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트리아 독립의 수수께끼
개요
10여년 전, 우연히 아프리카 지도를 보다가 이상한 나라를 발견하게 됐다.
"에리트리아? 이 나라는 대체 언제 생겨난거지?"
보통 신생국의 독립은 종주국과의 갈등 때문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데 반해,
이 나라에 대한 뉴스나 기사는 여태까지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나라에 대해 무척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연재된 이원복 교수의 만화를 보고서야 알았다.
"아~ 종주국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에 갑자기 독립한 나라구나!"
이런 웃지 못할 결과를 알고서야 이제야 그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체코슬로바키아 보다는 덜 신사적이었지만
그래도 이상한 적막속에서 독립한 에리트리아의 탄생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글의 후반부는 아래의 출처에서 옮겨와 약간의 편집을 거쳤다.
어원
에리트리아의 역사는 원래 에티오피아의 일부였다.
그러나 19세기에 이탈리아가 이곳을 점령하면서부터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이곳을 가리켜 '홍해'라는 뜻의 라틴어인 '에리트리아'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사실 그 이전에는 에리트리아라는 이름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었다.
당시의 상황
이 부분은 당시 독립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좀 더 쉽게 풀이해 봤다.
중간에 오류 및 과장이 있을 수 있으니 알아서 필터링 하시길 당부 드린다.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 다음으로 기아와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그동안 패권을 놓고 수 많은 군벌들이 난립하여 기아와 난민으로 점철되어왔다.
이 와중에 맨 막내뻘인 에리트리아가 싸우는 형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형~ 나 독립할거야!"
먼지 구름속에서 이 소식을 들은 형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안했다.
"제까짓게 독립해봐야 탱크 몇 대 보내면 항복할 것을!"
이렇게 개무시를 당한 에리트리아는 보란듯이 독립을 선언해 버렸다.
"짠~ 1991년, 에리트리아 독립!!"
이 소식을 접한 전쟁터는 갑자기 일시적인 정지상태에서 어이가 상실되었다.
"우리가 잘못 들었겠지" 형들은 다시 진흙탕속으로 뛰어들었다.
2년 후, 싸움에 지친 군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아니! 에리트리아가 진짜로 독립해 버렸네!"
내전의 진흙탕속에서 정신을 차린 에티오피아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가 쌈박질 하는 동안 북쪽의 한 귀퉁이가 날라가 버렸어!"
싸우던 형들은 이미 엎질러진 물에 행주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막내야~ 그거 없었던 일로 하면 안되겠니?"
세계 각국은 소리 소문없이 독립해버린 에리트리아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같이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독립이라니?"
에티오피아인들은 이 와중에도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바빴다.
"아이씨~ 엎친데 덮친격이라더니, 또 쿠데타야!!"
똑똑!! "빨리 좀 등록해 주세요!"
낮잠을 자고 있던 UN에서도 신생국 에리트리아의 재촉에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 소식도 없다가 갑자기 나라를 세우면 어떡합니까?"
"갑자기라뇨? 당신들이 애초에 관심을 안가졌으니 그렇죠!"
"거참, 국기는 그려 왔나요?" UN은 결국, 에리트리아를 신생국으로 등록시켰다.
사건의 해부
지구촌 곳곳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지역은 어림잡아 100여 곳이 넘는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내 놓은 자료를 봐도 에리트리아가 독립할 가능성은 아주 낮게 평가되었다.
심지어는 첨부자료에 '잠깐 그러다 조용해질 지역'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데 1993년, 에리트리아는 과감히 독립을 쟁취해 냈다.
대체 에티오피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으며,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그들의 역사를 한번 되짚어 봤다.
에리트리아의 기원은 기원전 8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은 이 때부터 아랍인과 나일강의 원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7세기 경에는 이슬람 단체 사하바가 메카로부터의 억압을 피해 이곳에 들어오기도 했다.
16세기에 접어들면서 투르크의 세력확장은 에리트리아 해안까지 미치게 되었고,
1885년에는 서구 열강들의 침략을 받아 이탈리아의 식민지배가 시작되었다.
식민통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가 영국에게 패하는 1941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에리트리아는 영국의 보호를 받다가 1962년 UN에 의해 에디오피아로 편입되었다.
그러자 이 합병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명분은 분명했지만, 그 내용이 좀 황당했다.
"우리는 수준 낮은 종주국 보다는 차라리 이탈리아의 식민지로 남고 싶다!!"
에티오피아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쬐그만 녀석이 콧바람 좀 쐬었다고 도련님 행세를 해?"
이를 괘씸히 여긴 에티오피아 정부는 에리트리아를 신나게 밟아 주었다.
그러다가 공산세력이 에티오피아를 점령하자,
그 때까지 소련과 우호적이었던 반군들은 순식간에 친미로 돌아섰고,
이 때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에리트리아는 정부군을 점차 밀어냈다.
1991년에 승리를 거둔 에리트리아는 1993년에 UN의 감시하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국민의 99%가 찬성하여 에리트리아는 30년 투쟁을 마무리하고 독립을 쟁취해냈다.
"야호~ 드디어 독립이다~!!"
왜 그랬을까?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의 성립과 분열이 그렇듯 그 원인은 늘 서구 열강 때문이었다.
수 천년 동안 한 몸처럼 지내왔던 두 나라는 이탈리아의 50년 통치 때문에
그 기나긴 역사적 인연을 끊게 된 것이다.
두 나라는 스스로에게도 이상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서구 열강의 침략을 물리치고 독립을 유지한 나라이다.
물론, 제2차 세계 대전중에 약 4년 동안 이탈리아에 점령 당한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순간일 뿐, 에티오피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진 않는다.
반대로 에리트리아는 좀 해괴한 논리로 자신들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은 유럽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촌스럽게 독립을 유지한 에티오피아 보다는
정치, 문화적으로도 더 훌륭하다는 것이다. 좀 낯뜨겁고 황당한 이론이지만
에리트리아인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마무리
그래서 이 아이러니한 에리트리아 독립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지금까지 에리트리아가 독립해야 할 이유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으며,
또 반대로 그 누구도 에리트리아가 종주국에 속해야 한다는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에리트리아는 독립할 아무런 역사적 근거도, 명분도 없었지만,
단지 이탈리아의 식민통치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것에 자부심을 가졌고,
또 스스로 이탈리아의 신민임을 자처하며 국제정세를 잘 이용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나라의 독립을 지켜 본 체첸, 쿠르트, 위구르 등의 수 많은 피지배 민족들은
자기들 뜻대로 국제 사회를 요리해 버린 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 졸라 부럽네~!"
한편, 집안 싸움만 하다가 북부 영토를 날려버린 에티오피아의 땅에서는
이 후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이 소리는 뒤늦게 후회한 에티오피아인들이 메마른 땅을 치고 있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