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신라의 송편은 단결 강조·승전 축하하는 음식

구름위 2017. 1. 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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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송편은 단결 강조·승전 축하하는 음식

송편


 

고대 한가위 기원은 활쏘기·길쌈 시합 등 단합의 명절

삼국사기·수서에 무예를 겨룬 후 잔치를 연다고 묘사

 


기사사진과 설명
삼국사기(왼쪽), 수서 동이열전

삼국사기(왼쪽), 수서 동이열전



   한가위는 보름달이 뜨는 음력 8월 15일이니 달과 관련이 깊은 명절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중추절에 보름달처럼 둥근 월병(月餠)을 먹는다. 문자 그대로 달떡이다. 일본도 ‘중추의 명월(中秋の明月)’이라고 하는 추석에 전통적으로 쓰키미단고(月見團子)를 먹었다. 달을 바라보며 먹는 떡이라는 뜻이다.

 반면 우리는 한가위에 송편을 먹는다. 송편은 한자로 송병(松餠)으로 솔잎에 찐 떡이라는 뜻이다. 중국·일본과는 달리 달과 아무 관련이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한가위에 먹는 떡에는 추수 감사의 의미가 있다. 중국의 월병이나 일본의 쓰키미단고는 처음 수확한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휘영청 둥근 달을 바라보며 즐기는 음식이다. 그러니 달처럼 둥근 모양으로 만들었다.

 송편에도 감사의 의미가 담긴 것은 마찬가지다. 한가위 때 먹는 송편은 특히 올벼를 빻아 만들기 때문에 ‘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첫 수확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하지만 단순하게 달을 보며 감사하고 즐기면서 먹었던 떡은 아니다. 우리 한가위에는 추수 감사의 의미, 가을날 보름달 감상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한가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다. 중국 추석인 중추절은 수확 후 보름달을 감상하는 행사에서 비롯됐다. 중추절이 명절로 자리 잡은 것도 11세기 송나라 무렵이다. 역사가 그다지 깊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추석, 한가위의 역사는 훨씬 깊다. 문헌으로 보면 1세기 무렵이다. 우리나라 한가위의 유래를 보통 삼국사기에서 찾는다. 서기 32년, 신라 유리왕 때 궁녀들이 베 짜기 시합을 벌인 후 진 쪽이 승리한 쪽에 술과 음식을 내 축하하며 놀이를 즐기는 것을 가배(嘉俳)라고 했는데 이것을 한가위의 기원으로 삼는다.

 길쌈 시합이 한가위와 무슨 관련이 있나 싶지만, 우리 한가위에 관한 중국 기록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가위와 관련된 해외 기록은 세 가지가 있는데 수나라 역사를 기록한 수서(隋書) 동이열전과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舊唐書) 동이열전, 그리고 당나라 때 일본 승려 엔닌이 쓴 기행문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다.

 수서 동이열전에는 신라에서는 해마다 음력 8월 15일에 왕이 잔치를 열고, 관인들에게 활을 쏘게 하여 말과 베를 상으로 준다고 적혀 있다. 구당서 동이열전의 내용도 비슷하다. 신라에서는 정월 초하루와 8월 15일을 중하게 여겨 풍악을 울리고 연회를 베풀어 군신이 궁정에서 활쏘기를 한다. 부인들은 머리를 틀어 올려 비단과 구슬로 치장하는데 머리털이 길고 아름답다고 적혀 있다.

 수서와 구당서의 기록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추석이나 중추절, 한가위처럼 지금의 추석을 가리키는 명칭은 보이지 않지만 신라 때 이미 음력 8월 15일이 중요한 명절이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이날 활쏘기 대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삼국사기나 구당서의 기록을 참고하면 활쏘기뿐만 아니라 여자들이 동참하는 길쌈 대회까지 열렸다.

 그러니까 신라의 8월 15일, 한가위 행사에서는 곡식이 결실을 본 것에 대한 추수 감사의 성격이나 조상님에 대한 감사의 의미보다는 무예를 숭상하는 의미, 단합과 단결을 숭상하는 풍속이 강조된 것이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는 또 다른 내용이 있다. 839년 8월 엔닌이 장보고가 산둥반도에 세운 절인 적산법화원에서 신라의 명절을 지내며 기록한 것이다.

 “노승이 말하기를 신라가 옛날 발해와 싸워 이날 승리했기에 명절로 삼았다.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가무를 즐기는데 삼일 만에 끝이 난다.”

 입당구법순례행기의 기록에 의하면 음력 8월 15일, 한가위에 먹는 떡은 전쟁에 승리하고 먹는 전승 기념 떡이었던 것이다.

 한가위와 관련해 삼국사기나 관련 기록인 중국의 수서, 구당서의 기록, 그리고 일본의 입당구법순례행기를 보면 우리의 송편은 다른 나라보다 뿌리가 깊을뿐더러 단순히 첫 수확을 감사하며 달을 보고 즐기면서 먹는 떡이 아니었다. 상식과는 달리 단합의 상징 내지는 승리를 염원하고 축하하는 떡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훗날 지금과 같은 추수 감사의 의미가 더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송편이 월병이나 쓰키미단고처럼 굳이 달을 닮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송편이 달을 닮지 않은 까닭은 이해가 되는데 왜 하필 솔잎으로 떡을 쪘을까?

 하나는 과학적인 이유에서다. 솔잎에 떡을 찌면 솔잎 향기가 배어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솔잎의 성분 때문에 떡이 쉬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민속적인 이유다. 소나무가 건강에 좋다고 믿었던 옛사람들은 솔잎을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다. 지금도 지리산 도사들이 솔잎을 생식하는 이유다.

 우리 한가위 송편은 복합적인 음식이다. 조선 시대 이후 추수 감사의 의미가 강조됐지만 신라 시대에는 단합과 단결의 상징, 그리고 승리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솔잎으로 떡을 쪄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자 했다. 한가위 송편에 담긴 뜻밖의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