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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타고의 멸망

구름위 2013. 4. 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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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96년, 마케도니아에 불길한 징조가 포착됐다.

로마의 볼모였던 둘째 왕자가 마케도니아로 돌아온 이후부터였다.

그는 로마에서 성장하면서 그들의 문명에 동화되어 왔다.

이것은 조용하던 마케도니아 왕실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첫째 아들 페르세오스는 이런 동생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로마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아버지 필리포스는 중간자적 입장이었지만 형제의 골은 점점 더 깊어갔다.

 

이후 15년의 세월이 흐르게 되자 두 아들은 완전한 성년이 되었다.

필리포스왕은 큰 아들 보다는 총명하고 강직한 둘째 아들을 더 신임하고 있었다.

그래도 엄연한 후계자는 큰 아들이었다. 왕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이를 눈치 챈 큰 아들은 모종의 음모를 꾸몄다.

어느 날, 그는 은밀하게 아버지를 찾아가 동생의 역모를 보고했다.

"뭣이! 로마를 등에 업고 왕위를 노린다고?"

"여기 결정적인 증거들이 있습니다."

 

분노한 왕은 거짓 증거들을 그대로 믿어 버렸다.

"당장 감옥에 가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백을 받아내라!"

"아버지, 녀석이 완강합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요!"

결국 둘째 아들은 감옥에서 독약을 받아야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기원전 176년, 필리포스가 큰 아들을 불렀다.

"아버지, 이것은 조국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꼴도 보기 싫다 나가라!"

죽은 아들의 결백을 알게된 필리포스는 그 죄책감으로 병을 얻어 사망하였다.

 

그 뒤를 이어 첫째 아들 페르세오스가 왕위에 즉위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위업을 달성해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라!!"

페르세오스는 아버지의 오랜 염원이었던 그리스 정복을 결심했다.

 

그로부터 5년 후, 페르세오스는 페르가몬을 침공했다.

동맹국의 구원 요청을 받은 로마는 즉시 3만의 병력을 파견했다.

로마에 맞선 페르세오스는 5만의 군대를 이끌고 그들에게 돌격했다.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페르세오스의 위세에 로마군은 혼란에 빠졌다.

정예로 단련된 그의 병사들은 예전의 마케도니아군이 아니었다.

당황한 로마군은 이렇다할 저항도 못하고 궤멸되고 말았다.

 

"앗~ 로마가 부도났대!"

그리스인들은 서둘러 로마와의 동맹을 파기하고 중립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외쳤다. "페르세오스는 제2의 알렉산더다!"

페르세오스는 그리스인들의 칭송을 받으며 당당히 개선했다.

 

"지옥훈련에 돌입하라!"

로마군은 3년 동안 단련된 3만의 정예병력을 다시 내보냈다.

페르세오스는 즉시 4만 4천의 병력을 이끌고 이들을 맞았다.

 

기원전 168년, 두 번째 전투가 벌어졌다.

말발굽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칼과 창이 흙먼지를 갈랐다.

이윽고 뿌연 안개속에서 승자가 걸어나왔다.

 

빨간 망토를 휘날리는 로마군이었다.

페르세오스는 패잔병을 이끌고 자신의 수도로 도망쳤다.

마케도니아군의 전사자는 2만 5천, 포로는 6천이었다. 

로마 사령관은 외쳤다. "끝까지 추격하라!!"

 

페르세오스는 국경을 가로질러 수도에까지 이르렀다.

"폐하, 성문을 열지 않는데요?"

"아니 이거뜨리..."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심은 왕을 저버리고 말았다.

결국 로마군의 추격대에 붙잡힌 왕은 로마로 압송되었다.

"아~ 이것이 알렉산더의 저주인가...ㅠㅠ"

 

"4등분 합시다!" --> "마케도니아가 무슨 케익입니까?"

마케도니아는 왕국의 지위를 잃고 4개의 자치주로 격하되었다.

이로써 알렉산더의 요람이었던 마케도니아는 멸망하였다.

 

"철저히 밟아버려!" --> "그리스가 무슨 보리밭입니까?"

로마는 자국을 배신했던 그리스의 70여개 도시를 철저히 밟아버렸다.

이로써 로마의 패권이 완성되었고, 20년의 평화가 찾아왔다.

 

기원전 149년, 북아프리카에 불운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700년 동안 이 지역의 패권을 쥐고 있었던 카르타고가 힘을 잃어가자

이웃한 누미디아 왕국이 슬슬 침범하기 시작했다.

 

로마의 승인 없이는 전쟁을 할수 없었던 카르타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누미디아 좀 말려주세요!" --> "이따 전화할께..."

로마가 뜸을 들이자 누미디아는 더욱 신이났다.

국경은 점점 약탈지대로 변해갔다.

 

"더 이상 못참겠다. 용병을 모집하자!"

카르타고는 로마와의 조약을 무시하고 전쟁을 준비했다.

"잠깐만~!!" 그제서야 로마가 중재에 나섰고, 누미디아군은 철수했다.

 

사태는 해결되었지만, 6만 명의 용병들이 남았다.

"칼을 뽑았으면... 무를 주세요~!!"

 

드디어 카르타고는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말았다.

