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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 뿌린 밥

구름위 2013. 6. 2. 18:19

금가루 뿌린 밥

   
 

금가루를 뿌려놓은 밥이 있다. 돈벼락 맞은 어느 정신 나간 졸부가 먹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밥이다. 한자로 쇄금반이라고 쓰는데 부술 쇄(碎), 금 금(金), 밥 반(飯)자를 썼으니 금을 잘게 부숴 밥에다 뿌려놓았다는 뜻이다.

금가루 뿌린 밥은 진시황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을 통일한 수양제가 먹었다는 음식이다. 고구려를 침범했다 살수대첩에서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해 결국 나라를 잃은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폭군 중의 한 명이다. 서기 604년 황제에 자리에 오른 수양제가 지금의 중국 장쑤성 양저우로 시찰을 갔을 때 신하인 월국공이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수양제의 요리책임자였던 사풍이 쓴 식경(食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금이 몸에 좋다는 말이 돌면서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생선회에 금박을 뿌려 특별 서비스로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었고 술잔에 금가루를 타서 내오는 곳도 있었다. 그러니 옛날 수양제 같은 폭군에게 그까짓 '금가루 뿌린 밥' 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쇄금반은 이름만 그럴듯할 뿐 사실은 계란 볶음밥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계란 노른자가 황금빛인데다 밥을 볶을 때 쓴 기름 때문에 밥알이 마치 금가루가 반짝이는 것처럼 빛난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무심코 먹는 볶음밥이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 숨어있다. 주로 중국음식점 메뉴에 올라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볶음밥의 뿌리는 중국이라는 것, 수양제가 좋아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 된 음식이라는 것이다. 사실 계란으로 밥을 볶았다는 기록은 수양제보다 앞선 6세기 때 농업서인 제민요술에도 나온다. 당시 상류층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음식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