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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 인디언의 양도둑질 원칙

구름위 2013. 7. 11. 11:11

미국 원주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 혹은 태평양전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한번쯤 들어보셨을 인디언 부족 이름으로 나바호(Navajo)라는 부족이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윈드 토커>에 미군 암호병으로 등장하여 유명해지기도 했죠. 나바호 인디언들의 암호는 전쟁 기간 내내 그 누구도 해독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윈드 토커>의 한 장면.
(사진출처 : http://moviesmedia.ign.com/movies/image/windtalkers-beach-cage.jpg)



하지만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이번 포스팅의 소재는 나바호 암호병이 아닙니다. 사실 이 주제는 윈드토커 개봉했을 때 여기저기서 잔뜩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제가 새삼 정리할 것도 별로 없거든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바호 족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 하겠습니다.


 

나바호의 원 거주지역.
(사진출처 : http://www.ancestral.com/images/maps/navajo.gif)



나바호 족(디네Diné라고도 합니다)은 현재의 뉴멕시코 일대, 미국 남서부에 거주했습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비교적 신참자로, 아파치와 함께 서기 1000~1300년 경에 북쪽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죠. 본래 이들은 수렵 채집을 주로 하여 생계를 유지했으나 남서부로 이주한 후 먼저 살고 있던 푸에블로 족으로부터 농사 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후에 에스파냐인들이 들어오자 그들로부터 말과 양을 얻어 목축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들이 유목을 시작했다고 해서 농사를 집어치운 것은 아닙니다. 농사와 유목 두 가지 모두 나바호의 중요한 생활수단이었습니다.


 

양을 치는 오늘날의 나바호 여인.
(사진출처 : http://static.guim.co.uk/sys-images/Travel/Pix/pictures/2009/11/26/1259268706300/Navajo-women-herding-shee-001.jpg)



하지만 남쪽에서 올라온 에스파냐인 및 멕시코인과 인디언들의 사이는 좋지 못했습니다. 혹시 <늑대와 춤을>에서 수 족 족장이 에스파냐 병사로부터 빼았은 모리아식 투구를 보여주면서 승리를 자랑하던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에스파냐인이나 멕시코인들은 인디언 마을을 습격하여 재산을 약탈하고 아녀자를 납치해다 노예로 팔았고, 인디언 역시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멕시코인들의 마을을 습격하여 가축을 훔치고 여자나 어린아이를 납치하곤 했습니다. 이는 나바호-아파치-코만치 등 남서부 인디언들 대부분에게 해당되는 일이었습니다. 괜히 제로니모 토벌에 멕시코 군대가 가담한 게 아니에요.
이는 에스파냐인들이 멕시코에서 올라오면서 시작되어 수백 년에 걸쳐 얽힌 피의 역사였고, 늦게 온 미국인들이 대부분 인디언을 땅을 뺐기 위해 쫓아낼 존재로만 간주한 데 반해 남서부 현지의 히스패닉들은 인디언을 말 그대로 철천지 원수로 여겼습니다. 때문에 이 지역에서 벌어진 미군의 인디언 학살 사건도 현지에서 입대한 히스패닉 장병들이 저지른 경우가 꽤 많아요. 인디언들도 미국인과 멕시코인을 분명히 다르게 대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바호 전쟁으로 모든 나바호 족이 미국 정부의 지배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분쟁도 끝났죠.


 

뉴멕시코 보스크 레돈도(Bosque Redondo) 정착지로 강제 이주된 나바호 전사들이 정착지의 섬너 요새(Fort Sumner)에서 촬영한 사진, 1864-1868.
(http://sadredearth.com/wordpress/wp-content/uploads/2009/03/fort-sumner-the-long-walk.jpg)




자...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야겠지만 어째 본문에 비해 서론이 너무 긴 이상한 구조의 글이 되었네요. 자 본문, 나바호 인디언들이 에스파냐인이나 멕시코인들의 양을 훔칠 때 꼭 지켰던 원칙은 뭘까요?
답 : 암수를 맞춰 일정한 수는 꼭 남겨두고 간다.

자, 그럼 왜 그랬을까요? 사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멕시코인이 불쌍해서라거나 그런 이유는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이게 정답이었습니다, 네(...) 자고로 씨를 말려서는 안 되는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