼마나 공고한지. 그렇지 않으면 탐관을 타도하지 못할 뿐아니라 그저 벌집만 건드린 꼴이 될 것이다.

 

중국의 붕당에 대하여는 자고이래로 두가지의 견해가 대립된다.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 부정적인 관점에 서는 사람들은 "결당영사(結黨營私, 당을 만들어 사리를 도모한다)"로 비난하고, 긍정적인 관점에 서는 구양수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소인은 붕당을 만들지 많는다. 군자들만이 이를 만든다"는 입장을 취한다.

 

모택동과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도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당의 바깥에 당이 없다고 보는 것은 제왕의 생각이고, 당의 안에 파벌이 없다는 것은 기괴하고 이상한 일이다"

 

역사의 철칙 - 적계(敵戒)의 철칙

당나라때 당송팔대가의 한명인 유종원(柳宗元)은 "적계"라는 짧은 글을 지었는데, 그 글에서 생각한 사고방식은 통상적인 사람들의 것과는 완전히 달랐고, 철학적인 도리를 담고 있었다. 개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모두 적에 대한 원한은 알고 있지만, 적으로 인해서 얻는 득이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모두 적으로부터 입은 해는 알고 있지만, 적으로 인해서 얻은 이익이 크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진나라는 여섯 나라가 있음으로서, 열심히 노력하여 강국이 되었고, 여섯 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자,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 나라가 망하였다....적이 있으면 두려움을 갖게 되고, 적이 없어지면 춤추고 놀았으며....적이 있으면 화를 없앨 수 있으나, 적이 없어지면 잘못을 저지른다. 이러한 도리를 알 수 있다면, 그 도가 크고, 이름은 떨치게 될 것이다. 병을 다스리면 오래 살 수 있으나, 건강함을 자신하게 되면 급사하게 된다..."

 

사람들은 유사이래로 적(敵)은 화(禍)의 근원으로 보았으며, 힘이 없으면 피해야 하고, 힘이 있으면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종원만은 적이 있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한 것이다.

 

중국이라는 천년의 거목은 속이 완전히 비었다. 중국이라는 늙은 제국은 수천년을 거치면서 이미 완전히 썩어버린 것이다. 중국의 역사와 서방의 역사를 비교하면 큰 차이를 알 수 있다. 유럽대륙은 로마제국이후에 여러 열강이 다투었는데,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다. 국가와 국가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하나의 국가가 이러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력을 다하여 통치를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서방문화의 핵심은 경쟁이었다. 서방의 정치, 철학, 시장경제는 모두 경쟁을 강조했고, 그들의 영화, 게임에서도 격렬한 전투장면으로 충만하다.

 

중국의 역사는 유럽과는 전혀 달랐다. 진이 통일한 이후 이천년견, 거의 계속하여 하나의 큰 나라가 유아독존하는 국면이었고, 주변의 어느 국가도 인구나 경제력의 면에서 중앙제국, 중국과 비교할 수 없었다.

 

강력한 적국이 없고, 외부의 압력이 없으면 내부는 자연스럽게 부패한다. 변경에 전쟁의 호각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내부에서는 노래부르고 춤추는 소리가 높아진다. 진나라 이후 황조의 역사는 생기는 황조마다 전 황조만 못했고, 모든 사회가 정신이 퇴화하는 과정에 있었다. 이런 역사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보니 중국인들은 안락이라는 독약에 취해있고, 진취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며, 겁이 많고, 몸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중국인이 화약을 발명했지만 그것으로 축포를 만들어 불꽃놀이하는데나 썼고, 서양사람들은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어 인류의 전쟁을 냉(冷)무기시대에서 열(熱)무기시대로 변경시켰다. 경쟁이라는 압력이 없으면, 계속하여 혁신하고 진보하려는 원동력을 잃게 된다.

 

결론적으로, 적이 있고, 경쟁이 있는 사회는 발전하지만, 적이 없고,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