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무기 이야기
역사속 신무기<95>맹화유궤 (猛火油櫃)
구름위
2017. 1. 11. 19:48
역사속 신무기<95>맹화유궤 (猛火油櫃)
- 현대의 화염방사기에 비견
- 2008. 12. 08 00:00 입력 | 2013. 01. 05 04:17 수정
군사 분야에도 데자뷔를 일으킬 만한 무기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중국 고대국가인 송(宋·960∼1279)에서 만들어 전쟁에 사용한 맹화유궤(猛火油櫃·사진) 역시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무기다.
이슬람의 콘스탄티노플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비잔틴 제국이 673년 살라에움 해전에서 처음 사용한 그리스 화약(greek fire)과 동일한 성격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아직 두 무기 사이의 관계나 연관성에 대해 명확히 규명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개념의 화염방사기에 비견할 수 있는 이 두 무기는 공통점이 매우 많다.
일단 매우 강력한 석유화학용액을 사용한다는 점과 펌프를 이용해 화염을 방사해 일정 범위 이내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다만 비잔틴 제국의 멸망과 함께 관련된 자료가 거의 모두 소실된 그리스 화약과 달리 맹화유궤는 관련 유물이나 기록 등 고고학적 자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맹화유궤에 대한 고고학적 복원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복원된 맹화유궤의 성능은 그리스 화약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국인들이 ‘몽훼유코이’라고 부르는 맹화유궤는 길이 약 150cm, 무게 50kg에 펌프 분사장치를 사용해 최대 100m까지 화염을 방사할 수 있는 고대 무기다.
다리가 붙어 있고 연료 저장용기로 사용되는 궤 모양의 본체 위에 연료인 맹화유(猛火油)를 분사할 수 있는 대롱과 펌프 역할을 하는 손잡이, 불을 붙이는 점화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료통 윗면에 부착된 화염 분사장치는 횡통(橫筒)이라 불렸으며 맹화유를 분사하는 화관, 펌프 역할을 하는 봉 모양의 손잡이 역할을 하는 찰련장, 횡통 끝에 부착하는 화루(火樓) 등으로 구성된다.
찰련장을 빠르게 앞뒤로 움직이면 압력에 의해 맹화유가 화관을 통해 분사되는데 이때 뜨겁게 달구어져 불씨 역할을 하는 낙추(烙錐)를 화루에 끼워 넣어 맹화유에 불을 붙였다.
정확히 언제,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송나라 때 병기를 제조하는 군기감(軍器監) 산하에 맹화유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맹화유작이라는 기관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 송나라 시대에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맹화유를 생산하게 되면서 맹화유궤가 등장했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송나라는 불이 잘 붙고 한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 맹화유를 분사하는 맹화유궤를 무기로 만들어 성을 지키거나 적 군함을 공격할 때 사용했다. 참고로 중국에서 석유가 병기로 사용된 예는 고대에도 찾아 볼 수 있으나 나프타(naphtha)로 추정되는 맹화유는 중국 오대(五代·907∼960)시대에 아랍세계와의 무역을 통해 전래됐다.
역사속 신무기<96>외륜함(paddle steamer)
- 수차를 돌려 추진력 얻는 증기선
- 2008. 12. 15 00:00 입력 | 2013. 01. 05 04:18 수정
우리나라에서도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자는 주장과, 같은 예산으로 수백 척의 고속정을 건조해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대립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초의 증기선 군함이 등장한 시점에서도 비슷한 주장과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다.1822년 프랑스의 앙리 페그잔 대령이 ‘새로운 해군력’(Nouvelle Force Maritimei)이란 제목의 저서를 통해 작렬포로 무장한 소형 증기선으로 대규모 영국함대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영국 해군은 비록 소수지만 강력한 성능을 갖춘 대형 외륜함을 보유하고 있었고 프랑스 해군은 영국보다는 소형이지만 더 많은 수효의 외륜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외륜함(사진)이란 석탄을 원료로 하는 증기추진기관을 사용해 선체 양측 혹은 선미에 장착된 거대한 수차를 돌려 추진력을 얻는 형태의 초기 증기선을 말한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신 전투함이라 할 수 있는 외륜함 간의 해전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논리가 더 효과적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제임스 와트에 의해 1765년 최초의 실용적인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 많은 이들이 이 혁신적인 기술을 함선 건조에 접목하려고 시도했다.
시행착오 끝에 1814년 로버트 풀턴에 의해 최초의 성공적인 증기선 군함이자 외륜함인 데몰로고스(Demologos)가 건조됐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데몰로고스는 군함이 아닌 영국과의 전쟁에서 뉴욕과 롱섬 해협을 방어하기 위해 건조된 함포 24문을 갖춘 해상포대였지만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외륜함은 최초의 실용 증기선이자 범선시대가 끝나고 현대적 개념의 군함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다. 물론 스크루 추진방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자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증기선들은 거대한 수차를 선외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건조됐다. 스크루 추진축에 대한 수밀기술, 추진효율 등의 부분에서 수차가 보다 쉽고 기술적 난도가 낮아 적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크루 추진방식은 생소한 개념의 검증이 필요한 신기술이었지만 수차를 선박의 추진기관으로 사용하려는 계획은 노선시대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증기군함은 1832년 취역한 디(Dee)와 1837년 진수된 고르곤(Gorgon)으로, 이후 등장하는 현대식 군함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1850년대까지도 여전히 해군의 주력함은 범선이었고 현대 기준에 부합하는 군함은 1890년이 돼서야 그 형태를 완전히 갖췄기 때문에 외륜함은 현대 군함 발전의 과도기적 단계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15년부터 1845년까지 30년 동안 외륜함은 각국 해군의 주력함으로 건조·운용됐고 이후에도 20년 이상 보조함으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