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父子를 데리고 노는... 여희(黎姬)
父子를 데리고 노는... 여희(黎姬) 오른쪽 눈을 깜빡이면 아버지 헌공에게 오늘밤 밀회를 하자는 신호이고 왼쪽 눈을 깜빡이면 아들 이오에게 황실 뜰 연못 일곱번째 목련꽃 아래 잔디밭에서 만나자는 제의다. 시간은 날짜에 눈을 깜빡거리는 횟수를 더하는 것이다. 가령 7일이면 3번을 깜빡거렸으면 자정이고 5번을 윙크했으면 새벽 2시다.
여희(黎姬)는 같은 장소에서 부자를 데리고 논지 벌써 365일이 지났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알고 있으나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여희의 눈 밖에 나면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모르는 척 하는 분위기다.
사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비밀이 지켜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부자를 번갈아 가면서 섹스파티를 즐기고 있는데 모른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일 것이다.
'경국지색'이 문제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여색에 빠져 나라가 망하는 것도 거들떠 보지 않은 군주가 어디 한 둘이었나? 진나라도 이웃나라를 정벌하고 여왕의 딸인 여희 자매를 전리품으로 탈취해 오지 않았던들 부자가 한 여인을 두고 궁궐 식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여희가 헌공의 여자가 됐을 때 세 아들인 신생·중이·이오 보다 무려 10살이나 어렸다. 그녀의 나이 15~16세였으니 막내인 이오는 25~26세는 됐을 것이다. 정염이 활화산 같이 치솟을 때다. 여희는 나이는 어렸으나 마음은 꽉 찬 30~40대 여인이다. 그녀는 나라를 잃고 진나라로 끌려온 이후 단 하루도 조국 생각을 떨쳐 버린 적이 없었다. 자기의 아들로 왕위를 계승시켜 나라 잃은 설움을 씻고 싶은 것이다. 국권을 빼앗긴 국민이 빼앗은 나라의 왕위권을 차지하면 반대로 나라를 찾은 상황이 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희는 헌공의 첩실이 되고부터 세 아들 제거 음모를 치밀하게 추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위력적인 무기는 길이는 165㎝, 무게는 45㎏에 불과한 보면 볼수록 먹고 싶고 보고 싶은 소위 '말하는 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다던가? 여희가 진나라로 온 지 7년여만에 오매불망하던 아들을 낳았다. 겉으론 조용했던 황실이 안팎으로 술렁이기 시작이다. 신생과 중이를 비롯한 주류는 노골적으로 여희를 배척하는 분위기이며 이에 저항하는 부류는 이오를 주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다.
특히 헌공의 악사인 우시는 눈에 띄게 여희 편에 서서 저항을 한다. 여희와 우시는 또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밀회를 즐기는 연인 사이로, 그녀는 우시에게 남다른 공을 들였던 것이다. 황실에서 악사는 정보 수집에서 우월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환관과 궁녀 못지 않은 정보통이다. 여희는 그같은 판단 아래 일찌감치 우시를 연인으로 포섭해 두었던 것이다.
우시는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지만 여희로서도 밑질 것이 없는 거래였다. 환관과 궁녀들이 수집해 오는 정보와 악사가 수집하는 정보는 그 질이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희는 아들을 얻은 후 태자인 신생을 끌어내리고 자신의 아들을 보위에 올려놓을 극적인 전략 수집에 뜬 눈으로 새는 날이 많아졌다.
세 남자를 오가며 즐기는 섹스게임도 올 가을 들어 횟수를 대폭 줄였다. 그러나 이오와 우시와의 밀회에는 더욱 적극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남자는 여희의 '우 이오'와 '좌 우시'가 되어 물 불 안 가리고 뛰고 있다. 이오와 우시는 여희와 또 다른 야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오는 두 형을 제치고 아버지인 헌공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싶으며 우시는 악단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여희가 명실공히 황실의 실세가 되면 그 정도의 대가는 받을 수 있으리라고 믿으며 두 남자는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지 않았던가. 궁궐엔 항상 실타래 같이 얽히고 설킨 일들이 비 온 뒤에 봄 새싹들이 돋듯이 튀어나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헌공은 늦둥이가 태어나자 공사를 헌신짝같이 팽개치고 아이에게 넋을 빼앗긴다. 여희가 밀회 수를 줄이자 역작용이 생긴 것이다.
헌공은 여희의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늦둥이 보는 재미에 빠져있는 사이에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헌공은 죽음이 임박해 옴을 알고 아버지의 첩인 '제강'이란 여인을 정식부인으로 맞이했다. 어머니를 마누라로 삼은 것이다. 헌공은 어느 삭풍이 몰아치는 초겨울에 늦둥이를 안은 채 부왕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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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는 남편을 앞세웠다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다. 그러나 악처도 악처 나름일 것이다. 돈도 제대로 못 벌어 처자식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축첩까지 했다면 주위에선 뭐라고 수군댈까?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제 파악도 못하는 인사다"라며 입방아를 찧을 것이다. 크산티페의 남편인 소크라테스(B.C 469~399)는 얼핏 보면 그러한 것 같이 느껴지고 인식이 됐을지 몰라도 진실은 그렇지가 않다.
