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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은 없고 버리긴 아까운 닭갈비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일이?

구름위 2017. 1. 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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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은 없고 버리긴 아까운 닭갈비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일이?

(4)계륵(닭갈비)


삼국지 속 조조 한중 땅 놓고 전투

진퇴양난 심정을 ‘계륵’으로 표현

뜻 알고 철수한 준비한 ‘양수’ 처형

 

 

기사사진과 설명
춘천 닭갈비. 필자제공

춘천 닭갈비. 필자제공



 


 

 닭갈비는 보잘것없는 음식의 대명사다. 닭에는 모두 일곱 쌍의 갈비가 있는데 닭의 폐와 심장을 보호하는 갈비 사이의 고기가 닭갈비로, 정확하게는 닭이 숨 쉴 때 갈비가 움직이도록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의 일종이다. 백숙이나 튀김을 먹을 때 닭갈비를 먹어 본 경험이 있다면 닭갈비가 얼마나 먹을 것 없는 부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한자로 계륵(鷄肋)이라고 하는 닭갈비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이유는 삼국지의 조조와 춘천 닭갈비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에서 조조는 유비와 전략적 요충지인 한중 땅을 놓고 전투를 벌인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더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후퇴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난감한 심정을 조조는 계륵, 즉 닭갈비라고 표현했다. 이 말을 들은 행군주부 양수가 후퇴명령이 내려지기도 전에 서둘러 짐을 꾸려 철수 준비를 했다.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심정을 무심코 내뱉은 것이니 곧 철수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양수의 설명에 다른 장수들도 모두 짐을 꾸리니 이 모습을 본 조조가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양수의 목을 베어 처형한다.

 소설 속 삼국지에서 조조는 똑똑하고 재주 많은 양수를 질투하고 속마음을 들켰다고 유능한 부하를 처형한 속 좁은 지도자로 나온다. 삼국지의 작가 나관중은 닭갈비 이야기를 통해 조조의 난폭함과 간교함을 강조한다.

 조조가 실제로 이렇게 형편없는 지도자였다면 어떻게 유비와 손권을 물리치고 삼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조조는 왜 양수를 죽였을까? 조조의 참모습을 계륵, 즉 닭갈비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닭갈비, 즉 계륵이라는 말에서 양수가 공격할 수도 없고 철수하기에는 아까운 조조의 심중을 남보다 먼저 알아차린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진수(陳壽)가 쓴 역사책 삼국지의 주석에 “왕이 계륵이라는 암호를 내리자 관속들이 그 뜻을 몰랐는데 주부인 양수만이 스스로 장비를 꾸렸다. 이유를 묻자 양수가 ‘무릇 닭갈비라는 것이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먹기에도 별 소득이 없으니 한중에 비유한 것이다. 왕의 뜻이 돌아가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5월에 군사를 이끌고 장안으로 돌아갔다”고 나온다.

 여기까지는 소설 내용과 비슷하지만 소설과 달리 역사책에서 조조가 양수를 죽인 이유는 다르게 나온다. 후계구도를 굳건하게 다지기 위한 포석이었다.

 양수를 처형할 당시 조조는 첫째 아들인 조비를 태자로 책봉해 놓았다. 그런데 셋째 아들 조식이 형의 태자 자리를 넘보고 있었는데 이런 조식에게 여러 차례 지혜를 빌려 준 사람이 똑똑하다고 소문난 양수였다. 그뿐만 아니라 양수는 당시 손에 꼽히는 명문가 출신이었고 더욱이 조조의 견제세력이었던 원술 가문과 친척관계였다. 그러니 양수가 조식을 도와서 조비에게 반기를 들 경우 큰 화근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후계자인 장남 조비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셋째 아들인 조식을 죽일 수는 없었다. 대신 전략을 제공하고 세력 기반이 될 수 있는 양수를 제거해야 했는데 그 계기가 닭갈비였다. 조조는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다. 늘 경계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놓은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닭갈비를 핑계로 자신이 죽고 난 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분쟁을 미연에 예방했던 것이다. 소설처럼 속 좁은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속 깊은 인물이었기에 삼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당연한 것 같아도 뒤집어 보면 새로운 사실이 보일 때가 있다. 닭갈비를 이용해 양수를 처단한 조조처럼 춘천의 명물 닭갈비도 그렇다. 춘천 닭갈비에는 닭갈비가 없다. 음식 이름이 주는 최면 효과 때문인지 닭갈비에 진짜 닭갈비는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춘천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 파는 닭갈비에도 갈빗살은 없다.

 이름이 닭갈비지만 갈비가 아닌 토막 낸 닭의 가슴살이나 다리 살을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잰 후 야채와 함께 철판에 볶거나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 닭갈비 요리다.

 전해지는 이야기로 춘천 닭갈비의 유래는 1970년대 어느 선술집에서 안주로 팔던 돼지갈비가 떨어지자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양념해 구워 판 것이 유행하며 지금의 춘천 닭갈비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짜 닭갈비가 아니라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요리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옛날에는 진짜 닭갈비 구이였는데 다수의 춘천 출신 인사들의 증언에 의하면 닭고기 중에서도 먹을 것이 없어 특히 값이 쌌던 닭갈비 구이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병사들과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지금의 춘천 닭갈비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진짜 먹을 것 없는 닭갈비 대신 지금처럼 가슴살과 다리 살로 대체됐을 뿐이라고 한다.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갈비가 조조의 후계구도를 굳건히 다진 도구가 됐고 춘천의 명물 음식으로 거듭났으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 춘천 닭갈비와 조조의 닭갈비에 담긴 허허실실의 내막이다.