"어이 왜그래?" --> "남이 하면 관광이고, 우리가 하면 침략이냐?"

카르타고는 그대로 말을 달려 누미디아 국경을 넘어버렸다.

 

아프리카의 희뿌연 모래바람과 함께 칼이 춤을 추었다.

그리고 피 묻은 칼을 든 카르타고군이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뭐야! 맞고 들어오면 어떡해!" 패잔병들이었다.

 

로마는 카르타고의 행동을 도발로 간주하고 원정군을 준비시켰다.

뒤늦게 이를 후회한 카르타고는 서둘러 로마에 사절을 파견했다.

"우리도 참을만큼 찾았답니다. 그리고 또 깨졌어요"

"조사하면 다 놔와~"

 

로마에서 조사단이 파견되었다.

"정말 억울하네~ 누미디아는 왜 조사 안해?"

불만이 쌓인 카르타고인들은 조사단에 비협조적이었다.

 

"카르다고가 계속 개기는대요!"

열받은 로마는 다시 부대 파병을 결정했다.

이에 당황한 카르타고가 사태를 해명하려고 했으나 로마는 듣지 않았다.

결국 카르타고 대표들은 무릅을 꿇었다. "무, 무조건 항복~!!"

 

카르타고에 상륙한 로마군은 수도를 포위하였다.

주민들은 로마의 요구대로 무장을 해제하고 차분하게 기다렸다.

"설마, 이런일로 뭐 어째기야 하겠어..."

 

기원전 149년, 그리스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일부 도시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것들이 정말!!" 로마는 즉각 파병을 결정했다.

 

이때 카르타고에서 새로운 대표단이 도착했다.

그리스 사태로 신경이 예민해진 원로원들은 짜증을 냈다.

"왜 또 왔소?" --> "이제 그만 화 푸시고..."

"긴 말 필요없소. 수도를 파괴하고 모두 이주하시오!"

"네에??"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너무 가혹합니다..."

대표단은 재고를 거듭 요청했으나 결국 돌아가야했다.

카르타고 주민들은 대표단이 받아온 강화안을 보고 경악하였다.

주민들은 분노를 참지못하고 대표단을 모두 처형해버렸다.

 

카르타고는 즉시 재무장을 선언했다.

당시 6만 명의 주민들 중에서 2만 명이 병사로 무장하였다.

그리고 수도를 완벽히 요새화시키고 로마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차리리 배를 째라~!!"

 

"알써, 일단 기다려!"

로마는 우선 마케도니아부터 손보기로 했다.

반란군을 모두 쓸어버린 로마군은 마케도니아를 아예 속주로 삼아버렸다.

이때 또 하나의 운 나쁜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바로 코린토스다.

 

코린토스는 그리스 도시국가 중에서 4대 강국중의 하나다.

이들은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해서 로마인을 항상 2류로 보고 있었다.

이때 로마의 대표단에게 코린토스인들이 시비를 걸었다.

 

"머리에 든건 없어가지고 힘만 쌔기는..."

순간 로마는 어이가 없어서 하늘을 잠시 올려다 봤다.

비가 온다. 이제 먼지를 구경할 차례인가?

 

"아예 평탄 작업을 해버려!!"

로마에서 50톤급 롤러가 공수되었다. 코린토스는 철저히 짓뭉개졌다.

도시는 불타 버렸고 경작지엔 소금이 뿌려졌다.

여기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모두 노예로 팔렸다.

 

카토가 주도하는 로마의 강경책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무시무시한 정책은 엄격함을 넘어 거의 공포 수준이었다.

이것은 스키피오가 바라던 팍스로마나가 아니었다.

 

"이제 카르타고만 남았지?"

기원전 146년, 로마는 카르타고에 전력을 집중하였다.

카르타고는 로마의 최후통첩에 이미 옥쇄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마의 거듭된 투항을 모두 거부했다.

 

이때 로마의 사령관은 스키피오의 양자인 젊은 스키피오였다.

그는 스키피오의 군사적 능력과 합리적 성품을 물려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원로원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꼭 이렇게 해야됩니까?"

"우리가 보고싶은건 잿더미 뿐이오!"

 

젊은 스키피오는 할 수 없이 총공격을 명령했다.

육군과 해군의 포위공격은 일주일간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카르타고 주민들도 아녀자들까지 합세하여 치열한 방어전을 펼쳤다.

 

"아~ 도저히 못버티겠어~"

카르타고는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1만명이 전사하였고 나머지 5만명은 노예로 팔려나갔다.

 

이로써 700년을 이어왔던 카르타고의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

도시는 철저히 파괴되었고, 농경지마다 두 번째 소금이 뿌려졌다.

카르타고는 거대한 불덩이가 되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13년뒤 에스파냐의 누만티아도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그들의 반란이 거듭되자, 로마는 또 다시 초토화 정책을 취했다.

철저한 파괴와 살육, 그리고 세 번째 소금이 뿌려졌다.

  

카르타고의 불길을 바라 보았던 젊은 스키피오는 이렇게 말했다.

"저 위대했던 카르타고의 멸망이 로마의 미래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는 600년 후에 닥칠 로마의 운명을 예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