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굴과 카사노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람둥이로 18세기 이탈리아의 귀족 카사노바를 꼽는다. 카사노바는 아침에 일어나면 생굴을 50개씩 먹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정력의 비결이 바로 굴에 있다고 믿었다.
아침 굴은 당시 유럽 귀족사회에서 유행하던 식사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사노바가 굴을 사랑의 묘약으로 여긴 것은 분명하다. 자서전 '내 생애의 역사'에서 여인을 유혹할 때 굴을 먹었다는 기록이 많이 보인다. 유럽에서 옛날부터 굴을 정력제라고 믿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짐이 곧 국가"라는 말을 남긴 프랑스의 루이 14세도 굴 마니아였다. 얼마나 굴을 좋아했는지 영불해협에서 딴 굴을 마차에 실어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운반해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루이 14세의 주방장 프랑스와 바텔이 자살을 했다. 파티 시간에 맞춰 신선한 굴이 도착하지 않자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책임의식이 투철했던 것인지 권력자의 압박이 심했던 것인지 이유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도 굴을 좋아한다. "남양 원님 굴 회 마시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경기도 화성인 남양도호부에 원님으로 부임하면 제일 먼저 그곳 특산물인 굴을 씹지도 않고 훌훌 마셨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은 모두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서양에서는 굴이 정력에 좋다고 믿었던 반면 동양에서는 여자에게 좋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동의보감에 굴을 먹으면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얼굴빛이 고와진다고 했다. 속담에 "배 타는 어부 딸은 얼굴이 까매도 굴 따는 어부 딸은 얼굴이 하얗다"고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굴의 계절이 됐다. 프랑스의 문호 알렉산더 듀마가 굴 먹는 법에 대해 한마디 했다. "진정한 미식가는 생굴을 먹으며 바다의 맛을 그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