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지형조건은 저격수 운용의 중요한 결정 요소였다. 예를 들어 남베트남의 많은 지역에서는 저격수들이 훌륭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반면, 사이공(Saigon) 북쪽의 정글 저지대는 저격수의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됐다. 저격술에 적합한 지역이 메콩 삼각주(Mekong Delta)였는데, 이 지역은 미 제9 보병사단의 책임 아래 있었다.
1968년 초, 사단장 어웰(J. J. Ewell) 중장은 포트 베닝 미 육군 사격단(AMU)의 면밀한 조언을 통해 전문적인 스나이퍼를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미 육군 사격단에서 지원된 스나이퍼 포웰(W. Powell) 소령과 부사관 7명이 베트남에 도착해 전문적인 훈련을 시켰다. 그것은 미 해병대가 시도한 베트남 전쟁의 저격전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총 사격술과 생존 기술, 그리고 적을 찾는 끈질긴 인내심은 물론, 전장의 모진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스나이퍼 자신들과의 투쟁이었다. 마침내 제9사단의 저격수들은 무섭게 성장했고 그들은 적 사살 수효로 능력을 증명했다. 1969년 초에 이르러 전과가 극적으로 증가해 4월 한 달 동안 346명의 적을 사살했다.
베트콩이 미군 저격수의 활동에 경계를 강화하자 불가피하게 수는 줄어들었지만, 스나이퍼들은 여전히 한 달에 평균 200명 정도의 전과를 올렸다.미 제9 보병사단은 메콩 삼각주에 배치돼 남지나해로 흐르는 큰 수로를 정찰하며 해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정찰 중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사용하는 탱고(Tango) 보트를 저격팀이 사용했는데, 느린 속도 때문에 이 보트가 좋은 사격대로 이용됐다.
탱고 보트는 강가와 평행하게 운항하며 규칙적으로 닻을 내렸다. 주변의 정글과 수풀 속에는 어디든지 베트콩 저격수가 숨어 있는 위험한 작전이었다. 제31 보병연대 6대대 소속의 저격수들은 1969년 4·5월, 여기에서 39명의 베트콩을 사살하며 그들의 저격술을 과시했다.
특히 부사관 어델버트 왈드론(A. Waldron)은 제9사단 최고의 저격수였다. 그는 전과를 올리기 위해 강변을 항상 정찰하면서 베트콩 사냥감을 찾았다. 왈드론은 베트남전에서 확인된 것만 적 109명을 사살했다. 사단장 어웰 장군은 왈드론의 저격전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어느 날 오후, 정찰대가 메콩강을 따라 탱고 보트를 타고 이동할 때 갑자기 저격수의 총격을 받고 보트에 구멍이 뚫렸다. 총소리와 함께 보트에 갇힌 정찰대원들이 당황했다. 모든 대원이 강 주변을 살피고 의심지역에는 기관총 사격을 퍼부었다. 이런 경우는 강상에 떠 있는 보트가 매우 위험하고 적탄을 피할 수 없어 위기상황이었다. 이때 왈드론 상사가 적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무려 900m 정도 멀리 떨어진 코코넛 나무를 조준했다. “탕!” 그는 저격용 소총 단 한 발로 코코넛 나무 꼭대기에 숨어 있는 베트콩을 명중했다. 왈드론은 강을 따라 이동하는 움직이는 발사대에서 총을 쏴 장거리 표적을 명중한 것이다.”
왈드론은 스나이퍼로서 그의 뛰어난 재능과 용감한 행동으로 두 차례나 미 육군에서 수훈 십자 훈장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에서 야간전투는 ‘베트콩의 밤’이라고 할 정도로 그 주도권을 적에게 빼앗기고 있었지만 첨단 야간관측 장비의 도입으로 베트콩들의 야간통제력은 점점 위치를 잃어갔다. 특히 M14 소총에 장착된 야간 투시경은 미군 저격수에게 큰 성과를 가져다 줬다.
비록 사거리가 줄어들더라도 이 투시경은 저격수의 야간작전에 아주 적합했을 뿐만 아니라 낮에도 빛이 희미한 정글지대 작전에서 근거리 사격용으로 사용됐다.미 제9보병 사단의 저격수들은 야간관측 장비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1969년 2월에는 많은 저격전을 야간에 실시했다. 통상 ‘핑크 라이트(Pink Light)’로 알려진 적외선 탐조등도 희미한 주변 불빛을 이용하는 야간 투시경과 함께 운용되면서 특별 조명수단으로 지원됐다.
만일 일개 저격팀이 야간에 적을 발견하면 공중에 대기하고 있던 건십(Gun ship) 무장 헬리콥터에 공격목표를 지시하기 위해 즉시 예광탄을 표적 부근으로 발사했다. 미군들은 6개월이 넘는 기간에 1800명의 적을 사살했고 베트콩의 통상적인 야간 행동주의를 붕괴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미 공수부대 저격수도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M14 소총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야간 수색작전에서 올린 전과의 약 15%는 저격수의 사격에 의한 것이었다. 베트남의 게릴라 소탕작전에서 저격전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적이 있는 곳도 없고 없는 곳도 없다”는 혼란한 전장에서는 오직 스나이퍼의 날카로운 눈이 필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