위대한 악처 크산티페가 있었기 때문에 서양문명의 태산(太山) 소크라테스가 탄생할 수가 있었다. 어쩌면 크산티페는 남편인 소크라테스의 속셈을 미리 알아차리고 악처 역을 자임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 탄생한 데에는 여자가 예외 없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이 어머니 또는 아내 등으로 분류될 뿐 산파 역에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같은 상황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에 그러했듯이 동양의 중국에선 여희가 과정의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역사를 만들었다. 여희는 가녀린 몸으로 국권을 회복하려 전술과 전략을 착착 진행시킨다.
제일의 적 큰아들 신생은 궁녀를 통해 독살시키고 둘째 중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지 순행에 오르게 했다. 그리고 연인이자 셋째 아들인 이오마저 오지인 티베트로 사실상 돌아오지 못할 유배길을 떠나게 했다.
그런데 99.999%의 음모가 진행된 순간에 헌공이 세상을 떠났다. 헌공은 늦둥이가 100% 자기 아이라고 생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식사랑을 하다 행복하게 저 세상으로 갔으나, 헌공의 붕어는 여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편을 꼬드겨 늦둥이를 태자 반열에 올려 놓으려는 순간에 선택권을 쥔 헌공이 사망하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여희는 동생 여원(黎苑)과 아름다운 퇴장을 상의했다. 늦둥이가 보위를 이어 받으면 여희는 수렴청정을 꿈꿨다. 그런데 그 꿈은 꿈이 아닌 현실로 피비린내 나는 폭풍을 몰고 올 회오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희 자매는 화려한 죽음을 택했다. 그녀들은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적대시했던 궁궐식구들에게 차례로 떠날 준비를 진행시켰다. 악사인 우시를 비롯한 남자들에겐 질 높은 섹스로 아름다운 이별을 장식하고 장남 신생을 독살한 궁녀를 위시한 여자들에겐 그동안 모았던 보석들을 하나씩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우시는 여희의 연인으로 알려졌으나 동생 여원도 언니 몰래 우시와 뜨겁고 남다른 사랑을 주고받았다. 그같은 사실은 여희만 모르고 있었을 뿐 궁궐에선 공개된 비밀이었다. 궁궐에선 마주 보면 우군이고 돌아서면 야누스같이 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지매가 한 남자를 놓고 연적이 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여희 자매는 우시와 모월 모시에 한 장소 한 이불 아래에서 마지막 화려한 정사를 약속했다. 최후의 만찬과 동시에 이승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자매는 온갖 보석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서로에게만 숨겨 두었던 악사 우시를 동시에 소개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동소유로 하룻밤을 맘껏 즐기기로 묵계를 했다.
한편 자매로부터 동시에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밀회를 제의받은 세기의 난봉꾼 우시는 콧노래를 부를 만큼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덜컥 겁이 났다. 한 뱃속에서 나온 두 미녀의 섹스게임 방식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언니 여희는 두 손으로 등을 우스러지도록 힘껏 껴안으며 서로의 성기를 맞대는 것을 제일 즐기며 동시에 두 다리를 허공으로 들어 남자를 깊숙이 넣을 때 그녀는 역시 자기 혀를 우시에게 혀가 빠지도록 목구멍까지 넣으며 사지를 버둥대며 게임을 끝냈다.
동생인 여원은 배를 팽팽하게 긴장시키며 아름다운 시(詩)를 넋이 빠진 사람같이 낭송하는 동시에 허리를 좌우로 흔들어 남자의 옥경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황홀경에 빠져드는 환상적 게임을 즐긴다.
때문에 우시는 여희 자매로부터 한 이불 속에서 지상 최대 화려한 유희를 제의받고도 며칠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제의를 해놓은 여희 자매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음인지 어느 가을 대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대궐 밖 우물에 투신, 자결을 해 지상 최대의 유희는 수포로 돌아간 동시에 경국지색이 아닌 크산티페 못지 않은 악처로 이름을 남겼다.
미녀 앞에 역사는 춤을 추는 것일까? 경국지색 운운 하고 굴곡된 역사를 미녀들의 치맛바람에 돌리는 것은 역사를 디자인하는 남정네들의 자존심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인들의 자존심에도 먹칠을 하는 처사일 것이다.
고대 서양사회에서나 동양의 왕조시대에선 여인의 아름다운에 빠져 사식의 문을 닫는 사례를 역사의 갈피에 수없이 등장해 '경국지색'이란 사자성어가 아직도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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