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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의 원래 이름은 ‘차이니즈 구즈베리’

구름위 2017. 1. 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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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의 원래 이름은 ‘차이니즈 구즈베리’

키위


6·25와 냉전시대 중공에 대한 반감이 심해

‘차이니즈’를 버리고 신선한 이미지로 작명

 

기사사진과 설명
키위는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자라는 과일이었다.

키위는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자라는 과일이었다.



기사사진과 설명
중국에서 키위 씨앗을 구해 뉴질랜드에 퍼트린 이사벨 프레이저 학장

중국에서 키위 씨앗을 구해 뉴질랜드에 퍼트린 이사벨 프레이저 학장


새콤달콤한 과일 키위는 감이나 배와는 달리 우리 토종 과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하지만 예전에는 주로 뉴질랜드에서 들여왔다. 그래서 바나나·멜론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 과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키위는 우리 토종 과일이다. 그런데 왜 엉뚱하게 ‘키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일까? 키위는 뉴질랜드에서만 사는 새(鳥) 이름이다. 과일 키위와 새 키위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뉴질랜드와는 또 어떤 인연이 있을까?

 키위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널리 자라는 과일이다. 우리나라 이름은 “머루랑 다래랑 먹고….”라고 할 때의 다래다. 키위는 서양에서 들여왔다는 뜻에서 ‘양다래’라고 하고 우리의 다래는 양다래와 대비해 토종 다래라는 뜻으로 ‘참다래’라고 한다. 고려사(高麗史)에도 나오는 과일이고, 조선 초기 연산군이 좋아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래를 가지와 덩굴이 달린 채 상납하라고 경기도 감사를 달달 볶았다는 기록이 있으니 과일로 먹은 역사가 꽤 오래됐다.

 키위는 우리와 중국 등 아시아의 산간지역에서 저절로 자라는 열매였다. 명나라 때 한의학 서적인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도 나오는데 생김새는 배를 닮았고, 색깔은 복숭아와 비슷한데 원숭이가 좋아하는 복숭아라는 뜻에서 미후도(??桃), 혹은 따뜻한 양지에서 자라는 복숭아라는 뜻에서 양도(陽桃)라고 불렀다. 본초강목에는 시고·달고·차기 때문에 갈증을 멎게 해 주고 열을 내려준다고 나온다. 과일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쓰였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시아의 과일인 다래가 왜 뉴질랜드로 건너가 서양 과일로 발전하게 됐을까? 그리고 과일 이름이 하필이면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키위 새와 같아졌을까?

 키위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고, 키위라는 과일 이름은 냉전이 낳은 부산물이다.

 1906년 뉴질랜드의 왕가누이 여자대학교 학장 이사벨 프레이저 여사가 중국 후베이성 이창(宜昌)에 있는 자매학교를 방문했을 때 뉴질랜드에서는 보지 못한 낯선 과일 다래 씨앗을 얻었다. 프레이저 여사는 귀국 후 학교 인근의 농부에게 이 씨앗을 전했는데 4년 후 다래가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키위를 중국에서 전해진 과일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중국 이름 그대로 양도 혹은 영어로 차이니즈 구즈베리(Chinese Gooseberry)라고 했다. 낯설고 새로운 과일의 인기가 높자 뉴질랜드 농민은 중국에서 온 과일의 재배를 점차 늘려 갔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1940년 뉴질랜드 육군에서 차이니즈 구즈베리 농장을 징발했다. 그리고 농장 주변에 미군이 주둔한다.

 미국 병사들은 고향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일 맛에 푹 빠졌다. 전쟁이 끝난 후 귀국한 후에도 뉴질랜드의 새콤달콤한 과일이 생각났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장이 생기자 뉴질랜드 농장에서 차이니즈 구즈베리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무렵이다. 미국과 영국이 한반도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때였다.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이 대립하는 냉전이 시작됐다.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반감이 점점 높아졌다.

 이 무렵 미국에서 차이니즈 구즈베리의 인기는 점점 높아졌다. 적은 양을 수입할 때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슈퍼마켓에서 다량의 차이니즈 구즈베리가 팔리면서 과일 이름으로 인한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 냉전 시대에 대립하던 중국에서 들여온 과일로 인식됐다.

 샌프란시스코의 미국 과일 수입 업자가 냉전 시대의 정치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차이니즈 구즈베리라는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중국과 관련 있는 과일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다.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과일을 사 먹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과일 이름을 바꾸기로 했는데 처음에는 차이니즈 구즈베리라는 이름 대신에 작고 맛있는 멜론이라는 뜻에서 ‘멜로네트’라고 작명한 후 국제 과일시장에 선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수입 업체가 새로운 이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하루속히 다른 이름으로 또 바꾸라고 요구했다. 작은 멜론이라는 뜻의 멜로네트로 수입하려면 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멜론 종류의 과일은 관세가 다른 과일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높은 관세를 피하려면 멜론과 연관이 있는 이름은 피해야 했다. 게다가 이왕이면 과일을 대량 재배하는 뉴질랜드의 특성을 강조하는 새(新) 이름으로 작명해 줄 것을 희망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키위(Kiwi fruit)다.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키위 새(鳥)처럼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과일이라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키위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언어였기 때문에 신선한 나라, 뉴질랜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우리 과일 다래, 중국 과일 양도가 차이니즈 구즈베리에서 영어 키위로 바뀌게 된 사연이다. 냉전에 따른 동서 대립이 과일 이름에까지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