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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에 담긴 세계사

구름위 2013. 6. 2. 18:13

샌드위치에 담긴 세계사



식사할 시간조차 없을 때 즐겨 찾는 음식이 샌드위치다. 유래도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을 하면서 빵 사이에 고기조각을 끼워 먹은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올해가 샌드위치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 본고장 영국에서는 기념행사까지 열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샌드위치의 유래가 과연 사실일까?

샌드위치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영국 남동부 도버해협에 있는 중세풍의 도시이름으로 유명 관광지다. 이곳을 다스렸던 영주가 샌드위치 백작인데, 음식이름의 기원이 된 주인공은 18세기 때 인물인 샌드위치 백작 4세, 존 몬태규 경이다.

샌드위치라는 음식이름이 문헌에 처음 나온 것은 1762년이다. 올해를 샌드위치 탄생 250주년으로 기념하는 이유다. 『로마제국 흥망사』의 저자인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본이 쓴 칼럼에 두 명의 귀족이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샌드위치 백작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을 하다 먹었다는 이야기는 1772년 프랑스 기행작가 피에르 장 그로슬리의 저서 『런던여행』에 처음 나온다. 카드게임을 하며 빵에 고기를 끼워 먹는 것을 보고 옆 사람이 "샌드위치 백작과 같은 음식을 달라"고 주문한 것에서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비롯됐다고 했다. 당시 런던에 떠돌던 소문을 적은 것이라고 나온다.

때문에 샌드위치라는 음식의 유래도 정적들이 존 몬태규의 도박 습관을 공격하기 위해 부각시켰다는 설이 있다. 존 몬태규는 단순 도박꾼이 아니라 영국 명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고, 세 차례나 해군성 장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유능한 정치인이며 행정가였다는 평가와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도박이나 즐겼던 인물이라는 혹평이 교차한다.

공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역사적 의미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지도를 보면 곳곳에 그의 이름이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하와이 섬이다. 하와이는 옛 이름이 샌드위치 섬인데 해군성 장관시절, 탐험자금을 후원한 것을 기념해 생긴 이름이다. 지금도 남극해에는 남 샌드위치 군도가 있고 호주알래스카에는 몬태규 섬이 잇다. 모두 샌드위치 백작 4세인 존 몬태규 경을 기념해 생긴 이름이다.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역사에 이렇게 다양하게 이름을 남긴 인물도 드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